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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기, 생각 나누기
땀 흘려 수고한 만큼
결실도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대大 피터 브뤼겔(1525~1569), 추수하는 사람들, 1565년, 나무에 유채, 118×163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글 김성배 인천시립미술관팀장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황금 들녘입니다. 나무 아래 사람들이 새참을 나눠 먹고, 어떤 이는 큰대 자로 누워 단잠을 즐기고 있어요. 그 앞엔 아직 낫질을 멈추지 못하는 사내들이 있고, 무언가를 힘겹게 들고 사잇길로 걸어 나오는 이도 있네요. 다시 나무 오른편엔 다발을 묶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요.
몸은 비록 힘들어도 함께 일하고 음식을 나눌 수 있으니 행복해 보이죠. 반면 목가적인 분위기로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은 어떨까요. 실상은 추수가 끝나가는 들판에서 이삭줍기는 수확에서 배제된 가난한 이들의 고달픈 삶의 단면이 담겨 있답니다. 또 고흐의 ‘수확하는 사람이 있는 밀밭’엔 농부 혼자 외롭게 분투 중이에요. 수확의 기쁨보다는 노동의 고단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 작품은 지난 1월호에 소개했던 같은 작가의 ‘눈 속의 사냥꾼’과 함께 같은 해에 달력으로 그려졌어요. 비슷한 화면 구성과 인물 배치 등을 느낄 수 있죠. 당대에는 그림이 교회나 왕과 귀족에 의한 후원과 주문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브뤼겔의 작품엔 놀라운 면이 있어요. 성서나 신화 속 인물과 사건이 아닌 가난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그렸거든요.
흔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하죠. 이른 추석이지만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땀 흘려 수고한 만큼 거둘 게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려울 때일수록 온화한 인사말과 함께 작은 결실이라도 서로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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