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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내가 사랑하는 인천-사진가 류재형

2020-06-02 2020년 6월호

내가 사랑하는 인천 - 사진가 류재형

아름다운 풍광 속
숨겨진 슬픔

일제강점기에 대리석을 실어 날랐던 석축이 예동 바닷가에 아직도 남아 있다.


바다는 어머니의 품이다. 바닷바람은 격렬하면서도 평온함이 공존하고 에너지를 품은 건강한 생명의 산실이다. 인천은 많은 섬을 품고 있지만 그 이름다움 속에 질곡의 삶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아직도 UN의 제재를 받는 서해5도의 특별한 섬들도 존재한다.
지금은 평온함, 그 자체이지만 소청도에는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인천의 정체성을 작업하던 중 2003년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인천의 섬을 돌아보면서 바다를 보는 개인적 시선을 갖게 되었고 2018년 OBS 특별 기획 ‘그리우니 섬이다’에서 사진가 입장에서 섬의 본질을 찾아가는 로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더욱 확실히 그 내막을 알게 되었다. 
1945년 6월경, 일본이 패망하면서 바다에 뿌려놓았던 기뢰 2기가 예동 바닷가에 떠밀려왔고 이를 주민들이 30m가량 육지로 올려 해변 한편에 두었다. 1년이 지난 후 어느 가을날, 폭탄 속에 유황이 많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한 개를 잘 해체하고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 가진다. 소나무 등걸의 진액과 섞어 성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 폭탄을 해체하는 과정에서의 폭발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67명의 목숨을 내놓게 된다. 그 소리가 백령도까지 들렸고, 그 참상은 대단했다. 당시는 고깃배들이 세 번의 검문소 통과와 맡겨온 노를 찾아 바다로 나가던 때라 열악했던 삶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날씨가 좋아도 툭하면 군으로부터 조업 금지가 내려왔다. 가리비와 홍어를 잡으러 나가 돌풍을 만나 돌아오지 못한 어부도 그동안 50여 명이 넘는다.
이런 역사 속에 2002년에 위령탑을 세워놓고도 제대로 위령제를 지내지 못했다. 오랜 세월 동안 굳어진 마음은 환경에서 겪은 죽음의 경험 때문이었다. 스스로 털고 추슬러야 하지만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다. 
2018년 9월부터 그동안 준비한 서해평화예술 과제중심형 커뮤니티 프로젝트 ‘소청도를 보듬다’를 시작했고 12월에 행위예술가와 사물놀이패가 함께 지내며 마을 축제 형식으로 위령제를 풀어냈다. 이 프로젝트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마음의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풀며 한뜻으로 잘 살아갔으면 하는 소망의 ‘마중물 프로젝트’였다.
어머니의 품처럼 바닷바람을 가득 들이마시며 삶을 잠시 내려놓는 도시인들의 마지막 힐링 지역, 어머니의 하얀 분가루 같은 영겁의 바위 분바위를 등에 대고 앉으면 냉장고보다 시원한 에너지가 몸을 감싼다.
일관된 주황색의 지붕들이 그리스를 연상케 하는 서해의 끝자락,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중생대에 생성된 신비한 바위들과 철새들의 낙원인 이 섬,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순수한 사람들과 삶을 비추는 등대가 있는 곳, 사진가의 시선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뚝뚝하고 거칠지만 존재의 가치를 자신의 자아에서 발견하게 되는 곳이다.
바다에 서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를 만나는 순간이 된다. 모든 사물은 태어날 때부터 사라져 간다지만 사라지는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연안부두, 인천에 내려도 아마데우 프라두의 말처럼 나는 그 섬에 남는다. 언젠가 또 나를 만나러 섬에 간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어부가 자식을 인천, 뭍으로 내보내고 궁극적으로 잘 살아가라고 염원하는 깊은 사랑을 깨달으며 나 또한 인천 사람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는 섬이다.


글·사진 류재형
부천에서 태어나 1973년부터 인천에서 거주. 1991년에 개인전을 시작으로 인천의 정체성에 관련된 사진 작업과 문화 기획, 인천가톨릭대 문화예술교육원에서 사진 강의를 하고 있다. 전공은 디지털 프로세스와 CMS. 아날로그의 슬라이드 프로젝터로 멀티프로젝션 영상 설치 작업을 하는 유일한 작가이다.



예동 마을 풍광.


2018년 12월 마을 축제로 승화시킨 위령제 서해평화예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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