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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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기, 생각 나누기
호랑이해 설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김성배 인천시립미술관팀장작가 미상, ‘호랑이와 까치’, 20세기, 종이에 채색, 85×54cm, 송암미술관어흥! 임인년 검은(壬) 호랑이(寅) 해가 밝았습니다.혹시 ‘♬ 몸은 얼쑹덜쑹,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누에머리 흔들며, 전동 같은 앞다리, 동아 같은 뒷발로…♬’ 깊은 소나무 골짜기로 촤르르르르 내려오는 이날치의 범을 생각하셨나요? 그렇다면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를 찾아보시면 좋을 듯 싶어요. 오늘은 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민화 속 호랑이를 얘기해 볼까 합니다.민화 ‘호랑이와 까치’는 어떤 작품을 보더라도 비슷한 구성과 의미를 갖고 있어요. 망가져 보이는 호랑이(알리다, ‘표범 표豹’와 ‘알릴 보報’가 중국어 발음 ‘빠오’와 같다고 해서)와 명색이 산중호걸에게 무언가를 야무지게 얘기하는 까치(좋은 소식), 그리고 이들의 배경이 되어주는 한겨울에도 푸르른 소나무(정월)가 있죠. 이를 조합하면 ‘정월에 좋은 소식을 전합니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민화는 조선 후기에 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백성의 그림이에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은 단군신화부터 전래동화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친근했던 호랑이를 저마다의 해학과 풍자를 담아 표현했어요. 그리고 용 그림과 함께 정월에 대문 앞에 붙였다고 해요. 용이 오복五福을 집안으로 불러들인다면 호랑이는 기근·질병·자연재해 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준다고 믿었죠.역사 속 임인년에는 특별한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우리 모두가 팬데믹 상황을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넘겨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면 합니다.* 송암미술관(학익동
2022-02-06 2022년 2월호 -
커버스토리 - 호랑이가 산다는 그곳에 가보니
호랑이가 산다는 그곳에 가보니육당 최남선은 우리나라를 ‘호담국虎談國’이라 했다. 호랑이와 관련한 담론이 넘쳐나는 나라라는 의미다. 육당의 말처럼 우리 설화엔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로 시작하는 옛날이야기가 부지기수고, 호랑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호랑이와 관련한 지명만 해도 389개에 이른다. 호구포, 범섬, 인화리 등 인천에도 호랑이 의미를 품은 지명이 남아 있다. 그 옛날 이 땅엔 어떤 호랑이가 살았을까. 지금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임인년 설날 즈음해 ‘인천의 호랑이 땅’을 찾아가 봤다.글 최은정 본지 편집위원│사진 유승현 자유사진가도심 사이 섬처럼 남아있는 호구포대(남동구 논현동).매립으로 소금기 사라진 새 땅엔 공단과 아파트가 들어섰다.바다를 향한 포효, 호구포호구포虎口浦(남동구 논현동)는 이름 그대로 ‘호랑이의 입 모양으로 생긴 포구’라는 뜻이다. 향토사학자 고故 이훈익(1916~2002년)이 쓴 는 지금의 논현동 근처 호구포를 ‘범아가리’라 부른다고 적고 있다.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오봉산 기슭에 호랑이를 닮은 바위가 있어 ‘호구암’이라 부르며, 포구에도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호구암이 바다 건너 안산 대부도를 집어삼킬 듯이 응시하고 있어 대부도에서는 개들이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는 전설도 있다.신홍순(65) 남동문화원장은 “관련 전설이 여러 개 전해지는데, 원래 호구포의 해안선이 호랑이 아가리 모양이었다. 1879년(고종 16년) 인천도호부의 화도진을 그린 를 보면 호구포 일대의 해안선 모양이 호랑이가 바다를 집어삼킬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조선 조정은 인천 앞바다에 이양
2022-02-06 2022년 2월호 -
스케치에 비친 인천-차이나타운
청관淸館, 꺼지지 않는 불꽃‘인천, 그림이 되다.’ 낡은가 하면 새롭고, 평범한가 싶으면서도 특별한. 골목길만 지나도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도시, 인천. 추억이 그리움으로, 때론 일상으로 흐르는 공간이 작가의 화폭에 담겼다. 그 따뜻하고 섬세한 붓 터치를 따라 인천 사람들의 삶으로 들어간다. 이번 호는 굴곡의 역사 속에서 핀 ‘인천 차이나타운’. 청관회 회장인 윤의웅 화백이 그렸다. 그에게 청관淸館은 폐허 속 찬란히 빛나던 아름다움이자 닿을 수 없는 그리움 그리고 꿈이다.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임학현 포토디렉터청관 폐허의 벽,1972, 종이에 수채, 36.0×54.0cm1960년대 한국전쟁이 끝나고 예술의 토양이 척박하던 시절, 오래되고 이국적인 정취가 흐르는 청관은 화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작품 속 장소는 현 한중문화관 뒤편.