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텐 텐 텐… 제 날개가 확 펴지는 외침이죠”
“텐 텐 텐… 제 날개가 확 펴지는 외침이죠”
글. 유동현_본지편집장 사진. 김보섭_자유사진가
런던올림픽의 모든 경기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그중 온 국민이 유난히 가슴을 졸이며 선수와 일심동체가 되었던 종목이 있다. 세트제로 룰이 바뀐 양궁이다. 활 한 발에 선수, 국민 모두 일희일비 했다. 양궁은 가장 ‘예민한’ 기구를 사용하는 종목이다. 국궁(國弓)과 달리 양궁(洋弓)은 언뜻 보기에도 구조가 꽤 복잡하다. 선수가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활의 상태가 시원치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양궁 강국이다. 실력뿐만 아니라 제작도 강국에 속한다. 국내에 4개 업체가 있는데 인천 계양구 이화동에 활 제작 업체 MK Korea가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최고의 양궁 날개(limb)를 생산한다. 이 회사의 브랜드 ‘VERA’는 세계 양궁계의 아디다스요 나이키로 통한다. 회사 대표는 김경환(41)씨다. 그 역시 20년간 활시위를 당겼던 양궁선수 출신이다.
구월중 1학년 때 처음 활을 쥐었고 선인고와 인천전문대를 거쳐 군복무도 상무에서 총 대신 활을 쏘았다. 전역 후 때맞춰 계양구청에서 양궁팀이 창단되었다. 전국체전에 두 차례 출전해 금메달을 두 번 목에 걸었다. 서울올림픽 개인전 은메달리스트이자 이번 런던올림픽 코치 박성수와 베이징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양창훈은 몇 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동료들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그들과 달리 늘 ‘기대주’일 뿐이었다. 결국 활을 내려놓았고 대신 활을 만드는 삼익스포츠사에 입사했다. 개발팀과 판매팀에 근무하면서 다시 활을 손에 쥐었다. 그는 아테네와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했다. 선수가 아니라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선수들을 위해 ‘AS 출장’을 다녔다.
그리고 10년 후 자신만의 활을 만들기 위해 2007년 4월 창업을 했다. 자신처럼 선수 출신인 후배 직원들과 밤을 지새며 활을 개발하고 생산했다. 탄성과 강도 시험을 위해 공장 공터에 표적판을 세우고 수없이 활을 쐈다. 어느 정도 제품에 자신감이 붙자 전국 곳곳에 있는 현역 선수들의 훈련장을 찾아다녔다.
“잘 안 바꾸죠. 저도 그랬으니까. 활은 신체의 일부입니다. 0.1파운드의 미세한 무게만 변해도 불편해 합니다.”
양궁 날개(limb)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날개’가 활짝 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고교생 궁사 김우진이 ‘VERA’를 쥐고 2010년 광조우아시안게임에서 세계신기록(1387점)을 세운 것이다.
이후 미국, 네덜란드, 일본 선수들도 흔히 사용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이번 영국올림픽팀의 장비 보따리에도 MK Korea의 제품이 담겨져 있었다. 이성진의 날개, 최현주의 예비 활, 그리고 임동현의 핸들에는 ‘VERA’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세계를 향한 그의 날개짓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MK Korea 홍보 브로셔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If you are looking to set a new world record or just your own personal record, you should choose our limbs.
만약 당신이 새로운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고 싶거나 개인 기록을 경신하고 싶다면 당신은 우리의 림을 선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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