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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리포트 : 남북청소년 축구교실
축구공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
남북청소년 축구교실 관전기
지난 9월, 전국 최초로 인천시가 남북청소년 축구교실의 문을 열었다. 청소년들은 축구를 통해 협동과 화합의 정신을 배우고 있다. 아이가 축구교실에 참가 중인 학부모 시민기자를 통해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서다현 시민기자 사진. 박시홍 포토디렉터

축구로 하나가 된 남북청소년 친구들
축구와 함께 성장하는 나날
2년 전,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던 무렵 인천유나이티드아카데미 논현지부 축구교실이 문을 열었다. 활달하게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의 성향에 맞춰 자연스럽게 참여를 결정했다. 그동안 아이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말마다 쉬지 않고 축구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을 쫓았다. 축구에 대한 흥미와 애착이 점점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느리고 소극적이었던 성격이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점점 자신감으로 바뀌어 갔다. 반복되는 연습과 경기 경험이 쌓이자, 실력뿐 아니라 사회성과 책임감도 함께 자라났다. 최근에는 집에서도 스스로 운동하고, 아빠의 코치 없이도 자신의 목표를 세우며 성장의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논현지부에서 전국 최초로 북한이탈주민 자녀와 남한 청소년이 함께하는 ‘남북청소년 축구교실’을 개설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 축구교실은 인천통일플러스센터가 추진하는 통일공감대 확산 프로그램의 하나로, 아이들이 평화와 통일의 씨앗을 마음에 품고 자라길 바라는 사회의 기대가 담겨 있다고 한다. 감독님의 설명을 듣고 참여를 결심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이들이 서로 어색해하지 않을까?’, ‘남북이라는 말 자체가 혹시 벽이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수업 현장을 직접 지켜본 뒤에는 그런 우려가 무색해졌다. 필드 위에서 남북 아이들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았다. 감독님들도 출신으로 누군가를 구분하지 않는다. 공을 가지고 뛰어노는 아이들은 모두 ‘축구교실에 참가하는 친구’였다.

감독과 코치의 지시에 따라 연습 중이다.
팀워크를 배워가는 아이들
남북청소년 축구교실은 9월부터 인천유나이티드아카데미 논현지부 풋살 축구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3개월간 주 2회, 아이들은 전문 코치의 지도로 수업을 받는다. 초등학생 1~2학년 / 3~4학년 / 5~6학년으로 팀을 구분했는데, 우리 아이는 1~2학년 팀 소속이다. 우리 아이처럼 논현지부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아이들도 있어 ‘실력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을까?’ 잠시 걱정했지만, 막상 수업 현장에서는 모두 비슷비슷한 또래였고, 경쟁보다 함께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더 짙었다. 가끔 말투가 조금 다른 걸 느끼고 이유를 묻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감독님이나 학부모가 친절히 설명해 준다. 아이들은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을 ‘사투리 쓰는 친구’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북한이탈주민 출신 부모님들도 우리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평범한 학부모였다. 가끔 현장에서 “언제 오셨나요?”, “요즘 아이 체력이 좀 는 것 같지 않나요?”하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같 은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고 운동시키는 평범한 이웃일 뿐, 특별한 것도, 어색할 점도 없었다.

경기를 마치고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화합과 어울림
오늘은 9월 둘째 주 토요일, 남북청소년 축구교실의 두 번째 수업이 진행되는 날이다. 시간이 되자,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하나둘 풋살축구장에 도착했다. 함께 수업을 듣는 아이는 10명 정도. 친구들과 섞여 드리블과 패스를 배우고, 규칙과 스포츠맨십을 익힌다. 아직 2회차 수업이라 서로가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뛰는 게 재미있다”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공을 차며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 얼굴에는 ‘함께 해서 신난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이것이 바로 현장에서 완성되는 진짜 화합이 아닐까.
그동안 경험해 본 바로는, 아이들은 경기를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쩍 가까워진다. 체력뿐 아니라, 협동심이나 책임감, 배려와 같은 값진 마음가짐이 자연스럽게 자라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진행될 다양한 경기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10월에는 논현지부 축구교실 아이들과 함께 ‘2025 인천 축구 꿈나무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11월에는 남북청소년 단합 축구 경기를 위한 친선경기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남북이라는 이름은 어느새 사라지고, 모두가 한 팀, 친구가 되는 현장. 그 따뜻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우리 아이가 뛰고 있다는 사실에 부모로서 벅찬 자부심을 느꼈다. 이 소중한 경험이 각자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남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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