폐허 속,찬란히 빛나는윤의웅 화백(78)에게 차이나타운에는 두 개의 시간이 공존한다. 1960년대, 젊은 날의 그는 종이와 그림 도구를 짊어지고 중국인 거리로 나섰다. 전쟁의 포화에 휩싸였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도시. 아픈 역사가 남긴 ‘폐허’에서 그는 시간의 연속성이 낳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 후로 청관을 찾아가 그리고 또 그렸다.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날에도 낮은 집 지붕 아래 숨어들어 기어코 화판을 폈다.“한국전쟁이 끝나고 배고프던 시절, 예술의 토양은 더 척박했어요. 고태미古態美와 퇴적미堆積美가 흐르는 청관은 창작 욕구를 쏟아붓게 하는 또 다른 자아이자 안식처였지요.”가난을 넘어 예술가의 삶으로 주저없이 걸어 들어갔다. 자유공원 아래 골목골목엔 속살을 스스럼없이 드러낸 남루한 집이 즐비했다. 쏟아지
2022-02-06 2022년 2월호 -
코로나19 시대, 빛나는 인천 ①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코로나 19 _ 불 켜진 17,520시간오늘도 우리는 흔들림 없이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다. 더 나아가기 위해 잠시 주춤한 것일 뿐. 우리는 믿는다. ‘함께라면’ 더 나은 내일이 열린다고. 언젠가 오늘이 의미 있는 싸움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코로나19에 맞서, 서로에게 빛이 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 첫 번째로 24시간 희망의 불빛을 밝히는, 인천 보건환경연구원을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난 지 딱 2년째 되는 날이었다.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오미크론을 포착한, 그날 밤 지난해 11월 29일,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질병연구부 연구실. 시곗바늘은 오후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성숙(43) 연구사의 눈에 기존 변이 패턴에서 벗어난 바이러스가 포착됐다. 새벽 한 시 반까지 확인 실험을 거듭한 끝에, 오미크론(Omicron)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났다. 불과 사흘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을 우려 변이로 지정한 터였다. 손에 들고 있는 결과지가 불러일으킬 파장에 머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지’ 앞날을 내다볼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알파, 델타, 오미크론까지. 지난해는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오 연구사는 짓누르는 부담감에 그날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2022년 1월 현재,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국내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0.16%로 나타났다. 88만 85건. 2022년 1월 19일 기준,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질병연구부가 실시한 검체 누적 검사량이다. ‘24시간 검사 시스템’으로 코로나19를 연구하고, 찾고, 막아낸 시간.
2022-02-04 2022년 2월호 -
기획 -인천 도심 속 초록 정원
한겨울, 초록이 주는 위로“따사로운 실내 정원으로 가요” “꽃 한 송이 피면,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진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연은 신비롭고 위대하다.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어버린 요즘, 초록빛 잎새만큼 우리에게 큰 기쁨과 위로를 주는 존재가 있을까. 사시사철 따사로운 실내 정원에 초록 식물을 들인 이유다. 여기 한겨울에 피어난 싱그러운 초록 세상이 있다. 싱싱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그곳으로 가보자. 글 최은정 본지 편집위원│사진 김대형 자유사진가 최근 송도유원지에 문을 연 ‘포레스트아웃팅스.’ 열대 식물 700그루가 우거져 있어 숲 속에 들어간 듯 하다.도심 한가운데 ‘거대한 초록 숲’ 지난해 말 송도유원지 동남쪽 야트막한 언덕에 푸르디푸른 열대우림이 들어섰다. 건축 고수들이 빚어낸 높이 5m의 실내 정원엔 대형 소철, 홍콩야자, 몬스테라, 바나나나무 등 열대 식물 700그루가 우거져 있다. 사시사철 울창한 초록 숲과 물이 흐르는 인공 연못이 한가운데 있어 대자 연에 버금가는 풍경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곳곳에 마련된 크고 작은 테이블, 방석이 놓인 좌식 테이블에 취향껏 앉으면 된다. 어깨 위로는 유리 천장을 통해 따스한 햇살이 기분 좋게 쏟아져 내린다. 음료와 빵뿐 아니라 든든한 식사도 가능하다. 인기 메뉴는 포레스트 피자, 시금치 페스토 파스타, 흑임자 귀리 커피 라테. 송도 포레스트아웃팅스 인천광역시 연수구 청량로 145 | ☎ 0507-1377-3750 | 반려동물 입장 불가 꽃을 닮은 모녀가 정성스레 가꾸는 꽃집 겸 카페, ‘로즈스텔라정원.’ 꽃을 닮은 모녀의 ‘향기로운 정원’ 공기 좋고 물 맑은 계양구 다남동의 소촌마을에서 발견한 로즈스텔라정원.
