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시정

시민 행복 메시지

2025-07-15 2025년 7월호

#천원의 향기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화폐의 가치를 과거와 비교해 보는 일은 꽤 흥미롭습니다. 물가 상승률 등 경제의 궤적을 보여주는 것 외에 ‘추억 소환’이라는 부가 서비스까지 제공하니 말입니다. 가령 짜장면값이 몇백 원이던 시절로 돌아가면 짜장면 한 그릇에 행복해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졸업식이 있는 날이면 문전성시를 이루던 중국집 풍경 등 갖가지 기억의 조각이 조합을 이루기도 합니다.

친구와 함께 뚝딱 짜장면을 먹어도 천원짜리 한 장이면 충분했던 시절. 그러고 보면 천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았던 시절을 지나왔습니다. 

너무 멀리 갈 것 없이 20여 년 전으로 시계추만 돌려도 천원은 저력(?)이 있었습니다. 과자 한 봉지를 사면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었고, 학원가 골목 어귀에서는 토스트와 음료 등 간단한 식사가 가능했습니다. 김밥전문점에서 파는 김밥 한 줄 값이 천원이어서 ‘천김’(천원김밥)이라는 말이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용어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천원의 가치는 과거에 묻힌 지 오래입니다. 잔돈 취급을 받는 천원의 위상은 광고에서도 엿보입니다. 우리나라 지폐에 등장하는 위인들을 빗대 ‘율곡 이이 화냅니다, 세종대왕 화냅니다, 신사임당 화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습니다. 뇌물은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취지의 광고인데 퇴계 이황은 아예 거론되지도 않습니다. 천원권이 뇌물로 쓰이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부터 천원의 가치가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인천에서만 통용되는 화폐가치입니다. 

지난 7월 2일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한 연립주택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설렘과 기대가 새 둥지를 튼 가족들 표정에 그득했습니다. 이 주택의 하루 임대료는 천원입니다. 소상공인이 택배를 이용할 경우, 일반배송 시장 평균 가격이 3,500원인데 인천에서는 천원이면 됩니다. 우리 시가 기존에 시행하던 지하철 반값택배(1,500원)의 이용료를 아예 천원으로 낮췄기 때문입니다. 인천 관내 대학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하는 ‘천원아침밥’의 지원 대상도 확대돼 보다 많은 학생들이 천원으로 든든한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인천시립예술단의 정기 공연이나 야구, 축구, 배구 등 인천 연고 프로스포츠팀의 경기를 천원만 내고 관람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시는 전국 1만 명에게 인천의 문화·관광·체육 프로그램을 천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천원티켓’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이쯤 되면 인천에서 천원권 지폐를 칭할 때 ‘단돈’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삼 가야 할 듯싶습니다. 인천에서 천원은 서민과 소상공인을 위로하는 화폐입니다. 돈 냄새보다 진한 사람 냄새를 품고 있습니다. 천원의 향기가 우리 시 곳곳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첨부파일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2
  • 최종업데이트 2025-03-12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