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시민 리포트 : DMZ 평화의 길 테마 노선
비무장지대로 떠난 평화여행
DMZ 평화의 길 투어
지난 4월 18일, 강화군 비무장지대 인근 ‘DMZ 평화의 길’ 강화 테마노선이 개방됐다. 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은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의 생태, 문화, 역사 자원을 통해 안보와 자유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안보·평화관광 프로그램이다. 시민기자인 내가 친구와 직접 강화 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을 걸어 보았다.
글. 이재이 시민기자
강화전쟁박물관 전망대에 오르는 이재이·정인희 시민
드디어 만날 수 있는 신비의 DMZ
얼마 전 알고리즘을 타고 탈북민이 나온 유튜브 영상을 본 나는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특히 DMZ는 평소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런 곳을 직접 걸어볼 수 있는 테마여행이 있다고 해서 직접 참여하게 됐다.
2021년에 시작된 ‘DMZ 평화의 길’은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의 생태, 문화, 역사 자원을 통해 안보와 자유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안보·평화관광 프로그램이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평화의 길 공식 누리집(www.dmzwalk.com)과 코리아둘레길 걷기여행 모바일 앱 ‘두루누비’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나는 두루누비 앱을 깔고 예약을 진행했다. DMZ 평화의 길 코스와 시간을 선택한 후 신청서를 작성한다. 참가비는 1인당 1만 원이다. 예약을 완료하고 나면 QR코드가 휴대전화로 전송된다.
DMZ는 세계 유일 분단의 현장이면서 천혜의 자연 생태계가 보존된 곳이다. 분단의 아픔과 그리움이 가득한 DMZ 평화의 길은 접경지역의 번영과 발전을 촉진하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곳이다. 이곳에서는 일반 여행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는 군사지역 등 DMZ 접경 지역을 직접 둘러볼 수 있다.
DMZ에 방문하는 만큼 유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참가할 때는 신분증과 QR코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군사 보호구역 내 지정된 노선만 이용 가능하고 지역 특성상 사진 촬영도 제한될 수 있다. 생수 이외의 음식물은 반입 금지로 안보 지역 특성상 반려동물 출입도 제한된다.
나는 강화평화전망대 코스를 선택해 참가비를 지불하고 예약을 완료했다. 그리고 여행 당일, 신분증과 QR코드를 챙겨 특별한 주말 나들이를 나섰다. 집결지는 오전 10시 강화군에 있는 강화전쟁박물관이었다.
강화전쟁박물관은 둘레길 시작을 위한 집결지다.
강화에서 시작한 평화의 길 걷기
나에게 강화는 같은 인천인데도 너무 먼 지역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은 국가적 위기의 순간마다 피난처의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키는 데 일조한 지역인 것이다. 강화 테마노선은 강화전쟁박물관,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 강화평화전망대, 의두분초, 대룡시장, 화개정원을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돼 있다. 철책선을 따라 걷는 약 1.5㎞ 구간을 포함해 전체 이동 거리는 62.5㎞이며, 소요 시간은 약 5~6시간이라고 한다.
강화전쟁박물관에 방문한 우리는 간단한 안내와 함께 물, 송신기, 안내 책자 등을 전달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본격적인 강화 DMZ 평화의 길 투어코스를 시작했다. 첫 번째 코스는 강화도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이다.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6.25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다. 나도 약식으로 헌화 참배를 하고 묵념하며 참전용사의 희생과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망원경으로 북한을 살펴보고 있다.