2022-02-04 2022년 2월호 -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인천체육고등학교
몸과 마음 모두 바르고 건강한 인재 양성 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하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스물한 번째 등굣길을 따라 서구 청라국제도시로 발길을 옮긴다. 방학인데도 훈련에 여념 없는 학생들로 인천체육고등학교는 추운 겨울임에도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새 학기 학생회장을 맡은 2학년 정단비(18) 학생, 양봉열(46) 진로·진학 부장교사와 학교 곳곳을 거닐며 구슬땀을 흘리는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글 김지은 자유기고가│사진 김범기 자유사진가 새 학기 학생회장을 맡은 2학년 정단비 학생과 양봉열 진로·진학 부장교사.10대, 인생의 출발선에서 학생 선수로 살아간다는 건 연일 한파가 몰아치더니 모처럼 환한 햇살이 쏟아졌다. 두꺼운 패딩 속에 몸을 웅크리고 다녔는데 오랜만에 굽은 어깨가 펴지는 것 같았다. 인천체육고등학교(이하 인천체고)에 들어서자 활기가 넘쳤다. 곳곳에서 기합 소리와 구령 소리가 들려왔다. 방학이라 해도 학생 선수들은 마냥 휴식을 취할 수만은 없을 터. 짧은 휴가를 마치고 한창 동계 훈련 중이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해요. 학생 선수이기 때문에 일반 학생과는 다른 일과를 보내죠. 우선 새벽 훈련을 하고 수업을 시작하고요, 수업이 끝나면 다시 오후 훈련과 야간 훈련을 해요. 방학 때도 하계·동계 훈련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거의 1년 내내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정단비 학생은 학생 선수이기 때문에 가져야 할 책임과 역할에 대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공부에 운동까지, 한 가지만 해도 벅찰 법한데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는 만
2022-02-04 2022년 2월호 -
시민이 소개하는 우리 동네 -부평도서관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글 김정선(부평구 경원대로)인생 대부분을 부평에서 살아온 나에겐 곳곳에 저마다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부평도서관은 애틋한 기억들로 가득하다. 고등학생 시절, 주말이면 공부한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왔지만 정작 공부는 뒷전이고 열람실을 오가며 잘생긴 남학생들을 쳐다보기에 바빴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다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던 곳이 바로 여기다. 지금도 부평도서관 가는 길을 걷다 보면 오늘은 반드시 공부할 거라면서 문제집으로 꽉 채운 가방을 낑낑거리며 메고 가던 그때의 내가 떠오르곤 한다.사실 한참 동안 부평도서관을 잊고 살았다.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면서 부평도서관은 차츰 기억에서 희미해져 갔다.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건만 단 한 번도 발길을 돌려본 적이 없었다. 도서관은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올 일이 없었던 것 같다. 바꿔 말하면, 한동안 공부는 물론이고 책과도 담을 쌓고 살았다는 말일 테다.동네 친구와 결혼해 부평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아이가 생겨 행동반경이 좁아지면서 자연스레 부평도서관이 궁금해졌다. 아이와 같이 가도 좋을 장소가 그리 많지 않은데 부평도서관은 그런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다.어린이 자료실에서 아이와 책을 읽기도 하고, 굳이 책을 읽으러 가지 않아도 산책 겸 들러 책을 한 권 빌려오기도 한다. 여섯 살 꼬맹이인 우리 아이는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일이 그저 재미있는 모양이다. 다 읽지 않은 책도 얼른 도서관에 가져다주자며 자꾸 외투를 꺼내 입는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 진득하게 열람실에 앉아 책을 읽을 순 없지만 언젠가 우리 아이도 내가 그런 것처럼 친구
2022-02-04 2022년 2월호 -
인천 미소 -독자 후기
