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지난호 보기

인천 공무원이 간다-박규웅 인천시청 건강체육국장

2020-06-02 2020년 6월호

9급 서기보로 시작, 공무원 외길 40년 걸어온 ‘공직 선산지기’
공무원 박규웅

공무원은 지역 사회를 개선할 의무와 권한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성실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민의 욕구를 찾아내 개선하는 일에 팔을 걷어붙여야 합니다.

글 김진국 본지 총괄편집국장│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일요일 오전 7시30분 인천시청 건강체육국장실. 대추씨 같은 사람이 서둘러 노란점퍼로 갈아입는다. 책상 위엔 A4용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오전 8시15분. 컴퓨터 모니터와 보고서류를 한참동안 검토하던 그가 벌떡 일어나 청사 별관 IDC빌딩으로 향한다. 왼손엔 두툼한 서류와 업무수첩이 들려 있다. 6층 재난상황실에 들어선 그가 열심히 메모를 한다. 회의진행을 준비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회의가 끝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다시 재난대책안전본부로 내려온 그가 그새 쌓인 보고서를 들춰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회의, 보고, 모니터, 출장, 지시 등 하루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밤 11시~12시.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재난안전대책본부 통제관의 운명이다. “시장님을 중심으로 요즘 시청직원들은 다 저처럼 살아요. 코로나19 발생 이후 제대로 쉬어본 날은 1월 28일 설날 당일뿐이었던 것 같네요. 잠잠해 질만하면 튀어나오고 해서 긴장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박규웅(59) 인천시 건강체육국장. 그는 오는 7월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정년을 앞두고 공직생활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 그렇지만 정년 뒤 계획은커녕 어떤 다른 생각을 할 0.1mm의 틈도 없다. 허리척추 골절 영구장애로 불편한 몸이지만 오늘도 딱딱한 야전침대를 떠날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와의 사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1980년 9급서기보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으니 올해로써 꼭 40주년이 됐다. 돌아보면 아픈 기억이 많다. 중·고생 56명이 사망한 인현동 화재사건, 연안부두 포장마차상인 분신자살기도 등 중구 담당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감당하기 힘든 사건을 많이 겪었다. IMF로 ‘공무원 30% 줄이기’를 추진하던 1998년~2003년엔 험한 꼴을 무수히 당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동료 선후배를 정리하는 기획팀장 이었거든요. 술집에 가면 술병이 날아오고, 사무실 문을 부수며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어요. 저를 보면 욕을 하며 고개를 돌리는 동료들이 많았어요.” 부하직원이 심장마비로 쓰러져 순직할 정도로 감당하기 힘든 업무였다. “당장 밥줄이 끊어지는데 가만있을 사람이 있겠어요? 당시엔 정말 땅속으로 스며들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2007년 인천시청 발령을 받은 그는 지난해 적수사태를 겪으며 또다시 홍역을 앓는다. 수돗물 피해 보상을 담당하는 예산담당관이었던 것이다. 겨우 사태를 진정시키고 건강체육국장으로 승진해 ‘이젠 좀 괜찮겠구나’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펑’ 하고 코로나19가 터져버렸다. 물론 보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가연성·건축 폐기물 쓰레기봉투 개발, 광고물관리 전산화 등 전국 최초로 창안해 각 지자체가 벤치마킹해간 사례가 수두룩하다.
인천에서 초·중·고·대를 나온 박 국장은 뼈 속까지 인천사람이다. “평생 인천에서 밥 먹고 살았습니다. 정년 이후에도 고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까 합니다.” 다음달이면 시청을 떠나는 박 국장은 후배들에게 할 말도 잊지 않았다. “공무원은 지역사회를 개선할 의무와 권한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성실한 자세로 공부하고 시민의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마음을 활짝 열면 살고 싶은 도시가 빨리 찾아올 겁니다.” 그가 돋보기 너머로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보고서를 넘기는 손끝에서 ‘공직 선산지기’의 향기가 솔솔 피어올랐다.



첨부파일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1).jpg 미리보기 다운로드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2
  • 최종업데이트 2025-03-12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계정선택
인천시 로그인
0/250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