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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천 : 이형우 마술사
인천에서
마술을 꽃 피우다
이형우
어린 시절, 부평의 한 문방구 앞에서 손에 쥔 작은 마술 도구 하나. 그 순간, 한 소년의 가슴속에 마술이라는 꿈이 피어났다. 시간이 흘러, 그는 진심을 전하는 마술사가 되었다. 단순한 기술이 아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술을 펼치며. 인천에서 꿈을 싹틔운 그가 또 다른 꿈을 꾸는 이들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진심을 전하는 마술사 이형우
안녕하세요, <굿모닝인천> 독자 여러분.
저는 청년 마술사, 진심을 전하는 마술사 이형우입니다.
매일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마주하고, 그들에게 신비로움과 즐거움을 전하는 것이 제 일상입니다. 마술사라는 직업에는 힘든 점도 있지만, 공연을 본 관객들이 환하게 웃고 감동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낍니다. 지금은 마술이 제 삶의 중심이지만, 처음 마술을 접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저 역시 신비롭고 낯선 세계 앞에서 설레던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나의 고향, 인천에서였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부평초등학교를 다니던 저는 방과 후 친구들과 문방구 앞에서 모여 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방구 뽑기에서 분홍색 성냥갑 마술도구를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작은 성냥갑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여준 뒤 신호를 주면 원하는 물건이 나타나는 단순한 마술 도구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치 마법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민들과 소통하는 마술사 이형우
‘내일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보여줘야지!’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서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마술 도구를 통해 저는 마술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되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저는 고향을 떠나 부산에 있는 매직엔터테인먼트에 진학해 마술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노력한 끝에, 국내외 마술대회를 석권하며 세계마술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마술을 선보이고 내려온 순간, 문득 처음 인천에서 마술사의 꿈을 품었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작은 장난감 마술 도구를 손에 쥐었던 그날의 설렘이, 이제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꿈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세계 마술사 앞에서 공연했던 그 순간은 제게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FISM에서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 마술 올림픽 FISM에 출전했다.
지금 저는 공연자로서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티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 서류 작업도 해야 하고, 무대를 준비하며 촬영도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던 일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차츰 익숙해지고 무대와 관객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공연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인천시 계양구에서 진행한 문화 공연이었습니다. 야외 공연이었는데 그날, 공연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관객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고, 스태프들과 감독님들은 급하게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앰프에 비닐을 씌웠습니다. ‘공연을 계속해야 할까, 중단해야 할까?’ 순간 고민에 빠졌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공연을 끝까지 마쳐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한 소녀가 조심스레 다가와 손수건을 건넸습니다. “너무나 열정적인 공연이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 따뜻한 말 한마디에, 차가운 비를 맞은 몸이 한순간에 따스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단순히 신기한 마술을 보여주는 마술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술사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찾아올지 모르지만, 인천에서 마술을 처음 사랑하게 되었던 그 순간과, 비 내리는 날 제 공연을 끝까지 지켜봐 주었던 그 소녀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마술이 꽃피운 청년처럼, <굿모닝인천> 독자 여러분의 삶에도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어나길 바랍니다.
마술사 이형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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