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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서면 인천의 실루엣이 아름답다
그 곳에 서면
인천의 실루엣이 아름답다
글. 그림. 사진 차지원 일러스트레이터
월미산은 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낮은 ‘꼬마산’이다. 작고 낮지만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한줄기 굵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품 너른 산이다. 조선시대 때 해안 방어의 요충지였으며 유사 시 임금이 안전하게 강화도로 몸을 피하는 통로로서 월미행궁이 설치된 곳이었다. 개항 후에는 한양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열강들의 함선이 자주 출몰했던 현장이기도 했다. 6·25 전쟁 때는 인천상륙작전의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월미산의 원래 모습은 포격과 함께 사라지는 등 거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장소다.
이후 반세기 동안 이 땅은 군 주둔지로서 일반인들의 발길이 통제되었던 ‘금단(禁斷)의 땅’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월미산을 걷는 것은 쓰라린 시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역사산책’이다. 이제 월미산에서 제2의 인천상륙작전이 시작된다. 이름하여 인천방랑(?)작전. 떠돌이 방랑 고양이 도도(都島)의 인천탐방이 월미산에서부터 시작된다. 도도의 눈으로 보는 인천은 어떤 모습일까?


<고양이를 부탁해>
천방지축 고양이 ‘도도(都島)’가 인천을 스케치하며 기행합니다. 도도는 도시 ‘都’자와 섬 ‘島’자를 의미합니다. 인천은 마치 고양이 같은 도시입니다. 사람에게는 잘 길들여지지 않지만 장소에 대한 애착이 강한 속성을 가졌습니다. 도도가 인천의 곳곳을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고양이 도도를 잘 부탁합니다. 야옹_

월미산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 물범카를 타고 가는 것과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이다. 물범카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마스코트인 백령도 물범을 모델로 했다. 편하게 물범카를 타고 15분이면 전망대까지 충분하다. 공원안내소에서 정상 광장까지 1.3km의 거리를 지나는데 어른은 1천원, 어린이와 청소년은 500원이다.
산책로는 지난 50여 년간 일반인의 출입 차단으로 훼손되지 않은 나무들이 빽빽이 이어져 있다. 걸으면서 들리는 새소리가 여느 클래식 못지않게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산책로를 걸어가면 전망대까지 25분이 소요된다.
정상 광장까지 가는 빠른 길도 있다. 숲열림길과 숲오름길을 이용하면
전통공원에서 10분이면 ‘축지법’으로 도달한다.

월미공원에는 구간별로 아름다운 길들이 있다.
달빛누리길(공원정문-안내소-월미삼거리),
월미둘레길(만남의광장~야생화단지~돈대삼거리~만남의 광장4거리),
산마루길(돈대삼거리~월미정상광장)
월미노을길(문화의 거리입구~목책계단~돈대삼거리),
숲열림길(전통정원~목책계단~둘레길) 그리고
숲오름길(둘레길~목책계단~월미정상광장)
월미산은 숲이 공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260여 종에 이르는 식물과 각종 동물이 살 정도로 자연이 온전히 보전돼 있다.
개쑥부쟁이, 구름버섯, 곤줄박이 등 희귀동식물과 인사를 나누고 폭신한
흙의 감촉을 느끼며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일제는 1922년 아예 육지와 월미도를 잇는 둑길을 만들고 월미도를
국내 최대의 바다 유원지로 만들었다.
봄에는 벚꽃놀이, 여름에는 해수욕, 그리고 겨울철에는 따듯한 건강욕을 즐길 수 있었다. 그 무렵 조선팔도 백성들의 소박한 꿈은
단 하루라도 월미도에 가 호사를 누리는 것이었다.

사방이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월미전망대는 아이스크림 혹은 횃불처럼 생겼다. 인천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명소 중의 명소다. 야간에는 ‘자체발광’으로 멋진 조명을 뿜어댄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4개의 층으로 이뤄진 전망대는 인천대교, 서해바다, 인천국제공항, 송도국제도시를
한눈에 담기에 안성맞춤이다. 휴식과 독서를 위한 북카페도 있고
방문객을 위한 소망메시지 블록이 조성되어 있다.
소망메시지는 역시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가장 많다.
와우! 인천이 이런 모습이었다니… 전망대 꼭대기에서 바라 본 발밑의 항구 모습이 재밌다. 커다란 배가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들어온다. 갑문이다. 1974년 월미도와 소월미도 사이에 초현대식 갑문을 설치했다. 도크는 주변이 막힌 곳에 배를 넣고서 물을 빼고 넣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갑문 옆 큰배 옆으로 자동차들이 줄지어 있다. 수출되는 차들인데 마치 장난감 차처럼 작게 보인다.
창가에는 각 나라의 이름과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영국 런던으로 가려면 8천872km, 불가리아 소피아는 8천229km를 가야한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인천도 이렇게 넓은데 수천km를 어떻게 가야하지?
전망대 꼭대기에서 보는 인천은 엄청 작다. 조그만 송도국제도시, 조그만 청라국제도시, 조그만 영종도… 비행기도 날파리처럼 작다.
전망대를 나와 정상광장에서 왼쪽을 보면 낮은 성곽이 둘러싸여있는 월미돈대가 있다. 여긴 뭐하던 곳이지? 포? 전쟁할 때 쓰는 포다! 6·25전쟁 때 사용한 것인가. 외세를 물리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월미산은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구나.
다시 산 밑의 한국전통정원으로 들어선다. 연못 애련지를 비롯한 국담원, 부용지 등 궁궐의 정원을 재현한 곳이다. 전통의 미를 감상하다보면 총총걸음이 팔자걸음으로 바뀌면서 몸과 마음이 금세 여유로워진다. 전통정원 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을 따라 계속 거닐면 아담한 초가가 나온다. 그 앞에는 손바닥만한 논과 밭이 있어 아이들의 관찰학습장으로 좋다. 시원한 폭포를 뒤로하고 담장을 끼고 안동하회마을에 있는 양진당을 재현한 양반집으로 다가섰다. ‘여봐라~’ 대문을 밀치고 짐짓 허세를 부리며 앞마당으로 들어선다.
그 안에는 전통의상체험, 제기차기와 윷놀이, 널뛰기 등의 전통놀이가 가능하다. 널뛰기는 혼자 못하는 데… 다음엔 꼭 옆 동네 예쁜 야옹이랑 와야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전시해 놓은 월미문화관. 전시뿐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도 있어 전통문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전통생활문화전시실은 선조들의 탄생부터 제례까지의 생활양식을 전시해 두었다.
전통혼례체험이 가능하다. 궁궐문화전시관은 왕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향오문을 거쳐 들어가면 왕이 일하던 공간과 개인적인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왕의 옷 곤룡포를 입고 왕좌에 앉아 일일 군주가 되어 무게를 잡아본다. 옛 궁중음악도 들을 수 있고 왕이 먹던 수라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도록 전시해 두었다. 왕의 일상과 선조들의 전통문화까지 살아있는 역사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옛 지도 ‘영종지도’를 보면 월미도 남서쪽 약 4부 능선에 둥근 원형 모양의 돈대가 있었다.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길 없다. 월미 돈대를 언제 쌓았는지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다. 외세의 접근이 활발하던 조선 후기, 월미 돈대는 인천과 강화도의 성을 지키는 군사시설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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