‘DMZ 평화의 길’ 강화 테마노선도
손 뻗으면 잡힐 듯 가까운 북한
이후 코스는 강화 테마노선의 주요 명소 중 하나인 강화평화전망대다. 이곳은 북한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로, 2008년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던 민통선 북방지역에 개관됐다고. 전망대에서 개성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18km로, 날씨가 맑은 날에는 저 멀리 송악산 능선까지도 볼 수 있다. 망원경으로 보면 너무나도 또렷이 북한의 모습이 보인다. 때를 잘 맞추면 농번기에는 모내기하는 농민과 자동차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총 4층 규모로 지어진 강화평화전망대 실내에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방금 둘러본 3층 전망대 이외에도 1~2층에는 북한의 삶과 문화가 담긴 전시관과 6.25전쟁 역사와 강화도 전쟁사에 대한 전시관이 있었다. 통일염원소에는 방문객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이 담긴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전시실에서는 북한의 일상 가정을 재현해 놓은 작은 모델하우스와 북한 지폐, 북한 말퀴즈 등을 즐길 수 있었다. 옥외로 나오면 더 생생하게 북한을 바라볼 수 있다.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북녘땅까지의 거리는 불과 2.3km라고 한다. 걸어서 고작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북한 땅이 있다니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서로 왕래하지 못하는 분단의 현실이 몸소 다가왔다. 다음 코스인 의두분초와 불장돈대는 시설 개선 정비로 임시 미운영되고 있어 아쉽게 발을 돌렸다.
벚꽃이 핀 강화전쟁박물관
먹거리가 가득한 대룡시장
북한 황해도의 시장을 재현한 골목시장
다음에는 강화도 교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인 대룡시장으로 이동했다. 교동도는 북한 황해도 연백군과 마주 보는 접경지로 최전방의 섬이라고 한다. 6.25 때 황해도 연백군에서 교동도로 잠시 피난 온 주민들이 한강하구가 분단선이 되어 고향에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향에 있는 연백시장의 모습을 재현한 골목시장이다.
대룡시장은 타 지역과는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전통시장이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모습인데, 먹거리, 볼거리가 가득하다.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구경을 시작했다. 호떡, 핫도그, 호두과자 같은 일반적인 간식부터 강아지떡 같은 생소한 음식도 판매되고 있었다. 강아지떡은 대룡시장의 인기 먹거리 중 하나인데, 귀여운 이름과 달리 일제강점기에 쌀 수탈을 피해 만들었다는 슬픈 역사가 담겨 있다.
소소한 풍경의 시장 골목
봄을 배경으로 선 두 시인
꽃이 만개한 화개정원
평화와 희망의 염원을 담은 봄의 정원
강화 DMZ 평화의 길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교동도 화개정원이었다. 이곳도 요즘 인기가 많은 여행지라고 한다. 실제로 다른 여행지보다 사람이 많기도 했다. 산의 형태가 솥뚜껑을 닮아 이름 붙여진 화개산은 교동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중심부라고 한다. 화개산에 평화와 희망의 염원을 담아 조성한 것이 이 화개정원이라고. 물, 역사·문화, 평화, 추억, 치유의 정원이라는 5개의 테마 공원으로 조성된 화개정원은 알록달록 만개한 꽃들과 숲, 폭포 등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한창 꽃이 만발한 계절에 방문한 덕분인지 녹음과 꽃이 가득해서 봄나들이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곳은 실제 연산군의 유배지이기도 하다. 역사 속 실제 공간을 재현한 조형물도 배치되어 있다. 교동도는 연산군 외에도 조선시대 왕족의 단골 유배지였다고 한다. 광해군과 안평대군, 임해군, 경안군 등 여러 왕족이 이곳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고 한다.
사실 20대인 나는 분단의 현실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과거에는 방송에서 ‘이산가족 찾기’ 방송도 했다는데 탈북민을 만나거나 북한에 대해 직접 겪은 바가 없으니, 현실로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DMZ 지역을 직접 걷고 둘러보니 잘 알지 못했던 분단의 현실, 그리고 실향민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피부로 느껴졌다. 평소 무심했던 분단의 현실을 마주하고 스스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인식을 일깨울 수 있는 뜻깊은 하루였다.
Info.
거리 62.5.km
강화전쟁박물관-6·25참전용사기념공원-강화 평화전망대-의두분초-불장돈대 직전-대룡시장-화개정원
032-930-3562
※ 도보구간(의두분초-불장돈대, 1.5km)은
시설 개선 정비로 임시 미운영됩니다.
※ 생수 외 음료 반입 금지
※ 반려동물 출입 제한
QR
QR코드를 스캔하시면 DMZ 평화의 길 예약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 첨부파일
-
- 이전글
- 나의 인천 : 가수 김수찬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