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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詩를 쓰다

2012-06-01 2012년 6월호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詩를 쓰다

글. 정경숙_본지편집위원   사진. 김보섭_자유사진가

 

 

그는 자신이 시 쓰는 경찰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화기 넘어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는 보통의 시인에게는 연상되지 않는 합리적이고 야무진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현명하게 줄타기하는 사람 같다고나 할까. 이는 꼭 그가 경찰이라는 선입견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천 중부경찰서 생활안전과에 근무하는 전병호(46) 경위는 제15회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대통령상과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으며 세상의 시선을 받았다. 이번 문예대전에는 시, 수필, 동화 등 7개 부문에 총 2천5편의 작품이 응모했으며 그 가운데 전 경위의 시 ‘로드킬’이 대상을, 동화 ‘미솔이와 큰솔이’가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길에서 길을 잃어버린 죽음들이 / 살점을 발라 부고(訃告)장을 쓴다 / 한 바퀴, / 한 바퀴 돌 적마다 부셔지는 슬픈 기억들… / 아이들이 잠들고, 무서리 꽃으로 피어나던 새벽녘 / 자유공원 팔각정 아래 / 귀가시간을 놓친 어느 노숙자의 죽음처럼 / 돌아가지 못한 사체 위로 / 별빛이 흩어지고 안개가 내린다…  ’<로드 킬> 중에서.
‘로드킬’은 도로 위에서 처참히 사그라지는 동물들을 죽어서도 갈 곳 없는 노숙자와 오버랩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관념적인 표현을 구사하는 능력과 글 매무새가 상당히 능숙하다. 일상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공감대를 끌어내는 관조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경찰이라는 본업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작가로서 돋보이는 그의 역량은 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그 해답은 무조건 쓰고 또 쓰는 피나는 노력에 있다.
“한편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무던히도 글을 쓰고 다듬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승화할지 고심하지요. ‘로드킬’도 몇 년에 걸쳐 쓰고 또 쓰기를 반복한 작품입니다.”
그간의 행적을 거슬러 보면 그 말이 이해가 된다.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민원인을 상대하고 신문에 투고를 하면서 글 쓰는 데 흥미를 붙인 그는, 지난 2005년 가천길대학 문예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학수업에 들어갔다. 2년을 꼬박 직장과 학교를 오가며 새벽밥을 먹었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행복했다. 지금도 그는 승진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독서실에 다니면서도 끝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다. 경찰로서 작가로서 부단히 노력하며 삶의 지표를 세우는, 야무진 그다. 처음 음성으로 전해 온 이미지가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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