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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미소

길 위의 인문학 : 한글날

2025-10-22 2025년 10월호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활용법,

기획전시에서 상설전시로 넓혀가기


글. 김성배 문화비평가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않아…내가 이를

가엾이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노니…”(현재 표기로

옮김). 고등학교 때 달달 외우곤 했던 세종대왕이 1433년에 반포한 『훈민정음』의 서문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상설전시실 벽면에서.



상설전시실 내 별도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문구다. “숙고하는 삶, 행동하는 삶(Vita

Contemplativa, Vita Activa)” 자기성찰과 진리탐구의 삶, 사회적 관계와 물질세계의 삶으로

풀어볼 수 있다. 한나 아렌트는 생각 없는 삶에 대해 경고하면서도 이 둘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사진 : 심현우 작가)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세계의 다양한 문자의 기원과 확산을 그 기록물 등과 함께 소개하는 국

립 전시시설이다. 문자박물관으로는 프랑스, 중국에 이어 세 번째 개관(2023.6)이라고 하니 얼마나 독특한 문화공간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일반인에게는 문자가 미술이나 일반역사와 비교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다른 도시에서는 체험하기 힘든 이 공간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지인들에게는 기획전시를 잘 활용해 보길 권하곤 한다. 대부분의 박물관은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를 병행한다. 해당 박물관의 정체성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유물로 상설전시실을 꾸민다. 그런데 박물관은 유물과 공간에 변화를 주기가 어렵고, 관람객은 변화가 거의 없는 전시에 단조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보완하기 위해 기획전시를 통해 다채롭게 이야기를 만들고 관람객과 소통한다.

세계문자박물관도 그렇다. 지하 1층 상설전시실은 인류 최초의 문자인 쐐기문자를 시작으로 이집트문자, 라틴문자, 한문,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등을 망라했다. 여기에 한글점자인 박두성의 훈맹정음까지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기획전시는 연 2회 정도 개최되고 있다. 그중에는 알브레히트 뒤러,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작품과 출판물의 삽화 등으로 기획되었다. 올랭피아 오디세이 전시는 게릴라 걸스, 아네스 튀르노에 등을 통해 문자의 사용과 여성의 타자성을 비교했다. 

세계문자박물관은 문자라는 본연의 테마를 유지하면서 관람객의 흥미를 끌어들이기 위해 미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획전시의 주제나 소재는 상설전시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긴 호흡으로 스며들며 인문학적 소양을 넓힐 또 하나의 공간이 우리 곁에 있다. 새로운 기획전시에서는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라는 경구를 사유해 볼 예정이다.


※ 박두성(1888~1963, 강화출생)의 훈맹정음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미추홀구 학익동에 소재한 기념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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