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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네 품에 안겨 새해 꿈 꾸노라

2005-01-01 2005년 1월호

바다는 계절마다 색깔을 바꾼다. 파란 여름은 ‘놀이의 바다’이지만 회색 겨울은 ‘사색의 바다’이다.
넉넉한 품을 열어주며 시린 가슴 단번에 씻어주는 겨울바닷가를 거닐어 보자.
얼굴 가득 겨울 낙조가 물들면 어느새 마음도 불그스레 데워질 것이다.

 

 

 

 

 


눈이 내릴 건가. 희뿌연 회색빛이 주위를 감싸 돈다. 문득 겨울바다가 그리워지며 배편에 상관없이 다리를 이용해 갈 수 있는 섬, 영흥도로 향한다. 영흥도는 대부도, 선재도를 징검돌 삼아 건너가는 섬이다.
자동차로 시원하게 내달리며 몇 차례 바닷길을 가른다. 시화방조제, 선재대교, 영흥대교를 건너면 영흥도 진두선착장이 나온다. 다리가 놓여지기 전에는 섬의 출입구였다. 예전에는 나름대로 섬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지만 이제는 조그만 낚시배들이 떠 있고 몇 개의 횟집만 덩그러니 있는 쓸쓸한 포구이다. 여기서 오른쪽 바닷가를 끼고 돌면 ‘미니 해안도로’가 나온다. 이름 모를 무인도들이 제 그림자와 속삭이는 것을 감상하며 달리다보면 십리포해수욕장 푯말이 길을 안내한다. ‘십리포’라는 말이 눈앞에 거대한 해변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 바다는 삼태기 마냥 조그맣고 아담한 품을 갖고 있다. 해변의 길이가 10리가 아니고 선착장에서 10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철지난 십리포바다 어디에선가 칼바람이 불어오자 파도는 깃 한번 세우지 못하고 바다 속에 잠겨 버린다. 바다도 겨울을 타나보다. ‘우웅’ 한겨울 바다가 토해내는 신음소리와 가슴앓이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십리포에 서면 인천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 무의도, 실미도, 팔미도, 송도신도시의 실루엣이 뚜렷하고 인천공항의 관제탑과 이착륙하는 비행기 그리고 인천항으로 들어가는 외항선의 모습이 선명하다.
십리포가 유명하게 된데는 소사나무가 한몫 했다. 해변가에 줄지어 서있는 숲은 바다와 뭍을 갈라놓았다. 바람 탓일까? 아니면 태생적일까? 어느 나무 한 그루도 똑바로 뻗지 못했다. 몸뚱이는 뭍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었고, 가지는 뒤틀릴 대로 뒤틀렸다. 하늘 향해 뻗어올린 가지들은 풀어헤친 여인네의 머리카락처럼 제멋대로 뻗었다. 흡사 퍼포먼스를 하는 군상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다 끝에 다다르면 횟집 뒤쪽에 산으로 오를 수 있는 오솔길이 굽이굽이 나있다. 이 섬의 최고 봉우리 국사봉에 오르는 길이다. 겨울이건만 아직도 길목마다 억새들이 하얀 손을 흔들며 여행객을 반긴다. 해발 123미터 봉우리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온다. 고려의 국운이 쇠할 대로 쇠하자 섬으로 쫓겨나온 왕족의 후예들이 개성 쪽을 바라보며 후일을 다짐했다고 해서 ‘국사봉(國思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산 정상에 서면 바다 건너에 또 다른 국사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의도 국사봉이다. 산 중턱에는 통일사(統一寺)라는 작은 암자가 있다. 6·25 사변 당시 전사한 남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어느 미망인이 세웠다고 한다. 지금도 그 사찰에서는 남북통일기원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이하게도 대웅전 현판 옆에 빛바랜 태극기 액자가 나란히 걸려 있다.

 

절을 내려와 바다 쪽으로 길을 잡으면 영흥도의 또 다른 바닷가 장경리가 나온다. 쌉쌀한 해풍과 스멀거리듯 밀려오는 잔 파도 그리고 물새들의 간절한 울음만이 광활한 겨울바다를 채우고 있다. 한 쌍의 연인이 넉넉한 겨울 바다의 품에 한가롭게 돌을 던지며 물수제비를 뜬다. 장경리는 솔밭이 유명하다. 그 솔밭에서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솔바람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데 길 잃은 고려인의 영혼은 지금 저 광활한 바다 어디매서 헤매고 있는 것일까. 무채색의 겨울바다에 회환과 후회를 던져버리고 그 섬을 빠져 나온다.
가는 길 _ 영흥도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32㎞ 떨어져 있다. 2001년 영흥대교가 개통돼 자동차로 갈 수 있다. 시화방조제-선재대교-영흥대교를 지나 4km 정도 달리면 십리포해수욕장이 나온다. 문의 _ 영흥면사무소 (880-2607)

 

글 _ 유동현 (편집위원·batubatu@incheon.go.kr)
사진 _ 김정식 (자유사진가·jsjsm@incheon.go.kr)

 


