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시정

시민 행복 메시지 : 칼럼

2025-09-06 2025년 9월호

평화의 반대말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평화의 반대는 무엇일까’

오래전에 읽은 책의 소제목입니다. 인천상륙작전 75주년을 앞두고 있어서일까요. 휘리릭 책장을 넘기다 엄지손가락에 걸려든 이 질문이 가끔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이 질문에 반사적으로 토해낸 대답이 오답 노트의 한 줄을 차지한 기억도 덩달아 소환됩니다. 동그라미 대신 빗금이 쳐진 그 답안은 ‘전쟁’이었습니다. 정확하게 점수를 매긴다면 세모 정도가 되겠습니다. 정답의 필요조건은 충족했지만, 충분조건은 갖추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국내 평화학 박사 1호인 저자는 평화의 의미를 보다 폭넓게 공유하기 위해 이런 상투적인 대답을 유도했나 봅니다.


저자가 말하는 평화의 반대말은 ‘폭력’입니다. 그러면서 폭력의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우선적으로 꼽은 폭력은 물리적으로 폭력이 가해져 바로 피해가 발생하는 직접적인 폭력입니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이 이 유형에 해당합니다. 전쟁은 바로 직접적 폭력이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가장 위험한 폭력이기에 평화의 반대말 하면 전쟁부터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또 사회 구조 속에서 약자를 옥죄는 간접적 폭력, 그리고 차별과 배제를 당연시하는 문화적 폭력도 평화의 반대, 즉 폭력의 범주에 포함시킵니다. 얼마 전 외국인 노동자를 벽돌 더미에 묶어 지게차로 들어 올린 사건은 이 세 가지 폭력의 종합판이지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천은 대한민국에서 전쟁이라는 최상위의 직접적 폭력을 가장 많이 겪은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몽항쟁을 비롯해 임진왜란,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한국전쟁, 심지어 정전 후에 벌어진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인천은 이 땅의 전쟁사를 집약한 최전선이었습니다. 전쟁의 한복판이었기에 평화의 균열이 수반하는 고통을 그 어느 지역보다 더 많이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쯤 되면 인천만큼 평화가 절실한 도시가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 시는 지난해 ‘국제평화도시’에 가입했습니다. 국제평화도시는 평화를 지향하는 세계 도시들 연합체로, 유엔의 승인을 받은 비정부기구입니다. 국제평화도시는 인권을 존중하고 평등을 보장하며 민주적 참여와 평화,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를 지향합니다. 직접적 폭력은 물론, 간접적 폭력과 문화적 폭력을 걷어내기 위해 도시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을 때 국제평화도시의 진정한 가치는 구현될 것입니다.


오는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75주년이 평화의 의미를 톺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첨부파일
이전글
시민의 하루 : 전통시장 모바일 스탬프투어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2
  • 최종업데이트 2025-08-28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