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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골목따라 이웃정 새록새록
2005-01-01 2005년 1월호
골목길이 유난히 정갈하다 싶다. 그 흔한 전단지, 요란스런 벽보가 눈에 띄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법투기 쓰레기며 쓰다버린 살림살이 등도 찾아볼 수 없다.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런 골목풍경이다. 모든 골목길이 다 이럴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계양IC를 빠져나오면 바로 왼쪽이 계양구 계양4동 용종음식마을이다.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60개 음식점이 자리잡은 이곳은 주민의 70%가 요식업에 종사한다. 내내 그래왔지만 주민들은 지난해 6월부터 더욱 신경을 써가며 주변 청결에 발벗고 나섰다. 우선 바람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일망타진하면서 방치된 쓰레기 무더기를 압박 포위해 나갔다. 주차질서를 위해 주민의 차는 별도 공용주차장으로 유도해 냈다. 내집앞부터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집집마다 화분 내놓기 운동도 펼쳤다. 매월 15, 30일은 골목 대청소의 날. 깨끗한 골목은 당장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상쾌한 기분을 선물했다. 그리고 마을을 찾은 배고픈 길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길 만했다.
용종음식마을 번영회 강석주 회장은 “앞으로는 주변 서부간선도로와 서부간선수로에 대한 녹지조성, 수변공간 활용으로 마을 자체를 아름답고 청결하게 꾸미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달리 그저 평범한 낡은 다세대 주택가 좁은 골목인 부평구 부평4동 15통 일대의 경우 누가 일부러 찾을리 없고 앞으로 수 년후면 재개발될 지역임에도 ‘깔끔’ 그 자체다. “사는 동안 깨끗하게 살아야”한다는 통장 강정숙씨는 이젠 말 안해도 자기집앞, 가게앞 청소에 나서는 주민을 보면 대견스럽기만 하다. 강씨와 뜻을 함께 하는 주민들 10여명은 첫째, 셋째 일요일 아침마다 조별로 거미줄같은 골목을 순례하며 2시간가량을 정화활동에 나선다. 보통은 50리터짜리 규격봉투 3~4개 정도는 거뜬히 채우지만 빈봉투로 남아도 섭섭할 건 없다. “때론 너무 힘들어 등골빠질 지경”이라는 강씨는 “청소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눈에 보이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주민들 역시 “골목이 깨끗하니 주민들 기분 좋고, 치우는 나도 좋다”고 입을 모으고 “번지수만 틀려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며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다. 동네 이미지 좋아져, 청소하며 주민간에 사람 사는 정 돈독해져 ‘마당 쓸고 돈 주운’ 격이다.
그동안 종량제 실시 이후 주인이 뚜렷치 않은 공간에 대한 청소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으슥하다 싶으면 쓰레기 무단투기가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인천의제 21 실천협의회는 내 집 앞, 골목길을 청소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각 구별로 8개의 시범 골목을 추천받아 그 가운데 골목청결으뜸모임을 지정했다. 그 가운데 부평구 부평4동 15통이 1등을, 용종음식마을이 2등을 차지했다. 모두 주민의 자발적 참여 아래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이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에서 지켜야할 조그만 질서를 몸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글 _ 지영일 (편집위원·openme@incheon.go.kr) / 사진 _ 김정식 (자유사진가·jsjsm@in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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