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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사람들의 춤 이야기
2014-02-05 2014년 2월호
자유로운 사람들의춤 이야기
글 김윤수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작년 초봄 즈음 인천시립무용단의 남성춤 신작 안무를 의뢰 받아 인천으로 향하는 초행길에 길눈이 어두워서 제법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늘상 그렇듯 스스로의 작품과는 달리 의뢰작들을 안무하러 다니는 길 위의 나는, 무언가 낯선이의 마음이 때론 보따리를 지고 다니는 떠돌이 행상같이 느껴지곤 한다. 좋게 말하면 바람같은 삶이고, 속하지 않는 자유로움이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천시립무용단의 일을 도우면서 느낀 인천의 인상은 황해를 향해 열려 있는 땅, 그곳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사람들, 그에 속하지 않아 얽매임이 없는, 바람 같은 사람들의 역동적인 추상(抽象)과 탈속(脫俗)의 심상(心象) 그러한 것들이었다. 해서인지 가끔은 인천의 기운이 남들이 말하는 나의 기운과 닮았다고 느껴지곤 했다.
새로운 길과 함께 새로운 안무를 하며 애썼던 기억이 어느덧 늘 경계하는 익숙함이 되어져 제법 편안한 길과 익숙한 무용단이 되어 있을 무렵, 인천시립무용단의 2013년 하반기 신작 연출과 안무를 맡게 되었을 땐 모든 과정이 우연이 아닌 섬세한 인과의 고리에 묶여있다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이곳 인천의 대표 무용단인 인천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이 되어 있다. 그러 그러한 단상(斷想)들을 뒤로하고 단체를 이끌고 책임을 져야할 자리로 이동했으니 이제는 의도된 계획 아래 모든 것을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무대에 올려질 작품만은, 그 춤을 추어낼 우리 무용단의 무용수들 감성만은 여전히 자유롭길 희망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춤 또한 자유로운 영혼과 감성을 추어내기 위해선 무서울 만큼의 인내를 요구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춤은 쉽지 않은 과정의 산물이므로 그 완급의 조절로 무대 위에 살아 숨 쉬어서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삶이 요구한 경직된 마음을 풀고 가는 자리가 되길 소망한다.
인천시립무용단은 새로운 춤의 시대를 여는 선두에 서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춤 시장의 새로운 관객은 이전의 춤 관객과는 당연히 다른 감성과 다른 세계관으로 작품을 해석한다. 국제화되어가는 한국 사회에서 현재 사용되는 신체 언어의 변화와 그 가치의 재인식을 요구하는 새로운 세대와의 만남을 위해서 무용단은 지속적인 춤 언어의 개발과 훈련으로 차가운 연습실을 스스로의 온기로 데워가며 그 첫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낯선 움직임에서 농익은 몸짓으로 비상하기 위한 한겨울의 연습실 풍경은 소리 없는 자신과의 전쟁으로 그 속은 분주하다. 단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도록 노력해야 할 나만의 전쟁 또한 소리없이 분주하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영국의 인류학자 데즈먼드 모리스의 저서 ‘머리 기른 원숭이’의 머리말에 이러한 문구가 있다. ‘우리가 아무리 스스로를 날개 잃은 천사라고 생각해도 실제론 머리 기른 원숭이에 불과하다.’ 나와 춤을 돌아보게 하는 문구다. 작가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고찰한 인간의 신체언어에 대한 리포트 이지만, 이 문구는 예술가가 대중과 다름없는 사고로. 또 예술가라는 직업에 대한 선민의식이 없어야 한다는 말로도 해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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