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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과 나만 아는 사색의 공간

2006-10-01 2006년 10월호

 

 


 


 


 


 


 


 


 


 


 


 


 


 


 


 


낙엽과 나만 아는 사색의 공간


 


어느새 하늘은 한없이 높아져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빽빽한 건물들 사이로 녹색의 섬들이 울긋불긋 하나 둘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잿빛 도심 속에서 번잡함을 잊고 고즈넉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울타리 너머 비밀스러운 공간을 소개한다.


글-김미희(본지 편집위원) | 사진-김정식, 김성환(자유사진가)


 


# 메마른 도시인의 감성까지 치료한다 | 인천적십자병원
빠삭빠삭 건조해지는 가을에는 마음까지 까칠해지기 쉽다. 이럴 때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얄팍한 수필 한 권 들고 자연의 품에 안겨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진한 가을을 만끽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수구에 위치한 인천적십자병원(280-2114) 내 정원은 아파트 숲으로 빙 둘러싸인 초원같은 곳. 동네 주민들이 병리학적으로 특별히 어디가 아프지 않더라도 이 병원을 찾는 것은 도시 생활에서 오는 감성의 결핍을 치료하기 위함이다. 그 정도로 병원의 정원은 또 다른 묘약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더욱이 과거에 결핵환자들의 요양 병원이었던 적십자병원은 더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어서 또 다른 감수성을 자극한다. 70년대 ‘이름 모를 소녀’와 ‘하얀나비’ 등의 노래로 우리에게 알려진 천재가수 김정호가 결핵으로 투병하다가 마지막으로 요양생활을 하며 34살이라는 꽃다운 나이로 세상과 이별한 곳이 바로 이 곳이다. 호흡기관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노래를 다시 부르면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주치의의 말도 무시한 채 그는 오히려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 숨이 멎을 것 같다며 더 뜨거운 열정으로 노래했다. 통기타를 멘 채 눈을 살며시 감고 꿈꾸는 듯 노래하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라는 곡은 요양시절 송도해변을 걷는 여인에게서 느낀 슬픔의 이미지를 그린 곡이다. 아직도 병원 구석구석에서 그의 노래들이 구슬프게 흘러나오는 듯하다.


 


# 생활 속 정원의 발견 | 문성정보미디어고등학교
만수동에 위치한 문성정보미디어고등학교는 동네정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곳이다. 교정에 들어서면 학교에 왔다기보다는 공원에 온 기분이다. 학생들은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며 등교하고 점심때는 옛날 감로수(甘露水)가 샘솟았다는 우물터에 만든 감로정(亭)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시락을 까먹기도 하니 학생들에게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울창한 숲길,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아고라, 오솔길 사이로 군데군데 꾸며진 조각품과 장승, 여성의 표상이 되는 사임당 광장, 자라와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헤엄치는 연못 홍룡지, 그 위로 산뜻하게 꾸민 선홍교, 게다가 자연사박물관까지…그렇다보니 봄 가을엔 유치원생들이 소풍을 오기도 하고 동네 주민들도 내 집 정원 드나들듯 한다.
문성정보미디어학교는 가끔 TV화면에도 등장했는데 청소년 드라마 ‘나’와 ‘건빵선생과 별사탕’의 배경이 되었으며 내년 초 개봉예정인 영화 ‘아버지와 마리아와 나’도 학교 교정에서 촬영됐다.
이밖에도 최근 우리시가 학교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녹지공간이 늘고 있는 학교가 많다. 소래초등학교의 경우 생태연못, 물레방아, 아치형 나무다리 등을 설치해 교정 속 정원을 가꾸고 있다.



한걸음 더 -자연사박물관
문성정보미디어고등학교에는 전교생과 교사들이 20년이상 ‘자연’을 모아 만든 자연사박물관이 있다. 국내외 희귀한 암석, 광물, 화석 및 동·식물 표본 등이 전시돼 있으며 초·중·고교생에 맞는 체험학습교실을 운영한다. 주중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며 단체 관람시 사전예약을 해야한다. 문의_ 465-6503 www.ims.hs.kr/museum/main.htm


 


