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보이지 않는 세상 ‘보여’주다
보이지 않는 세상 ‘보여’주다
글. 이용남_본지편집위원 사진. 김보섭_자유사진가
사진작가 이상봉(58)의 사진 속 주인공들은 모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본인도 장애를 가졌기에 장애인에 대한 각별한 시선을 담아 장애인들을 찍고있다. 작가는 시각장애 학교인 인천혜광학교에서 컴퓨터와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다. 또 이 학교 사진동아리 ‘잠상’에서 사진을 지도한다.
일반인들은 앞도 못보는 시각 장애학생들이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구심을 갖는다. 보이지 않기에 피사체의 느낌과 구도를 잡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촬영 전 아이들에게 촬영 대상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신이 찍을 대상을 그려내지요. 상상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아이들이 찍은 사진이 주는 감동은 상상 이상입니다. 삐뚤고 짤렸어도 어느 사진보다 훌륭하고 임팩트가 있어요”
이 작가는 장애학생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을 표출하기를 바란다. 사진이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기를 희망한다. 작가가 장애학생들의 모습을 세상밖으로 내놓고 보여주기 위한 노력은 얼마 전 책과 영화로 결실을 보았다. 혜광학교 학생들의 일상을 찍은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안녕, 하세요’가 부평 롯데씨네마에서 상영되고 있고, 에세이로도 출간되어 감동의 울림을 전파했다.
이 작가는 최근 큰일을 벌였다. 동구 금곡동 배다리에 인천의 유일한 사진갤러리를 오픈했다. 인천에서 사진만을 전시하는 갤러리다. 이곳에서 자신이 지도하는 혜광학교 사진동아리 ‘잠상’사진전을 두 번 열었고 현재는 휴먼사진으로 유명한 최민식 선생의 작품을 걸고 있다.
“인천에 사진작가도 많고, 작품들도 많이 발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한데 모아주는 공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종합문화예술회관에 사진전시 공간이 있는데 개인전을 열기엔 너무 큰 것 같고…. 젊은 신인작가, 노인, 장애인 등 사진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기회를 주는 등용문이 됐으면 합니다.”
이 작가는 세 살때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졌다. 어릴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늘 놀림의 대상이었고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그의 삶은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멘토의 역할을 하고 싶어 대구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순위고사를 봤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탈락했다. 장애인으로 그도 처음 사회 속으로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이 작가는 사진작가, 교사, 갤러리 관장, 문화운동가 등 다양한 명함을 갖고 있지만 주된 관심포인트는 여전히 장애인들이다. 사진촬영 대상도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혜광학교의 학생들이다.
“오랫동안 장애인들에게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었습니다. 일반인들도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에게 열광하고 박수를 보냈구요. 장애를 극복한다는 것은 참 힘든일입니다, 장애인에게 편견과 동정이 아닌, 일상생활을 하는 일반인과 똑같은 모습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 첨부파일
-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