시정
땅 이름 이야기 - 동인천(東仁川)
땅 이름 이야기우리가 밟고 선 이 땅 위의 이름들
열두 번째 땅 이름 동인천(東仁川)
글 최재용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동인천은 인천의 동쪽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의 동인천은 인천의 동쪽이 아니라 정반대인 서쪽에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정답은 인천부仁川府 청사 때문이다. ‘인천부 청사의 동쪽’이라 해서 ‘동인천’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예전에는 시청이나 군청이 있는 곳이 그 지역의 중심지였다. 따라서 그곳을 기준으로 방향을 정하곤 했다. 인천부 청사는 요즘으로 치면 인천시 청사이며, 지금의 중구청 자리에 있었다. 원래 이 자리는 인천항 개항 직후 일본 영사관이 들어섰던 곳이다. 그 영사관이 1910년 조선이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뒤로는 인천부 청사로 사용됐다. 이곳을 기준으로 보면 동인천 지역은 대략 인천의 동쪽이 된다.
그런데 동인천이 언제부터 쓰인 이름인지는 잘라 말할 수 없다. 인천부 청사의 동쪽이라 종종 동인천이라 불리다가 차츰 굳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 동인천역의 전신前身인 축현역杻峴驛의 이름이 바뀌는 과정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1899년 경인철도 개통 때 생긴 축현역은 1926년에 ‘상인천역上仁川驛’으로 이름이 바뀐다. ‘축현역’이라고 하니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인천에 도착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때 못 내리고 종점인 인천역까지 가곤 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함이었다는 내용이 1932년에 나온 『인천향토지』에 실려 있다.
그런데 이름을 바꿀 때 「인천상업회의소」는 ‘동인천역’이라 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다. 반면 「매일신문사」는 현상 공모를 했는데 여기서 ‘상인천역’이 1등으로 당선됐다. 그러자 철도국이 민의民意를 존중한다는 뜻에서 상인천역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 시기에 이미 ‘동인천’이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이곳을 흔히 ‘동인천’이라 부르니까 「인천상업회의소」가 역 이름을 ‘동인천역’으로 정하자고 건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인천역은 광복 뒤인 1947년 다시 축현역으로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른다. 이때도 동인천역이라는 이름은 이곳이 동인천이라 널리 불리고 있었기에 갖게 된 것이다. 1951년 이곳에 동인천중학교가 문을 열고, 1954년에는 동인천세무서가 신설된 것으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사람들이 이곳을 흔히 ‘동인천’이라 불렀기 때문에 학교나 세무서의 이름에 동인천이 붙었고, 나중에 역 이름에도 붙게 된 것이다.
‘축현역’이 ‘동인천역’으로 이름이 바뀐다는 것을 알리는
1955년「인천신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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