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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빛깔로 이뤄진 모자이크 도시국가
다양한
빛깔로 이뤄진
모자이크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2010년 ‘갤럽’ 조사에 의해 지구촌 모든 나라의 이민장벽이 없어질 경우, 이주하고 싶은 나라 1위에 선정됐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나라이기 때문에 다소 과한 ‘규제’가 통치의 수단이긴 하지만 세계인들은 다양성의 매력에 빠져 싱가포르에 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이 총 320개의 비늘로 덮여 있는 것처럼 다양한 색채가 싱가포르를 덮고 있다.
글·사진. 김성환_포토저널리스트

다국적 기업의 천국
13세기 수마트라의 왕자가 낯선 땅을 찾았다. 그곳에서 한 동물을 보게 되는데 그것을 사자로 오해해 ‘사자의 도시’라는 뜻의 ‘싱가푸라’(Singa Pura)라고 불렀다. 이런 연유로 그 땅은 ‘싱가포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싱가포르에서는 가는 곳 마다 사자 모양을 한 조각상을 만나게 된다. 상반신은 라이온,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양을 한 ‘머라이언(Merlion)’이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코스의 하나인 머라이언 공원 마리나만 끝 쪽에는 높이 8m의 순백 머라이언이 힘차게 물을 토해내고 있다.
200년 전 만해도 싱가포르는 몇 척의 배가 닿던 조그만 어촌이었다. 중국에서 차와 도자기 등을 수입하던 영국은 19세기 초반 이곳을 중계무역 거점으로 삼기 위해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다. 중국과 인도에서 노무자들이 건너오기 시작했고 인구는 몇 년 새 수만 명으로 늘어났다. 자원도 없고 물마저 말레이시아에서 사다 먹어야 할 정도의 악조건 속에 있던 싱가포르는 생존을 위해 1960년대 초 말레이시아연방에 가입한다.
그러나 인종갈등으로 말레이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었고 결국 1965년 싱가포르는 연방에서 탈퇴해 ‘원치 않는 독립’을 하게 된다. 위기에 처한 싱가포르가 택한 길은 적극적인 해외투자 유치였다. 아무 자원이 없었기에 생존을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본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전략은 지금도 치열하게 수행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다국적 기업의 천국이다. 약 7천개의 다국적 기업이 자리 잡고 있고 다국적기업 아시아본부도 대개 이곳에 있다. 외국의 우수 인력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외국인이 연구원이나 교수 등으로 싱가포르에서 3∼6년 살면 영구 거주가 가능한 녹색비자(그린카드)를 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대학의 메카로 우뚝서고 있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를 시작으로 듀크대, 코넬대, 매사추세츠공과대, 스탠퍼드대, 시카고대, 존스홉킨스대 등 10여 개교 미국 명문대들이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다. 거주자 5명 가운데 1명이 외국인이라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외국인의 줄이 내국인의 줄보다 훨씬 긴 진풍경이 벌어진다.

사람 손으로 만든 섬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센토사 섬이다. 비좁은 영토를 최대한 이용한 인공섬으로 그곳에는 인공으로 된 해변과 바위섬이 있다. ‘아시아 최고의 놀이터’ 센토사섬은 동서 4㎞ 남북 1.4㎞다. 언뜻 수치로 보면 작아 보이지만, 본섬 등 싱가포르의 60여 개 섬 중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우거진 열대 우림과 황금 모래사장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으며 초호화 리조트 시설과 유명 챔피언십 골프코스까지 갖췄다. 차와 배를 이용해 섬으로 갈 수 있지만 여행자들은 케이블카를 주로 이용한다. 2㎞에 약간 못 미치는 공중 길 여행에서 싱가포르 남쪽의 전경과 인도네시아의 바탐이 눈에 들어온다.
센토사는 말레이어로 ‘평화’ 혹은 ‘평온’을 뜻한다. 젊은이들은 열대지방 날씨 속에 드넓은 인공 해변에서 한가롭게 공놀이를 하거나 야자수 아래에서 책을 읽는 등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평온’이란 말 그대로 그들에게 치열함은 발견되지 않는다.
워낙 나라가 작다보니 그 어디에 묵든 다른 지역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센토사 리조트에서 모노레일을 타면 10분 만에 육지에 도착하며 여기서 지하철을 이용해 싱가포르의 명동과 같은 ‘오처드 로드’나 유명 관광지인 ‘차이나타운’, ‘리틀 인디아’, ‘아랍 스트리트’ 등에 넉넉잡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약 6백종, 8천마리 이상의 새들이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서식하고 있는 쥬롱새 공원은 싱가포르의 색채를 보여주는 요소 중의 하나. 적도 지역에 서식하는 새들을 위하여 매일 정오에는 스콜과 같은 환경까지 재현하고 있다. 얼음물 속에서 수영하는 펭귄과 30m 짜리 인공폭포 구경은 덤이다. 야간에만 개장하는 동물원에서는 야행성 맹수들이 눈을 부라리고 울부짖는 모습을 가는 고압선을 사이에 두고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언더워터월드
‘음식 백화점’ 싱가포르
싱가포르에는 곳곳에 기분 좋은 풍경이 펼쳐진다. 넓고 시원하게 뚫린 도로, 하늘 높이 치솟은 아름다운 고층 빌딩들, 선선한 바닷바람을 쐬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해변카페, 그리고 엄청나게 큰 나무들이 하늘로 치솟은 거리를 걷노라면 신성한 기운조차 느끼게 된다.
싱가포르의 밤은 다양한 빛깔로 이뤄진 모자이크다. 그곳의 밤은 과하지 않게 화려하다. 싱가포르 강변을 따라 분위기 있는 노천 카페와 고급 레스토랑, 언제나 흥겨움이 넘쳐나는 라이브 바, 그리고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펍들이 늘어서 있다. 강변의 대표적인 명소는 클락키이다. 싱가포르의 두 번째 영국인 총독이었던 앤드루 클라크의 이름을 딴 곳이다. 클라크키는 중국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유럽과 싱가포르의 상인들이 꽤 오랫동안 어울려 생활한 곳이다. 말레이시아의 작은 어촌에서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번성한 싱가포르의 자부심을 접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음식 백화점’이라 불린다. 외국인들의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음식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전 국민이 외식을 즐기는 식문화가 더해져 식도락 천국을 이룬다. 시내 곳곳에서 태국, 일본, 이태리, 멕시코 등 여러 국가의 음식을 비롯해 싱가포르 대표 음식인 꼬치요리나 치킨 라이스 등을 항시 먹을 수 있는 노천 식당과 카페가 널려 있다. 적어도 음식 때문에 ‘홈씨크’를 겪을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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