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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 그 이끌림
외딴 섬, 그 이끌림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정작 그곳에 가면 섬은 섬이 아니다. 닿는 순간 육지가 되고 바다 건너 또 다른 섬들이 펼쳐진다. 섬, 그곳에는 육지의 바닷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단절감이 있다. 그 단절감이 주는 그들만의 이끌림도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 무인도라면 더 그렇다.
글. 정경숙_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환_포토저널리스트
목섬 가는 길
목섬 금빛 융단, 섬과 섬을 잇다
선재도는 대부도에서 영흥도로 가는 징검다리 섬으로 여기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섬이다. 섬은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춤을 추었다, 이름지어질 만큼 경관이 수려하다. 구불구불하게 12킬로미터나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비경이 숨어있다.
선재대교를 건너면 바로 왼쪽으로 당너머해변이 펼쳐진다. 서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맑고 깊은 바다는 이제 선녀대신 사람들이 벗 삼아 논다. 바닷가 앞에는 목섬이라는 무인도가 있다. 동그란 바가지를 물 위에 봉긋 올려놓은 듯 앙증맞은 모양이다. 목섬은 정취가 빼어나고 그 안에 다양한 해양생물이 살고 있어 ‘제15호 항도’로 지정되기도 했다. ‘항도’는 뭍과 잘록하게 이어진 섬을 뜻한다.
섬은 바닷물에 잠겨있을 때보다 물이 빠져 모랫길이 드러날 때 진면목을 발한다. 사방이 갯벌로 질퍽거리는 데 신기하게도 이 섬으로 들어가는 1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에는 모래가 보송보송하게 깔려있다. 혹시라도 발이 빠지지 않을까, 맘씨 고운 섬은 바닷길을 트고 갯벌 한가운데 금빛 융단을 깔아 놓았다.
속살을 드러낸 바닷 속 세상. 펄은 햇살을 받아 탐스럽게 빛나고 바다생명들이 그 위에 섬세한 움직임으로 예술 작품을 새기고 있다. 그 길 따라 걷는 길, 마음은 이미 바다 한가운데 있는데 발걸음은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Tip 옹진군 영흥면 선재도는 대부도에서 선재대교를 건너간다. 목섬으로 가려면 선재어촌
체험마을을 거쳐야 한다. 입장료는 1천원, 바지락을 캐려면 7천원을 내야 한다. 선재어
촌체험마을 888-3110, 889-9141

죽노골해변 앞 딴섬
딴섬 사랑이 흐르고 낭만이 물결치다
소야도 가는 길. 덕적도 바다역에 뗏부루해변이라고 쓰여진 작은 통통배가 육지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소야도는 작지만 이름만큼이나 곱고 예쁜 섬이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자연 안에 때 묻지 않은 주민 20여 명이 오붓이 살아가고 있다.
죽노골해변은 소야도의 숨은 보석이다. 뗏부루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숲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작은 해변이 나타난다. 모래는 금빛으로 반짝이고 물은 투명하다 못해 파랗다. 살금살금 보들보들 발끝에서 전해지는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바닷가를 거닐어 본다. 여기서 영화 <연애소설>이 펼쳐졌다. 주인공들이 모래 위에 조개로 쓴 ‘지환 경희 수인 여행기념’ 글씨는 지워졌지만, 사랑과 우정이 남긴 여운은 아직 파도와 함께 물결친다.
해변 앞에는 뒷목 혹은 딴섬으로 일컫는 아담한 무인도가 있다. 죽노골해변과 더불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는 이 섬은 썰물 때가 되서야 품을 활짝 연다. 150미터 남짓한 길을 걸어 또 하나의 섬 안으로 걸어들어 간다. 들리는 건 파도 소리고 보이는 건 수평선뿐이다. 물 위로 솟은 신기루 같은 섬에서 보내는 한때, 육지에서의 일상은 까마득히 잊혀져 간다.
Tip 덕적도는 연안부두에서 쾌속선(고려고속훼리 1577-2891)를 타고 간다. 1시간 정도 후면 도착한다. 옹진군 덕적면 소야도는 덕적 바다역에서 배로 3분 거리에 있다.

