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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집에 묵으며 ‘인정(人情)’을 나누다

2012-11-01 2012년 11월호


골목집에 묵으며
‘인정(人情)’을 나누다


호텔보다 게스트하우스. 저렴한 숙박요금 그리고 무엇보다 공동의 공간에서 비슷한 여행자들이 함께 어울려 정보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게스트하우스만의 큰 즐거움이다. 인천의 오래된 한옥, 일본집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변신, 외국배낭객은 물론 국내여행자들의 쉼터로 새로운 문화체험의 장소가 되고있다.

글. 이용남_본지 편집위원   사진. 홍승훈_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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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재(尙友齋)
중구 송학동에 위치한 상우재는 140평의 넓은 대지에 꽃과 나무가 예쁘게 피어있는 게스트하우스다. 올해 5월 오픈한 이 집은 70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다. 일제때 경기도 인천시 도립병원장의 집이었고 해방 후에는 미군장교가 들어와 살았다. 집의 기본구조는 일본식이지만 미국, 한국인으로 사는 사람이 달라지면서 거실에 벽난로를 설치했고, 방문은 일본식 미닫이에서 서양식으로 바뀌었으며 방바닥은 한국식 온돌구조를 갖췄다. 하지만 아직도 문고리, 현관문, 창문모양, 복도식 구조는 이집이 원래 일본식으로 지어졌음을 보여준다. 현재 상우재의 주인은 이 집의 역사성과 보존가치를 감안, 옛 형태를 살려 리모델링했다.
방값은 하루 3~4만원 선이다. 하루 추가 시 1만원씩 요금을 더 받는다. 식사는 별도 비용을 받고 제공한다.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는 방은 화장실이 붙어 있어 이용자들의 편의를 높였고 일본인 여행객, 사회복지사 사이버 모임 단체회원들이 다녀갔다. 
상우재 바로 뒤는 일제때 심신을 단련했던 무덕관 터다. 집의 문설주가 무덕관 쪽으로 연결되어 있어 당시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상우재의 주인 우선희씨는 “조용하고 7,80년대 분위기 남아있어 이곳을 서울의 북촌과 같은 게스트하우스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상우재는 ‘좋은 벗들이 찾아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텃밭에 초목들 풀향기 휘날리며 날짐승, 풀벌레들이 함께 장단을 맞추는 곳’이라는 뜻이다.  

 

팟알(Pot.R)
1890년대 지어진 일본식 건물 팟알로 가는 길은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오래된 일본식 목조 건물이 줄지어 서 있는 거리를 걷다보면 1900년대 초 개항기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120년의 역사를 켜켜이 안고 있는 카페 팟알은 원래 19세기 일본 하역사 사무실이었다. 당시는 현재 아트플랫폼 자리까지 바다였기에 배를 통해 들어오는 물건들을 관리했다. 일본식 목조건축물로 3층 형태는 유일하게 남아있다.
건물은 120여 년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원 집주인이었던 할아버지는 이 집에서 태어나 77년간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바뀐적이 없다. 난방도 가스도 들이지 않아 집을 훼손하지 않았다. 이런 건물의 보존가치와 역사성 때문에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집을 변형하지 않으면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현 백영임 사장이 결국 집의 주인공이 됐다.
19세기 하역사 사무실에서 카페 팟알로 재탄생한 이 건물은 현재 1층은 카페로 활용되고 있고, 2~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내년 오픈할 예정이다.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하면서 살릴 수 있는 원형은 그대로 살렸고 난방과 단열에 신경을 썼다. 리모델링 과정중 1930년대 일본요미우리 신문, 1900년대 일본벽지, 포스터 등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이중 삼중으로 덧바른 벽지가 보물 창고였다.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할 2~3층은 전형적인 일본 다다미방으로, 여기에 왕골로 짠 다다미를 깔아 깨끗하고 세련되게 다시 꾸몄다. 게스트하우스 하루 숙박료는 4~5만원선. 훗날 소모임 공간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경동 경기의료기 한옥집
중구 경동거리는 7,8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과 사람이 어깨를 부딪치며 다녀야 할 정도로 번화가였다. 웨딩숍, 가구, 극장 등 사람이 모일만한 요소는 모두 갖춰 서울의 명동못지 않은 상권을 이뤘다. 인천 기독병원 인근에 위치한 경기의료기는 의료기 상점이지만 안채엔 온전한 한옥 한 채가 보존되어 있다. 한옥은 90년 전에 지어졌다.
한옥은 오래전부터 비워져 있다. 의료기상 주인인 박차영 대표가 가족과 오래 살았지만 따듯한 물로 샤워하기 어렵고, 겨울에 추운 한옥의 불편함 때문에 이사했다. 빈 한옥은 이집의 사정을 아는 인근 문화계 인사들의 요청으로 몇해 전부터 게스트하우스가 되었다. 한옥은 외국작가들에게 우리전통도 보여주고 문화도 알릴 수 있는 장소다. 박차영 대표도 사람끼리 부딪끼고 소통하며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것이 좋아 선뜻 집을 내주었다.
주인은 인천에 온 외국인들에게 한 가족이라는 마음을 갖고 이들을 대한다. 음식을 같이 나눠먹으며 여행객들과 친교를 쌓았다. 경동 한옥집은 주로 여름기간에 한해 여행객들이 묵고 있지만 정식 인가를 낸 게스트하우스는 아니다.
박 대표는 도보여행가다. 도보로 서해안을 일주하며 여행을 즐긴다. 박대표는 “게스트하우스가 호텔, 여관보다 불편할 수 있어도 뻔한 잠자리보다 정을 나누며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어 좋은 잠자리”라고 강조한다. 


