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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700만 그릇‘꿀꺽’

2006-10-01 2006년 10월호

하루 700만 그릇‘꿀꺽’


 


글-김미희 (본지 편집위원) | 사진-김정식 (자유사진가)


 


Made in 북성동
전국의 총 중국음식점 2만4천여개소, 하루 소비되는 자장면 총량 평균 700만 그릇,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인기있는 외식 메뉴 1위. 자장면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한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자장면의 국적이 과연 어디일까? 중국식 요리법과 재료에, 서양의 캐러멜을 넣은 소스, 일본의 단무지와, 한국의 김치가 함께 나오는 걸 보면 그 음식의 국적은 더욱 모호해진다. 중국요리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정작 중국본토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화 한 통화면 전국 어디서든 20여 분만에 배달되는 흔하디흔한 그 음식의 국적은 바로 인천 북성동 차이나타운.
1883년 개항이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산둥지방에서 건너온 중국인 쿨리(苦力-하급노동자)들과 부두근로자들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값싸고 손쉬운 간이 음식으로 자장면이 만들어졌다. 중국식 된장인 춘장을 대량으로 볶아 국수에 얹어 비벼먹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자장면의 원조다. 자장면 한 그릇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3분이라니, 말하자면 지금의 패스트푸드인 셈이다.
당시‘공화춘’에서 집단 급식용으로 처음 자장면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원조설도 있지만 자장면이라고 칭하는 음식이 처음 판매되었을 뿐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자료는 없다. 그렇지만 북성동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자장면이 처음 개발됐다는 사실에는 학자들 대부분 이견이 없다. 1905년 공화춘이 개업했다는 사실로 그 해를 자장면 탄생연도로 삼고 있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자장면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올해는 10월 14일에 개최된다. 한편 당시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는 공화춘은 최근 근대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이곳에 자장면박물관을 만들기로 했다.


 


3대째 춘장 볶아온 태림봉
현재 차이나타운에는 25개의 중국음식점들이 모여 있는데 그 중 두 세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화교들이 운영하고 있다. 120년째 같은 자리에서 터를 잡아온 태림봉(763-1688) 범연광(47)사장 역시 자장면을 제일 먼저 개발한 세대의 후예다. 지난해 자장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자장면이 맛있는 집’으로 선정된 태림봉은 하루에 100인분, 주말에는 300인분이상 춘장을 볶아내고 있으며 주말에 예약 없이 온다면 춘장 볶는 냄새만 맡고 돌아가야 한다. 범사장은 태림봉을 비롯해 집집마다 2~3대째 이어온 나름의 요리비법이 있고 테이블 회전률이 빨라 음식의 재료가 신선하다는 것을 차이나타운의 장점으로 꼽는다. 무엇보다 서민들을 위해 처음 자장면을 개발했던 선대들의 정신을 이어 정직하게 만들고 있단다.


 


된장녀 아닌 춘장녀 되기
일일 요리사 조용인(40)주부는 과거에 방송 관련 일을 한 탓인지 노련한 질문들로 차이나타운 원조자장면의 비밀을 캐려고 애쓴다.
“춘장 볶을 때 혹시 돼지기름이 사용되나요?….수타면을 뽑을 때 면끼리 왜 안 붙나요?….자장면 먹을 때 물이 많이 생기는 사람은 건강이 나쁜 건가요?” 기다렸다는 듯 질문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한다.
“저희는 식물성기름만 사용해요. 수타면에 소다가루를 조금 넣으면 서로 달라붙지 않죠. 그리고 면발을 이로 끊을 때 침 속의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녹말과 섞여 물이 생기는 건데요, 건강과는 상관이 없답니다.” 돌아오는 대답도 방송용 멘트처럼 명쾌하다.
춘장 볶기와 수타를 배우는 동안 ‘요리가 아닌 묘기를 보는 듯 신기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조씨는 중국요리를 제대로 배우려면 팔뚝 힘을 길러야겠단다.
요리배우기가 끝나자 조씨는 자장면을 제일 좋아한다는 아이가 눈에 밟혀 이번 주말 외식은 꼭 차이나타운에서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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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께? 짜장? 자장?


중국음식점을 갈 때 흔히 ‘짱께 먹으러가자’라고 하는데 이때 짱께는 ‘주인’을 뜻하는 북방계 중국어 장꾸이더(掌櫃的)에서 비롯된 말이다. 한자를 풀면 돈상자(櫃)를 맡고(掌)있는 사람(的)라는 뜻이 되어 주인을 의미한다. 때문에 짱께라고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볶은 장’을 의미하는 작장(炸醬)의 중국 발음이 [zhajiang]이라서 자장이라는 발음과 가장 유사하고 된소리화 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자장’으로 사용되고 이다. 자장면이 표준어이지만 아직도 구어에서는 짜장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자장보다는 짜장이 훨씬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옛날자장 :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장면으로 보통 양파, 양배추, 감자 등을 큼직하게 썰어 넣고 물과 전분을 넣어 춘장의 맛을 연하게 만든다.
간 자 장 : 춘장에 물과 전분을 넣지 않고 그냥 기름에 볶으며 보통 자장보다 조금 더 기름지고 담백하며 자장과 면이 따로 나온다.
삼선자장 : 새우, 오징어, 해삼 등 3가지 해산물 재료가 들어가는 고급 자장면으로 해물자장이라고도 한다.
유슬자장 : 채소와 각종 재료를 면발과 같이 길쭉길쭉하게 썰어 넣어 만든 자장으로 납작한 접시에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유니자장 : 중국집마다 유니 또는 유모자장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자장으로 각 재료들을 잘게 다져 넣어 부드러운 맛을 낸다.
사천자장 : 중국 사천식 요리법으로 춘장이 아니라 볶음 고추와 함께 발효시킨 두반장으로 맛을 내기 때문에 붉은 색을 띠고 매콤하다.
기타자장 : 최근 북성동 차이나타운에서는 웰빙 또은 퓨전 형태의 자장면을 개발하고 있는데 고구마자장면, 시금치를 갈아 면을 뽑은 녹색자장면, 콩, 표고, 버섯, 두부, 찹쌀 등 모든 재료를 식물성으로 만들어 넣은 채식자장면 등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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