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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잎새 져 버린 숲으로 가자

2006-10-01 2006년 10월호

 

 


 


 


 


 


 


 


 


 


 


 


 


 


 


 


 


 


 


 


 


 


 


 


시몬, 잎새 져 버린 숲으로 가자


인천대공원은 사계절 다른 빛깔로 도시민들에게 자연을 선사하는 도심 속 자연쉼터다. 공원에서의 휴식도 좋지만, 게서 발걸음을 멈춘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공원 울타리를 지나 뒷동네에 들어서면 또 다른 가을을 만날 수 있다. 가을을 노래하지 않은 시인이 있을까. 이 가을, 만의골을 거닐다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될 것이다.
글-유동현 (본지 편집장) | 사진-김성환 (자유사진가)


 


#느직한 마을
소래산에서 서쪽으로 뻗은 산줄기는 두 번 뭉쳐 관모산과 상아산을 솟게 했다. 야트막하게 솟은 관모산과 상아산 그리고 소래산은 아담한 골짜기 ‘만의골’과 ‘연락골’을 만들었다.
땅이름은 숙명적으로 타고 나는 듯하다. 만의골은 옛날에 이 마을이 깊은 산골의 요새지로서 군부대가 주둔했고 부대장격인 만호가 있어 만호골로 불리다가 만의(晩義)골로 변했다고 한다. 그 탓인가 지금도 9공수부대가 골짜기 끝에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풀이도 있다. 조금 느슨하고 여유 있는 뜻이 담긴 순수 우리말인 ‘느직하다’라는 의미를 한자 ‘늦을 만(晩)자’를 써 만의골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안쪽 깊숙이 들어앉은 느직한 동네 탓에 지금도 그곳에 가면 발걸음이 느긋해진다. 메타세콰이어와 느티나무들이 사열하듯 줄지어 서있고 과수원과 농장들이 한가로운 농촌 풍경을 연출한다.
남동구는 운연동 만의골 입구에서 9공수부대 정문까지의 1.75km 길을 말끔하게 정돈해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었다. 낙엽 휘날리며 자전거로 달릴 수도 있고 가을바람 가르며 인라인스케이트로 달릴 수 있도록 한쪽을 붉은 우레탄 포장길로 냈다.


 


# 노란물 들은 마을
이 골짜기의 수호신은 마을 끝에 자리 잡은 장수동 은행나무이다. 높이 약 35m, 둘레 8m로 나이를 무려 800여년 ‘잡수신’ 거목이다. 거꾸로 계산하면 고려 말에 생명을 얻었으니 지역의 산천초목 역사를 묵묵히 꿰뚫고 있으리라. 노쇠한 탓에 쇠기둥에 지탱한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아직도 그 앞에 서면 영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5개의 큰 가지에서 뻗은 수백개의 곁가지로 형성된 이 노목은 얼마나 큰지 나무 하나가 흡사 작은 숲을 이룬 듯하다. 그늘 폭은 인근 밭과 개울을 노랗게 물들이다 못해 온 동네에 노란 물감을 부어 놓은 듯하다. 한창 때는 은행 열매가 떨어지면 우박 쏟아지듯 했다고 한다.
운현동 입구에서 200m 정도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소래산 기슭으로 오르는 오솔길이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오르면 김재로 묘가 나온다. 김재로는 조선 숙종과 영조에 걸쳐 승지, 참판, 우의정, 좌의정에 이어 최고의 관직인 영의정까지 오른 재상이다. 이 묘를 품고 있는 소래산은 인천 남동구와 시흥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완만함과 급함이 적절히 섞여 있어 반나절 등반코스로 제격이다. 인근에서는 가장 높은 해발 299m로 정상에 서면 관모산, 상아산을 발아래 두고 인천의 시가지와 해안선 일부를 볼 수 있다.


 


# 미꾸라지 끓이는 마을
만의골과 이웃하고 있는 연락골에서는 사시사철 구수한 추어탕 국물냄새가 마을을 덮는다. 이 마을도 이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연락골(宴樂)은 ‘연회(宴會)하며 즐긴다(樂)’라는 뜻을 가진 마을이다. 얼마 전 이곳이 ‘추어마을’로 지정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추어탕을 먹으며 교제하면서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추어마을에는 현재 15곳의 추어탕집이 영업을 하고 있다. 15,6년 전 마을 구멍가게였던 ‘금메달’에서 동네사람들이 개울에서 잡은 미꾸라지를 끓여먹었는데 기막힌 그 맛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외지에서 그걸 사먹기 위해 사람들이 마을을 찾으면서 추어탕집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해 지금과 같은 음식타운을 형성했다.
연락골에는 예전에 음실마을이 있었다. ‘어두울 음(陰)’자를 쓰는 마을로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골짜기 마을이었다. ‘샛골에서 새를 잡아 / 장작골에서 장작 피워 / 담방이에서 담방 담그어 / 음실에서 음실음실 먹자’라는 민요가 이 동네에 전해 온다. 세월이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추어탕, 닭도리탕, 보신탕, 염소탕 등을 ‘음실음실’ 먹기 위해 그렇게 만의골로, 연락골로 모여드는 모양이다. ‘가을 골짜기’를 거닐며 몸과 마음을 살찌워 보자.


 


찾아가는 길_ 인천대공원 안에서 가려면 눈썰매장 쪽에 있는 쪽문 매표소를 통과해 외곽순환고속도로 밑으로 걸어가면 된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남동정수장에서 시흥시 방면 도로를 타고 대공원 후문을 지나 첫 번째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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