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봄마중 : 3월의 풍경
숨은 봄을 찾아 떠나는 발걸음
글. 윤은혜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재 포토디렉터
살며시 피어오른 꽃봉오리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인천에 찾아온 봄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움츠러든 겨울의 끝을 알리듯, 옅은 초록이 곳곳에 피어난다.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나무마다 한껏 부푼 꽃망울이 옹기종기 매달리고, 발밑 콘크리트 사이로도 여린 새싹들이 고개를 내민다. 겨울의 냉기 속에서도 인천의 봄은 제 속도로 다가온다. 사부작 깨어나는 생명들, 토독 녹아내리는 땅.
이제, 사뿐히 오는 봄을 마중 나갈 때다.
따사로운 햇빛을 받고 있는 알로에 베라
삼삼오오 모여 봄 산책을 하는 시민들
서서히 열리는 봄의 문
3월은 여린 햇살에도 봄 내음이 묻어있다. 따스한 햇볕 덕인지, 겨울잠 자듯 얼었던 땅에도 생기가 돈다. 이른 봄에도 많은 시민이 인천대공원을 찾았다. 봄을 마중하기 위해서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음마다 곳곳에 숨은 나뭇가지 사이로 흐른 바람이
기분 좋게 두 손을 스친다. 자칫 쌀쌀할 수 있는 공기 속에서도 은은한 따스함을 찾아본다. 산책로마다 각기 봄을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온 시민, 포근한 날씨에 자전거를 끌고 나온 시민, 연인과 함께 나온 시민. 시민들은 아직 한기가 느껴지는 날씨 속에서도 봄을 찾듯 연신 “포근하다”, “따뜻하다”를 내뱉는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꽃봉오리
봄이 스며든 길을 따라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녹지 않은 눈 사이에 솟아난 새싹을 보며 감탄하고, 그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는다. 차디찬 눈을 뚫고 자란 연한 생명이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다른 어느 생명의 시작만큼이나 경이로운 모습이다. 이들은 이날 찍은 사진을 무더운 여름에, 추운 겨울에 하나씩 꺼내 보며 2025년 인천의 봄을 곱씹을 것이다.
인천대공원 수목원을 걷던 시민 최경희 씨는 “하루라도 더 먼저 봄을 느끼려고 왔어요. 올해 늦겨울이 유독 추웠잖아요”라며 설렘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수목원 곳곳의 초록을 하나씩 눈에 담았다. 아직은 겨울 기운이 남아 있는 바깥과 달리, 만개한 꽃들과 싱그러운 초록빛 풍경이 가득한 수목원 안은 이미 봄이다.
부드러운 솜털을 머금은 버들강아지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인천대공원
푸른 하늘 아래, 겨울을 이겨낸 꽃봉오리
사라지기 전, 더 가까이
봄은 어느 계절보다 짧아서인지, 오기도 전부터 아쉬움이 가득하다. 다 오지 않았는데도 떠날 날이 아쉽고,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는 여린 꽃잎도,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반짝이는 햇살도 괜스레 더 붙잡고 싶다. 그러니 봄이 만들어 가는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남겨본다.
짧은 봄을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다. 하루라도 먼저 나가 숨은 봄과 초록을 찾는 것이야말로 ‘봄 마중’의 묘미 아닐까.
봄 마중을 나가보자. 다시 오지 않을 올해의 봄을 맞이하며, 그리고 다시 만날 내년의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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