용유도 조병수 가옥
조병수 가옥은 현재 살고 있는 주인장의 이름을 붙인 1890년대 지어진 고옥(古屋)이다. 밖에선 집이 잘 보이지 않으나 집에선 바깥풍경이 훤히 보이는 풍수에 근거하며 뒷산과 나무들이 엄마의 품처럼 집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후손들은 아늑하고 고즈넉한 집을 6대째 지키고 있고 1997년 인천시 문화재로 지정됐다. 주인장 조병수 선생은 조상이 150년 전인 철종때 서울 마포 용강동에서 이곳으로 내려왔다고 전한다.  
조병수 가옥은 옛 한옥의 원형 그대로다. 집은 중부해안의 중류농촌 가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조병수 가옥은 인천에서 진짜 한옥 체험이 가능한 유일한 공간이다. 아궁이에서 나무로 군불을 때는 모습, 흙냄새, 종이냄새가 정겹다. 방마다 걸려있는 한시를 읊어보고 그 뜻을 음미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체험비는 큰방 6만원, 작은방 3~4만원 정도. 식사는 한끼당 7천원 선. 주인장 조병수(66) 선생은 “한옥은 스토리텔링이 무궁무진하고 운치가 있는 곳이기에 한옥을 아는 것은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배다리 달이네 
인천의 문화중심가 배다리에 들어서면 길 모퉁이에 파란칠을 한 낡은 2층 집을 만나게 된다. 이곳이 배다리의 게스트하우스 ‘달이네’다. 올해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한 달이네는 한옥과 일본식이 혼합된 가옥구조다. 방 4개가 여행객들에게 제공되며 방에는 침구는 물론 따듯하게 쉴 수 있도록 전기판넬을 방마다 깔았다. 요금은 1박에 2만원선. 집은 환경과 생명을 소중히하는 주인장과 닮았다. 주인장의 별칭은 ‘청산별곡’. 집은 게스트하우스 외에도 북카페, 책방, 유기농먹거리 작은가게, 재활용가게, 뜨개공방 등으로 오밀조밀하게 꾸몄다.
달이네를 찾는 여행객은 주로 주인장 청산별곡과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된 곳에서 많이 오기도 하고 블로그를 통해 아름아름 찾아온다. 환경운동가인 주인장 청산별곡은 여행객들이 온전히 쉬면서 여행지를 즐기고, 재미있게 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여행객이 원하면 본인이 직접 신포시장, 수도국산박물관 등 주변의 관광지를 안내하고 설명한다. 달이네를 찾는 여행객은 고양이와의 잠시 동안의 동거를 기꺼워해야 한다.
순하고 귀여운 고양이 네 마리도 달이네의 텃주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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