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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2012-07-31 2012년 8월호

 

도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글. 정경숙_본지편집위원   사진. 김보섭_자유사진가

 


일상의 사연을 깊이 잠재운 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하게 끌리도록 하는 매력이 있다. 어둠을 밀어내고 하나둘 피어오르는 불빛. 태양 아래 감춰졌던 도시의 밤은 사치스레 비치기도 하고 느닷없는 검박함으로 애잔히 파고들기도 한다. 작가 박상희(44)는 이러한 도시의 야색(夜色)을 화폭에 담는 데 열중하고 있다.
“화려한 인공의 빛을 담은 야경은 도시의 정서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한낮의 보편적인 빛보다 도시의 색(色)을 정확히 보여주고 문화적인 독창성을 부각시키지요. 도시의 밤에는 낮에는 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는 최근 인천에서 개인전 ‘야경산책(A Night Walk)’을 열었다. 그가 그리는 인천의 밤은 진솔하면서도 따스하고 정감있다. 가로등 불빛이 흘러나오는 고즈넉한 골목길,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분주히 지나가는 자동차 등 소소한 일상이 독특한 회화적 환상으로 녹아내린다. 캔버스에 플라스틱 시트지를 붙이고 칼로 형태를 따 오려내는 기법은 만지고 싶은 촉각적 반응을 일으킨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살아있는 공간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인천은 서울이 지닌 대표성이나 번듯함과는 대조적으로 소시민의 삶이 포장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보여 지는 도시입니다. 마치 저예산으로 만든 비주류 영화를 보듯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 ‘월미도(2011)’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서열을 매기고 그에 따라 자생력을 잃어가는 도시에 대한 반성이다. 디스코 팡팡으로 대표되는 월미도 놀이동산은 화려한 대형 테마파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궁상맞고 후줄근하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이를 인간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교복을 입은 앳된 소녀,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의 인생에 가장 빛나는 시절이 깃들어 있는 곳이 월미도 아니던가.
그는 동구 송현동에서 태어나 제물포 등을 거쳐 현재 송도국제도시에 살고 있다. 그에게 인천은 살아 온 시간이 켜켜이 쌓인 기억의 보물창고다. 지금은 ‘파리바게트’로 바뀐, 아빠가 딸이 좋아하는 크림빵을 사오시곤 했던 제물포역 앞 ‘독일제과’. 일 년에 두어 번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인현통닭집’ 통닭, 기름이 흠씬 배인 그 종이 냄새는 아직도 코끝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인천은 시간여행을 하듯 시계바늘을 과거로 돌려 우리네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도시입니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인천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 아름다움에 공감하길 바랍니다.”


제고 앞  150×55㎝  acrylic on canvas, plastic sheet cutting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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