실미도 가는 길
실미도 파도가 아픔 지우는 그 바다
섬은 수면 위에 홀연 듯 솟아 바다와 한 빛깔로 스르르 어우러진다. 춤추는 무희의 옷자락 같아 무의도라 했던가. 용유도 잠진도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4분 남짓 바다를 건너면 무의도에 이른다. 가까이 있는 실미도는 1·21사태에 대한 보복으로 중앙정보부가 창설한 북파부대원들이 훈련을 했던 뼈아픈 곳이다. 그 역사를 안고 숨죽여 있던 섬이 세상에 알려진 건 영화 ‘실미도’ 때문이다. 영화세트장은 철거됐고 당시 흔적도 거의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찾아 그 섬으로 향한다.
실미도는 무의도 섬 북서쪽에 있는 실미해변에서 하루 두 번 열리는 바닷길을 따라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섬은 진회색 융단 위에 돌 징검다리를 만들어 놓고 육지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갯벌에서 피어오르는 짠 내음을 맡고 바다생명과 눈인사를 나누노라면 200미터 남짓한 바닷길이 짧게만 느껴진다.
섬은 8미터가 넘지 않는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저 멀리 파도소리를 귀에 담으며 초록빛 터널 속을 건넌다. 그렇게 다다른 건너편 해변. 저 바다는 그 날의 비극을 기억하고 있을까. 파도만이 흰 물꽃을 일으키며 무심히 밀려왔다 가기를 반복할 뿐이다.
Tip 중구 무의도에 가려면 잠진도선착장에서 배(무의도해운 751-3354)를 탄다. 실미해변에서 실미도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잠에서 깬 조름도
조름도 하루 두 번, 섬은 잠에서 깬다
용유해변은 고요하다. 여름이면 밀려드는 차량으로 오도 가도 못할 만큼 몸살을 앓는 주변 을왕리나 왕산해변과는 사뭇 다르다. 해변 앞에는 조름도가 있다. 섬은 사람이 앉아서 졸고 있는 모습같다 하여 ‘졸음섬’, 이를 소리 나는 대로 말해 ‘조름섬’으로 불린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이 섬은 하루 두 번, 세상을 향해 쭉 기지개를 켠다.
조름도로 가는 길은 질퍽한 갯벌이 아닌 단단한 모래로 이뤄져 있어, 마치 일부러 길을 내 놓은 듯 하다. 가는 길은 굴과 조개가 붙어 있는 갯바위로 가득 메워 있어 이 곳이 바닷속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울퉁불퉁한 갯바위들이 발걸음을 느리게 붙잡지만 그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싫지 않다.
그렇게 느린 걸음으로 20여 분을 가면 조름도에 이른다. 섬은 자그마하다. 올라도 딱히 정상이라고 할 만한 곳은 없다. 낮은 나무들로 그늘을 드리우고 잠시 쉬어갈 자리를 내어주며 일상에 지친 여행자를 말없이 다독일 뿐이다. 섬에서 다시 일상으로 가는 길. 문득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섬이 멀어지고 있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지만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Tip 인천대교나 영종대교를 타고 중구 영종·용유도로 간다. 조름도 섬돌이를 하고 용엄사가 있는 근처 산에서 산행을 하면 4~5시간 정도 걸린다.
섬에서 육지로, 바다가 펼치는 마술
흔히 ‘모세의 기적’이라 말하는 바다가 갈라지는 길은 하루 두 번 열린다. 바다갈라짐이 있는 섬에 가기 위해서는 조석시간표를 잘 맞춰야 한다. 간조시간은 국립해양조사원(www.khoa.go.kr), 885-3827에 문의한다.
한편 이작도에는 풀치 혹은 풀등이라 불리는 모래섬이 있다. 이 섬은 밀물이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가 썰물 때서야 제 속살을 드러낸다. 또 소야도에는 뒷목섬 외에도 소야도와 간데섬 사이 500미터, 간데섬과 물푸레섬 사이 800미터 구간에 바다갈라짐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굴업도는 서섬과 동섬 두 개의 섬이 하나로 연결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두 섬을 연결하는 목기미해변은 물이 차오르면 잠깐 동안 물에 잠겨 사라져 하나의 섬을 두 개의 섬으로 나누는 마술쇼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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