# 언덕위에서 굽어보는 가을 | 가천인력개발원
주택과 음식점들이 빼곡히 들어선 송도에는 도심과 서해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가 군데군데 있다. 그 중 언덕위에 위치한 가천인력개발원(833-0357)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노동부 지정 연수원인 이곳은 1992년에 개원해 그동안 5만명 이상이 이용해온 연수시설이자 대자연과 더불어 호연지기를 키우는 곳이다. 하지만 연수가 없을 때에는 동네 주민들과 시민들이 잠시 들렀다 쉬어갈 수 있도록 언제든지 개방돼 있다.
청량산과 마주해 있어 가을로 물드는 산의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고 시선을 돌리면 송림 사이로 서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몇점의 조각품들과 잘 꾸며진 조경, 오솔길 사이로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구석구석에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돼 있다. 또 바로 옆에는 소나무 숲으로 이뤄진 공원과 작은 통로로 연결돼 있어 대자연의 품에 안긴 느낌이다. 도시 생활이 어땠느냐고, 그동안 많이 지쳤느냐고 자연이 먼저 말을 건넨다. 따사로운 햇살과 풀냄새, 흙냄새를 맡으며 나무와 꽃들과 무언의 대화로 소통하다보면 어느새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흐트러진 마음이 치유된다.


 


# 역사책과 함께 가을에 빠지다 | 인천시역사자료관
시내에서 가을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자유공원 기슭에 있는 우리시 역사자료관(440-3496~8)을 찾는 것도 좋다. 이 곳은 35년간 15명의 인천시장이 사용해온 공관이었지만 지난 2001년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때는 일본인 부호의 저택이었다가 광복후 ‘동양헌’이라는 양식집으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6백60평의 대지에 백여평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시사편찬사무실, 향토자료실, 열람실, 연구실이 마련됐다. 자료실에는 인천에 관한 단행본과 논문, 학술보고서, 사료 등 2천여 종이 넘는 향토자료가 비치돼있다.
넓은 정원과 구석구석에 자연석을 이용한 돌계단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굳이 자료실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뜰 안을 걸으며 가을 한 때를 보낼 수 있다.
또 파라솔과 벤치에 않아 책을 읽거나 인천항을 내려다보며 사색을 즐길 수 있어 좋다. 결혼시즌이면 웨딩촬영 장소로 인기를 끌 정도로 조경이 잘 꾸며져 있다. 잘 정돈된 조경과 한옥이 함께 그려내는 풍광은 독특한 맛을 준다. 마치 고궁의 뜰에 와있는 듯한 착각도 들게 한다.


 


# 성스러운 공간에서 만난 가을 | 주안8동 성당
성전의 뜰이 누구에게나 허락된 공간이다손 치더라도 종교에 적을 두지 않는다면 교회나 성당, 사찰의 담장 너머 발을 들여놓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주안8동 성당(421-3061)은 조금 다르다. 대문도 없거니와 울타리도 없어 누구나 부담없이 들어와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며 쉴 수 있는 허락된 성역이다. 신도들은 물론이고 메마른 시멘트와 벽돌에 갇혀 사는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가을을 선물해주고 있다. 환경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수일 신부는 5년전쯤 ‘담장허물기’를 시작으로 성당마당에 잘생긴 금송, 반송 등을 심어 도심속 ‘정글’의 느낌을 주었다. 한 켠에는 수목과 야생초를 심어 사철 꽃이 피고진다. 500여평 규모의 마당에는 잔디보호시설을 마련해 잔디 위를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다. 어느 공원이나 정원을 가든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는 문구가 쓰여 있어 잔디를 밟고 싶었던 욕구를 은근히 눌러왔다면 그 작은 스트레스도 이곳에서는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한쪽에는‘쉐마정’이라는 정자가 마련돼 있고 정원 사이사이에 오솔길을 만들어 자연의 맨살에 직접 몸을 비벼볼 수 있다.


 



울타리 안 ‘비밀의 정원’


북적대는 도심 한복판에 숨통을 터주는 녹지공간이 있다. 인하대학교 후문에 위치한 해성보육원(872-3240 www.hschild.or.kr)에는 아이들과 함께 자연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1894년 프랑스 수녀들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보육원인 해성보육원에는 넓은 잔디밭과 아이들을 위한 야외공연장, 놀이터 등 조경이 잘 꾸며져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문제로 출입이 제한돼 있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있는 자원봉사자들만이 그곳, 정원의 비밀을 알고 있다. 또 주안역 북광장 쪽에 1950년 창건된 사찰, 용화사는 명승지 같은 곳이다. 사찰에서는 실제로 카메라 촬영이 금지될 정도로 조경이 수려해 찾는 사람이 많다. 용화사 문화센터는 불교강좌를 비롯해 건강강좌, 논술강좌, 요리강좌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필요한 강좌가 있어 수강을 한다면 조경 감상은 덤이다. (872-2796 http://yonghwasunw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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