십리포의 ‘바람막이’ 소사나무
영흥도 십리포 소사나무 숲은 국내 유일의 소사나무 군락지다. 옹진군 영흥면 내리 산91. 십리포 해수욕장 뒤 낮은 구릉 3,000여 평에 소사나무 350여 그루가 사열하듯 줄지어 서있다. 숲은 해안을 따라 400여m 길이로 띠를 이루고 있다. 가는 것은 허벅지 굵기 만하고 실한 것은 어른 몸통만하다.
130여 년 전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방풍림으로 조성했다고 하는 말만 전해질 뿐, 정확한 기원을 알 수 없다. 100여 년 세월 동안 숲엔 바람이 그치지 않았다. 한여름이라도 나무 밑에 앉으면 추워서 잠을 잘 수 없다. 수종 자체가 울퉁불퉁한 모양이기도 하지만, 여느 소사나무보다 더 많이 휘고 뒤틀린 것은 십리포의 바람 탓일 게다.
소사나무는 서어나무의 일종이지만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 서어나무는 10~15m 높이로 자라지만, 소사나무는 10m를 넘지 않는다. 영흥도 소사나무의 평균 키는 8m 정도. 이제 다 자란 셈이다. 국내 유일의 소사나무 군락지의 가치가 인정돼 97년 천연보호림(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었다. 몇년전 보호철책이 쳐지면서 비로소 사람들의 손때로부터 해방되었다.

고독한 겨울바다 4選
신이 만든 조각 & 사람이 만든 조각 모도
모도는 서해바다에 던져진 공기돌 같은 작은 섬이다. 그 섬에는 불과 20여 가구 밖에 살지 않는다. 겨울바람을 피하기 위해 마을 전체가 낮게 엎드려 있기 때문에 섬 전체가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조용하다. 모도의 길은 한길로 뚫려있다.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길을 따라 그대로 가면 종착역은 어김없이‘배미꾸미’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해변이다. 좁은 숲길을 통과하면 작은 조각공원 ‘이일호와 모도’를 만난다. 이 겨울에 얼마나 추울까…하는 애처로운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모든 조각은 벌거숭이다. ‘에로티시즘 조각’을 추구하는 조각가 이일호씨의 작품들이 해신(海神)이 만든 갖가지 기암괴석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는 길 _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장봉도로 가는 배를 탄다. 자동차도 함께 갈 수 있다. 신도에 내려 연도교를 이용해 시도를 거쳐 모도로 건너간다. 시도 수기해수욕장에는 드라마 <풀하우스> 세트장이 있다.

겨울바다의 진수를 맛본다 왕산해변
용유도의 을왕리해수욕장은 일찌감치 국민휴양관광지로 개발된 탓에 계절에 관계없이 해변은 언제나 방문객의 발걸음이 넘쳐나고 생동감이 솟구친다. 을왕리해수욕장이 화려한 여름바다라면 을왕리에서 고개 하나만 넘으면 되는 왕산해변은 철지난 겨울바다의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드넓은 해변 앞으로 모래사장이 고즈넉하게 펼쳐져 있고 아래쪽으로 선녀바위 해변이 있어 모래사장과 갯바위가 잘 어우러진 광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좌우로 소나무 숲을 두른 바다 속으로 해가 떨어지는 모습은 용유 8경의 하나로 꼽힌다.
가는 길 _ 영종대교를 거쳐 공항 북측도로를 타고 가면 끝 쪽에 왕산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월미도에서 배를 탈 경우에는 공항 남측도로를 타고 마시란-용유-을왕해수욕장을 거쳐 다다를 수 있다.

시네마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 무의도 바다
무의도 서쪽에 있는 하나개 해수욕장은 이제 ‘국민관광지’가 되었다. 겨울임에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그 바닷가를 거닌다. 그 속에는 일본 관광객도 끼어있다. 드라마의 주인공 권상우가 일본에서 새롭게 뜨면서 무의도 바다는 그들의 겨울여행 필수코스가 되었다.
옆 바다에 위치하고 있는 실미해수욕장은 푸른 해송을 배경으로 깨끗한 백사장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 바다와 숲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리면 걸어서 영화 ‘실미도’의 촬영장소인 실미도로 건너갈 수 있다.
가는 길 _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영종도로 건너가 공항 남측도로를 타고 잠진도 선착장에 가서 배로 건널 수 있다. 또한 연안부두에서 무의도행 여객선을 타도 된다.

광활한 바다의 속살을 보자 강화 동막해변
동막해변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라는 강화남단의 갯벌을 끼고 있다. 그 바다는 하루에 두 번 시커먼 제 속살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그 바닷가에 서면 멀리 인천국제공항이 눈에 들어온다.
동막해변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장화리가 나온다. 장화리의 노을은 강화 낙조의 으뜸이다. 붉은 노을로 물든 서해의 섬들과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그 따스함에 마음속까지 빨갛게 물든다. 조단, 라메르, 해둥지… 장화리 길가에는 운치있는 카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는 길 _ 초지대교를 이용해 전등사 방면으로 빠져 강화도 남단으로 향한다. 함허동천을 지나면 동막해변, 더 달리면 장화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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