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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람-시사만평가 유사랑
상처 입은 영혼의 오디세이
시사만평가 유사랑
27년 역사의 <굿모닝인천>이 처음으로 인천시 정책 만화를 연재한다. 시사만평가이며 커피 화가인 유사랑이 ‘함축과 재미’를 모두 담아 꾸려갈 계획이다. 그에게 인천은 지치고 힘들 때 위안을 주는,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곳보다 더 고향 같은 도시다. <굿모닝인천> 지면을 책임지게 되어 작가로서 또 시민으로서 자부심이 크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장│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유사랑 작가는 근 30년을 이방인으로 살았다. 20년 넘게 인천에 살면서도 집 밖은 낯선 도시고, 20년 넘게 활동한 서울도 해가 지면 서둘러 떠나야 할 일터일 뿐이었다. 돌아보면 그는 어디에도 온전히 속한 적이 없다. 시사만평가로서의 삶은 타협할 줄 모르는 유사랑 작가에게 위태로운 줄타기 같았다. 이런저런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는 적당히 머무르는 대신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신문사에서 신문사로 떠돌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25년 언론계 생활을 청산할 때는, 아무 미련도 남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식당에서 그는 여전히 이방인이었다. 억지로 3년을 버틴 끝에 사업을 접고 나니, 서울에는 그나마 일터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지치고 상처 입은 유사랑 작가가 머물 곳은, 별다른 애정도 관심도 없었지만 가족과 집이 있는 인천뿐이었다.
처음 인천에 살 집을 마련할 때 유사랑 작가가 관심 있게 본 것은 지하철 1호선 노선도가 전부였다. 중앙 일간지가 모여 있는 서울시청역까지 수월하게 출퇴근할 수 있으면서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지점에 주안역이 있었다. 아내와는 농담 반 진담 반 10년마다 새로운 도시에 살아보자며, 첫 10년을 살 곳으로 인천을 택했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인천을 떠나지 못한 이유는, 인천에 속한 아이들의 삶을 흔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사랑 작가 자신의 삶은 인천 밖을 향해 있었다.
좌절만 남긴 사업을 끝으로 서울을 완전히 떠나고서야 유사랑 작가는 온전히 인천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릴없이 집에만 있을 순 없어 걷기 시작한 소래습지에서 비로소 ‘인천 사람’의 삶을 시작했다. 인천의 풍경 속으로 걷고, 사람을 만나고, 차를 마시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제는 인천을 쓰고 그리는 작가로 살고 있는 그에게, 인천은 더 이상 낯선 도시가 아니다. 30년 가까이 이방인으로 떠도는 고단한 여정 끝에, 마침내 몸과 마음이 머무를 ‘집’을 찾은 것이다.
평소 <굿모닝인천>에 대한 생각과 처음 고정으로 정책만화를 맡게 되신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굿모닝인천>은 전국에서도 인정받는 우수 잡지로 손꼽힙니다. 인천 시민들의 큰 자랑거리이기도 하고요. 기사의 질과 취재 역량, 역사에 있어서 단연 독보적입니다. 지역 전문 잡지로서의 역사성과 노하우도 탄탄하고요. 이런 <굿모닝인천>에 정책만화를 선보이게 돼, 작가로서 또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딱딱할 수 있는 시정과 정책을 어떻게 재미있게 설명할 지도 고민입니다. ‘함축과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그려 나가겠습니다.
서울 중앙 일간지에만 계시다가 인천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셨습니다.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겠지요.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한 신문사를 나오면서 다시는 이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말자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지쳤었지요. 그런데 결국 미우니 고우니 해도 내 천직은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이더라고요. 마침 고맙게도 일하라고 먼저 손을 내밀어준 분이 있어서 만평전을 열었고, 덕분에 다시 활동할 힘을 얻었습니다. 처음으로 직접 일을 찾아 나서면서, 인천일보에도 연락을 했고요. 인천 지역 일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인천 언론계에는 저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동안 해본 적 없던 자기소개부터 하고, 만평 한번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5년 전입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인천에서 활동을 시작하신 거네요.
