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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가족에게도 희망을

2012-04-06 2012년 4월호

모닝커피 한잔 |

 

엘리스 가족에게도 희망을

글. 민선숙_인천시 하천살리기추진단 사무국장

 


몇 주 전 본당 신부님이 전화를 했다. 본당 관할 구역 내에 위기에 처한 외국인 노동자 가족이 있는데 함께 방문하자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5,6공단 외곽에 위치한 인천교 근처였다. 대로변에 인접한 이들 가정은 지하가 아닌데도 햇볕보기 힘든 열악한 구조였다. 또 차가운 겨울이었는데도 온기가 전혀 없었고 손님이 오니 그제서야 전기난로를 꺼내는 실정이었다. 남편의 이름은 피터, 스리랑카 사람이었고 아내의 이름은 엘리스, 필리핀 사람이다. 이 가정에는 9개월 된 예쁜 아기가 있었는데 아빠를 닮아 까무잡잡하고 귀여웠다. 눈망울이 얼마나 맑던지 냉기에 움츠렸던 우리들 마음이 따듯이 녹는 것 같았다. 엄마의 배 속엔 4개월 된 아기가 있다고 들었다.
아기 엄마는 14년 전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지방에 정착했는 데 사는 내내 폭행과 협박이 일상이었다. 이주여성보호법 덕에 이혼을 하고 어렵게 한국국적을 취득한 그녀는 지금도 과거 남편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고, 타인과 자신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다. 여성으로서 타국에서 혼자 살기 어려웠던 그녀는 같은 처지의 스리랑카 남성과 만나 동거를 했고 그러던 중에 아기를 낳고 둘째까지 갖게 됐다. 사십 갓 넘은 남자 역시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더욱이 남자는 얼마 후면 비자가 만료되어 근심이 가득했다.
다음날 성당에서는 필요한 현금을 준비해줬다. 그리고 이 가정에 대한 소식을 알게 된 신자끼리 의논해 필요한 물품 목록을 적어 물건들을 모았다. 가져 온 물품은 여아용 옷과 장난감, 여성용 잠바, 남성용 속옷, 귀저기, 분유, 반찬 등 다양했다. 구호 물품을 빨리 전달하기 위해 단숨에 그 집에 찾아가서 보여줬더니 필리핀여성의 얼굴에 웃음과 쑥스러운 표정이 교차했다.
우리 성당에 갑자기 등장한 이 작은 사건은 누군가를 돌보아야 하는 부담이 아니라 그동안 등한시하고 잊고 살았던 우리들 소명을 깨우쳐 주는 축복이었다. 영어를 잘하는 엘리스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는 엘리스가 지역 주민들과 사귀는 기회를 갖게 하고 자존감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엘리스 가족을 보며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자본주의의 무한 확장이 우리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 안에 생존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비참한 현실에 내동댕이쳐지는지 이들 가정과 만나면서 더 깊이 느낀다.
이들을 우리 사회 공동체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우선 법적인 보호와 지위를 확고히 부여해 돌봐야 한다. 또 한편 국제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가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인들을 미리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여겨지도록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 - 로버트 카파 -

로버트 카파(Robert Capa, 1913. 10. 22~1954. 5. 25) 헝가리계 유태인이자 미국인으로, 세계적인 사진 에이전시 ‘매그넘 포토스’의 설립자인 동시에, 20세기 전쟁 보도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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