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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은 ‘섬세’해야 한다
평생학습은
‘섬세’해야 한다
글. 김은경_인천 남구청 평생학습담당관, 정치학 박사

주민들의 학습현장에 감돌던 배움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질 때면, 내 가슴이 살아남을 느낀다. 일상이 녹록치 않아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데 무슨 공부를 해”, “그런 걸 배워서 어디다 써” 라는 배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을 마주할 때도 있다.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자문해 본다. 삶에서 평생학습은 어떤 의미일까.
문맹퇴치운동을 벌였던 때가 있었다. 교육정도가 낮아 제 이름자 하나도 못 쓰는 사람이 많아 정부차원에서 벌였던 운동이다. 남들 배울 때 배우지 못하고 생계를 책임졌던 어린 가장의 얘기는 과거에만 있지 않다. 교육만이 희망이라며 온통 교육에 매달리는 한편에는 학교교육마저도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남편이 운전면허 학원에 가자는 바람에 글 모르는 사실을 고백했다는 학습자를 만났다. 젊은 학습자가 의외로 많은 문해학습 현장을 보면 더욱 실감난다. 지금이라도 배울 수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평생교육은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태어나면서부터 무덤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는 교육을 뜻하지만, 공급측면이 강조되다 보니 사정상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면 배울 기회조차 없다. 학교교육에서 소외되었기에 학습이 절실한 사람들이 오히려 평생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평생학습은 평생교육의 대안 개념이다. 학습자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 평생학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학습자는 대상이 아니라 헌법과 교육기본권에서 보장한 학습권을 누리면서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을 주도적으로 하는 주체 의미를 살린 것이다. 평생학습 관계자들은 평생학습에서 시민들을 주체적 학습자로 인식하고, 섬세하게 다가가야 한다. “배우고자 하는 학습자에 맞는 조건을 갖추는 일”은 공급자가 아닌 학습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학습자가 배움을 수혜 받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권리로 자연스레 받아 들일 수 있도록 소소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평생학습 다울 수 있다.
학습의 의미는 삶의 의미를 밝히고 구성하는 데 있다. 배움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지혜를 구하는 과정에서 삶을 대하는 현명함을 체득할 수 있다. 이것이 평생 학습을 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가슴에 새긴 한 구절
브레히트는 “인간의 가치는 자신과 세계를 변모시키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모의 결과가 아니라 변모의 과정이다.
- 에른스트 블로흐 -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 1884~1977) 독일의 꿈꾸는 철학자.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 2차 세계대전 직후 동독 라이프치히 교수로 임용되었으나 관료주의에 반항했다는 이유로 교수직 박탈. 서독으로 망명. 대표작으로 <희망의 원리>, <꿈과 저항을 위하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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