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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소개하는 우리 동네
짭조름한 추억의 맛
동인천삼치거리
글 김정석(동구 인중로)
하루 종일 현장에서 기계와 씨름하고 나면 퇴근길 가볍게 한잔하며 오늘의 피로를 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이럴 때 떠오르는 건 두 가지. 첫째는 20년 넘게 동고동락하는, 예전엔 사수였지만 지금은 같이 늙어가 는 처지인 회사 선배이고, 둘째는 동인천삼치거리다. 노릇하게 구운 삼치에 막걸리 한잔, 그보다 더 맛있는 조합은 없을 테니 말이다.
사실 이 거리를 내게 처음 알려준 이는 바로 그 선배다. 막 입사했을 당시, 누구나 그렇듯 어리바리하고 매사에 서툴렀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 걸 제대로 알아들을 만큼 지식도 경험도 부족했다. 상사에게 제대로 깨진 어느 날, 선배가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집에 들어가기 전 밖에서 다 풀어야 한다며 동인천삼치거리로 나를 이끌었다. 생선을 좋아하는 터라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거리 초입에
서부터 군침이 돌았다. 삼치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머릿속에 가득하던 화가 한 번에 사그라지는 기분이 들었 다. 몸도 마음도 허기졌던 그때, 두툼하고 짭조름했던 그 따뜻한 삼치구이 맛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게다 가 도토리묵에 파전, 순두부찌개 등 다른 메뉴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가 나를 삼치거리로 이끈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어린아이 둘에 부모님까지 부양하는 선배의 주머니 사정상 후배에게 술 한잔 사주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리고 선배도 퇴근 후 곧장 집으로 들어가기엔 답답함이 컸다는 것도 말이다.
이제는 퇴근길에 서로 눈빛만 마주쳐도 안다. 오늘, 삼치거리에서 딱 한잔만! 이 거리의 오랜 단골이다 보니 자주 마주치는 술친구도 생겼다. 그래서 우리는 또 동인천삼치거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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