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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소개하는 우리 동네

2023-04-03 2023년 4월호


아주 오래전, 깊고도 맑은 물의 기억
용동큰우물

글 원주연(중구 우현로)



인천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며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다. 송도국제도시에 가면 첨단 기술과 문화를 만날 수 있고, 강화도에 가면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에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풍경은, 세월의 깊이와 무게를 느낄 수 있는 바로 우리 동네, 중구 인현동이다. 사실 지명으로 말하면 이 동네 사람이 아니고선 잘 모른다. “동인천역 근처 살아요!”라고 말해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곤 한다. 흔히 동인천역 하면 애관극장, 자유공원, 신포닭강정 등을 떠올린다. 그런데 내가 최고로 꼽는 건 바로 용동큰우물이다. 용동큰우물이 그 무엇보다 가장 어른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곳에 와본 건 아마도 초등학생 무렵이었을 것이다. 책 속에서 본 우물이 진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린 마음에 적잖이 놀랐다. 물론 실제 사용하는 우물이 아니라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었지만,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했다. 그때는 우물을 막아둔 나무 뚜껑을 열고 그 안을 한번 들여다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깊을지, 물이 아직 남아 있는지 궁금했다.
요즘 용동큰우물 앞을 지날 때면 소개 글을 찬찬히 다시 한번 읽어보곤 한다. “1883년 인천 개항 무렵에 현재와 같은 우물로 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로 시작하는 설명을 보면서 벌써 나이가 140살도 넘었구나, 감탄하며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아주 예전에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이 우물 곁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물을 길어 맛있는 밥을 지었겠다’ 하며 그때 그 시절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것이다.
요즘 원도심 여기저기서 재개발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들리곤 한다. 분명 더 살기 좋게 변화하고자 하는 일이겠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 시간과 역사가 담긴 곳은 그 변화 속에서도 잘 보존되기를 바란다. 오래된 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인천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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