보고 싶다 듣고 싶다 ‘시민 목소리’새 모습으로 단장한 2022년 을 기대하며집으로 곱게 도착한 1월호를 보고 새해가 시작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흰 눈으로 덮인 계양산의 풍경이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안보윤 작가가 올해부터 소설을 연재한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큽니다. 2022년 에서 안보윤 작가의 작품을 읽었는데 이제는 매달 읽을 수 있다니 정말 설렙니다.김이진 서구 청라커낼로인천시민의 새해 다짐이 궁금합니다1월호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커버스토리’였습니다. 정확히는 ‘염불보다 잿밥,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갔습니다. 올해 저의 새해 다짐을 보내면 인천시 만년 다이어리를 준다니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여기에 먼저 공개하자면, 첫 번째, 매일 다섯 가지 감사거리를 찾고 세 가지 감사 표현을 하는 ‘153 감사 노트’를 기록할 겁니다. 두 번째, 하루 1만 보 걷기를 실천하고 세 번째, 1일 10분 멍때리기를 통해 나를 위한 휴식을 하렵니다.김숙경 동구 송림로부평구민으로 캠프마켓을 응원합니다은 매달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서 늘 곁에 두고 읽고 있습니다. 1월호에서 ‘스케치에 비친 인천’의 ‘80년의 기다림, 다시 찾은 땅 캠프마켓’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부평구민이기 때문에 그 기사가 더 절실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캠프마켓이 인천 사람들의 품으로 온 것을 환영합니다.이솔미 부평구 부영로코로나19, 으로 ‘극복’집 밖으로 나가기 고민되는 요즘, 매달 받아 보는 이 큰 위로가 됩니다. 좋은 곳들의 멋진 사진으로 눈호강도 하고 역사나 문화 관련 이야기에 양질의 지식도 쌓고 있습니다. 직접 가보고 느낄 수는 없지만 을
2022-02-04 2022년 2월호 -
인천공무원이 간다 -김형석 수의주사보
“야생동물을 사랑해야 우리도 잘 살 수 있습니다” 글 김진국 본지 편집장│사진 김범기 자유사진가세차게 날개를 퍼덕였지만 ‘벌매’는 날아오르지 못했다. 바닥에서 퍼덕대는 새의 날갯짓은 땅바닥을 쓸 뿐이었다. 두릿두릿, 힘이 빠진 새의 새카만 눈동자가 거칠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이따금 입을 쩍쩍 벌리며 파르르 떠는 새의 몸으로부터 고통이 전염돼왔다.방사선 촬영 결과는 심각했다. 한쪽 날개 뼈가 완전히 으스러져 있었던 것이다. 차량과 같은 단단한 물체와 충돌한 뒤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게 틀림없었다. 김형석(38,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수의주사보) 주무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새의 부리에 산소호흡기가 씌워졌고, 전신마취를 한 새의 날갯죽지 사이로 메스를 든 김 주무관의 손이 천천히 지나갔다. “다친 날개를 그냥 두면 통증이 악화돼 몸 전체가 썩어 들어갈 수 있는 상태였거든요.” 2년 전, 한쪽 날개를 잃은 벌매는 덕적도로 돌아가지 못 했다. 대신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연수구 송도국제대로 372번길 21)라는 보다 안전한 둥지를 만났다. “다치거나 아픈 야생동물을 치료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우리 센터가 하는 일입니다. 날개가 없는 새는 스스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벌매는 저희와 함께 살게 되었죠.” 수의사인 김 주무관이 인천시 공무원이 된 건 2017년 11월 30일.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수의사로 일하던 그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뭔가 더 유의미한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개소를 준비 중인 인천시가 수의사 공무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제가 일하
2022-02-04 2022년 2월호 -
알아두면 유용한 사이트 안내
2022-02-04 2022년 2월호
- 자료관리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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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2
- 최종업데이트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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