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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애물단지 새 삶 얻다
우리집 애물단지 새 삶 얻다
8월 마지막 토요일. 신세계 백화점 앞 중앙공원에서 “사은품 드려요.”“즉석 세일합니다~”며 손님을 끄는 소리가 들린다. 여느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구호들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좀 색다른 인사말이 들린다. “감사합니다.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라든가 “많이 파시고 기부금 많이 내세요.” 따위의 인사들이 그렇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글·정경애(본지 편집위원) | 사진·김정식(자유사진가)
공원 입구에는 작은 무대가 마련돼 있고 공원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니 양켠으로 좌판이 벌어졌다. 쌍둥이 자매들이 벌려놓은 책과 옷가지들을 시작으로 직접 만든 비즈공예품, 머리핀이 있는가 하면 손때가 묻은 위인전과 책이 있고 바닥에 멋스럽게 디스플레이 돼 있는 청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신발에서 학용품, 장수풍뎅이에 이르기까지 만물상회가 따로 없다.
이 희한한 풍경은 ‘인천시민 행복한 나눔장터’의 8월 마지막 주 행사 모습이다.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이웃들과 서로 나누어 사랑과 자원의 순환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우리시의 지원으로 YWCA에서 진행하는 행사다.
정영태군(조동초 1학년)은 학용품, 공룡미니어처 등과 함께 장수풍뎅이애벌레를 가지고 나왔다. 이 애벌레는 정군이 지난 2월 입학선물로 받은 장수풍뎅이가 낳은 57개의 알 중 일부. 엄마의 도움으로 먹이와 함께 애벌레를 넣은 통 11개를 가지고 온 것이다. 먹이통을 만드느라 자본이 투자된 터라 장터에서는 보기 드물게 5천원이라는 거금(?)의 가격이 매겨졌지만 장터를 찾은 초등학생들의 눈을 잡아끌기에는 충분했다. 어느새 5개를 판 정군의 어머니 김명숙씨(41·남동구 만수4동)는 “장터에 나오면 물건을 싸게 사고 팔 수 있어서 좋고 판매한 수익금으로 어려운 사람도 도울 수 있으니 너무 좋죠. 아이들에게는 재활용이라는 교육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겠죠? 오늘은 장사가 잘 됐으니 기금도 많이 내야 할 것 같아요.”라며 지폐가 가득한 지갑을 내 보인다.
오늘 장터에 나온 팀은 모두 130여개팀. 인터넷으로 사전 접수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단, 장터에서 판매되는 물건은 재활용품이 8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접수한 팀당 80점 내에서 판매할 수 있고 판매한 금액의 10%는 자율적으로 기부함에 넣도록 유도한다. YWCA는 수익금을 지난 연말에 난치병어린이 돕기를 위해 사용했다.
장터가 야외에서 열리다 보니 날씨가 관건. 하지만 앞으로는 걱정없다. 종합문화예술회관의 양해를 얻어 비가 오면 종합문화예술회관역에서 롯데백화점까지 이어지는 지하 통로에서 예정대로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장터라고 해서 물건만 사고파는 것은 아니다. 공원입구 무대에서는 브라질 전통 무술인 까뽀예라가 공연되고 장터에 구경나왔던 아이들, 물건을 가지고 나온 어른들이 삼삼오오 무대 앞으로 모여들어 금세 흥겨운 문화판이 차려진다. 또 장터 곳곳에는 캐리커쳐 그려주기, 핸드폰 롤 페인팅, 골다공증 진단, 요술풍선, 보드게임 등의 부대행사가 열린다. 물론 참가비는 모두 무료.
YWCA의 고성란 사무총장은 “다양한 부대행사와 무대공연을 마련해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공간,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축제 형식으로 행사를 끌어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장터에서 몇 가지 물건을 챙긴 이채은양(주안남초 3). 오늘 인형, 만화책, 채은이 옷 등을 팔아서 생긴 3천원으로 이황, 유관순 등의 위인전을 샀고 언니에게도 책을 사주었다. 판매금액의 10%인 300원은 기부금함에 넣었음은 물론이다.
채은이의 물건이 다른 아이에게, 다른 아이의 것이 채은이에게로 자리바꿈을 하면서 여러 물건과 책은 다시 생명을 찾고, 어려운 우리 이웃은 사랑의 활력을 찾게 될 것이다.
나눔장터에 참여하려면 인터넷(www.happynaum.com,
424-0524)을 통해 신청하면 되고 현장접수도 가능하다. 10월에는 14일과 28일에 장터가 열릴 예정이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부평구청에서는 (사)지역복지센터 나눔과함께 주관으로 ‘행복한 부평 나눔장터’를 열고 있다. 행복한 부평 나눔장터도 자원을 재활용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판매금의 10%를 기증해야 하는 것 역시 우리시의 나눔장터와 다르지 않다. 9월 16일에 첫 번째 장터가 열렸고, 두 번째 장터는 10월 14일에 열릴 예정이다. 장소는 부평구청 앞마당. 부평 나눔장터는 어린이장터, 시민장터, 테마장터, 단체장터로 나뉘어 각각 인터넷(http://nanum1004.or.kr/market/, 433-6150)을 통해 신청하면 참가할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가게를 통해서도 아나바다를 실천할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시민들로부터 안 쓰는 물건을 무상으로 기증받아 이를 손질해 싼값에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순환과 나눔’의 운동이다. 나눔장터가 직접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그것으로 기부를 하는 것과는 달리 아름다운가게는 물품 기부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다.
우리시의 아름다운 가게는 배다리 청과물시장 맞은편의 동인천점(773-0657)과 인천터미널 2층의 터미널점(424-7004), 삼산동 주공임대아파트 상가에 있는 삼산점(508-8004), 산곡동 우성아파트 옆 산곡교회점(362-4001) 등 네 군데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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