기왕 지역에서 일하는 거 인천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인천 기사를 열심히 챙겨 보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인천에서 활동하면서 인천 문화·예술계에 아는 사람이 너무 없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즈음 인천시 인터넷신문 ‘아이뷰i-View’를 알게 됐고, 그 일을 하면 인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객원기자 모집에 지원해서 ‘커피로 그리는 인천 만화萬話’ 칼럼 연재를 시작했고, 덕분에 130명 넘는 인천 사람을 만났습니다.
시사만평가만큼 커피 화가로도 유명해지셨습니다. 커피 그림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한참 일이 없을 때 시흥에서 작업하는 친구를 자주 찾아갔습니다. 근처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곤 했는데, 어느 날은 소일거리를 찾다가 문득 커피로 그림을 그려봤어요. 에스프레소를 찍어서 티슈에 그리니 제법 농도가 조절돼 그때부터 커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린 그림은 선물하고, 커피는 공짜. 나중에는 카페 사장님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먼저 연락할 정도가 됐지요. 그러다 마침 커피비평가협회에 신문사 편집장 출신 지인이 있어서, 협회 행사에 초청받으면서 공식적인 커피 화가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인천과 인천 사람들을 겪어보니 어떠세요?
저도 항구 도시 출신이지만, 인천만의 특별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관문이면서 수도로 가는 뱃길이 있었고, 개항이 시작된 도시이자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사건도 많고요. 특히 외지에서 흘러와 정착한 인천 사람들을 만나보면 남 같지 않은 동질감을 느낍니다. 바다를 등지고 있다는 건, 더 갈 데가 없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그게 엄청난 희망이고 에너지가 될 수 있거든요. 인천은 신도시와 원도심의 간극이 큰 도시인데, 저는 그게 꼭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인천이 가진 역동성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인천만의 특별한 매력이 담긴 풍경을 만나면 그림으로 남겨두곤 합니다.
앞으로 더 그리고 싶은 인천의 풍경이 있을까요?
인천의 섬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섬에서 태어나서 계속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지요. 커피로 집도 그리고 사람도 그리고. 지금 연재하고 있는 인천 사람들 인터뷰 칼럼도 물론 계속해야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나름의 이야기로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인천을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작가님에게 인천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인천은 저를 닮은 사람들이 살고, 집밥처럼 평범하고, 그래서 애틋해요. 커피로 비유하자면 진하고, 첫맛은 쓰지만 고유의 풍미가 살아 있는 에스프레소 같은…. 인천도 그렇게 진하고, 특유의 맛이 있고,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송도국제도시의 화려한 고층 빌딩과 화수동 골목의 기우뚱한 옛집, 소래포구 앞바다와 덕적도 바다, 썰물 때 갯벌이 앙상하게 드러난 바다와 밀물 때 바닷물로 출렁이는 바다를 생각해 보세요. 극과 극으로 다르면서 저마다의 강렬함이 있습니다. 제 인생에 고비가 닥치지 않았다면 아직도 인천이라는 특별한 도시를 제대로 모르는 채, 몸은 인천에 있으면서도 서울만 바라보며 살았을 거예요. 그러고 보면 저를 좌절하게 만든 고난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토록 아팠던 시련이 저를 ‘인천 사람 유사랑’으로 만들어준 셈이니까요.
인천을 쓰고 그리는 작가로 살고 있는 그에게, 인천은 더 이상 낯선 도시가 아니다.
30년 가까이 이방인으로 떠도는 고단한 여정 끝에, 마침내 몸과 마음이 머무를 ‘집’을 찾은 것이다.
시사만평가 유사랑의 이야기는 인천시 발행 단행본 <인천, 사람>에도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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