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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이 솟은, 그 푸른 기상
2014-04-01 2014년 4월호
하늘 높이 솟은,
그 푸른 기상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김보섭 자유사진가

청량산 기슭 소나무 숲에서
독야청청(獨也靑靑).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의 기상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휘돌아 굽이치며 창공으로 파고드는 둥치와 가지가 살아 움직이듯 생동감이 넘치고, 섬세하게 표현된 솔잎 하나하나에는 맑고 강건한 기운이 팽팽하게 서려있다.
여송(如松) 서복례(60) 선생은 일필휘지(一筆揮之), 대범한 화풍을 과시한다. 그림만 봐서는 여성의 작품이라고 알아챌 수 없을 만큼 거침없고 힘이 넘친다. 문득 그가 걸어 온 궤적이 궁금해진다.
여송은 꽤 오랫동안 안에서 솟아나오는 끼를 감추고 살았지만, 결국 그 열정을 어찌하지 못하고 붓을 들었다. 타고난 기질과 닮아서일까, 운명처럼 소나무에 이끌렸다. 그러다 한국 동양화의 대가 매정(梅亭) 민경찬 화백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그림에 대한 몰두가 깊어졌다. 소나무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화단에 이름을 알리고, 미국·중국·일본 등에서 활발히 전시회를 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와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지도교수로 활동하며 명망을 쌓았다. 오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는 그의 작품이 아시아 귀빈들이 머무는 주경기장 VIP룸을 장식하며 한국의 미를 알린다.
우리나라에 소나무를 그리는 화가는 많다. 하지만 솔잎을 날카로운 바늘처럼 표현하는 그의 기법은 유일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거대한 화선지 앞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펼치는 그의 퍼포먼스는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다는 평가다. 이에 동양화의 본고장인 중국의 길림예술대학교에서 그 화법에 감명 받아 여송을 외국인 최초의 종신교수로 초빙하기도 했다.
“모진 시련 속에서도 늘 꿋꿋한 소나무의 강인함이 좋아 그림을 그립니다. 그 꺾이지 않는 의지가 우리 겨레와 꼭 닮았습니다. 그저 잘생긴 소나무가 아닌 한민족의 기상이 담겨 바라보는 이들의 삶과 공명(共鳴)할 수 있는 그런 나무를 그리고 싶습니다.”
3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소나무만을 고집해 왔다. 소나무가 자아내는 개결한 기운, 창공으로 뻗어가는 결연함을 담기 위해, 붓을 들었던 매순간 혼신의 힘을 불어넣었다. 여송(如松) 서복례. 그에게 있어 소나무는 담고 싶은 한민족의 모습이자 바로 자기 자신과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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