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지난호 보기

게 서두르는 이여, 차나 한잔 들고 가소

2005-02-01 2005년 2월호

‘한 주발의 차는 한 조각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
한 조각 마음이 한 주발의 차에 있나니
마땅히 한 주발의 차를 맛보소서.
한번 맛보면 응당 한량없는 즐거움이 생기리…’ (서자 함허의 시)

 

 

 


따끈한 차 한잔 마셔볼까!

 

차를 제대로 알고 마시자면 부담스런 비용과 ‘마시기 번거롭다’는 걱정이 앞서곤 한다. 이런 것을 어떻게 마시나 싶게 차 맛도 매우 낯설다. 일부 특별한 사람들이나 즐기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건 오해다. 값싸고 편리한 개인용 다기의 보급으로 집을 비롯해 사무실에서 쉽게 차 마시는 것이 가능하고 차 한통이면 1년은 족히 마실 수 있으니 찻값도 비싼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요즘 웬만한 곳에는 냉·온수기가 있어서 손쉽게 뜨거운 물을 구할 수 있다.
이왕에 마실 것을 찾는데 왜 차가 좋은지 살펴보면 그 성분 중에 떫은맛을 지닌 탄닌(폴리페놀·카테친)은 위장점막 보호, 살균작용, 해독작용을 돕는다. 쓴맛이 나는 카페인은 중추신경에 작용해 흥분 유발, 지구력을 증가시키는 피로해소 작용, 사고력 항진작용 등의 유익이 있다. 또한 아미노산(단맛), 비타민C(신맛), 무기질(짠맛) 등의 성분이 각종 신진대사를 돕고 영양소로서의 구실을 한다. 따라서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피로를 덜 느끼고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노화방지와 피부미용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 과잉과 수분 섭취가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차를 마기기 위한 준비과정, 홀짝홀짝 음미하기와 같은 차 마시기가 큰 도움이 되며 여러번 우려 마시기 때문에 충분한 물을 먹는 효과가 있다. 이 정도면 ‘다반사’로 즐기며 차 맛에 정을 들일만 하다.

차를 만나고 느낄 수 있는 곳들
이렇게 좋은 차를 홀로 즐기기 보다는 연인 혹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마시고 싶다면 시내 찻집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요즘 찻집들은 차만 팔지 않는다. 여러 종류의 차와 다기류 등 각종 소품을 함께 진열해 놓고 손님들에게 판매한다. 나름대로 전문 백화점 수준에 맞먹거나 눈요기하기 좋은 전시품 역할을 해준다.
구월동에 위치한 어울림(424-5452)은 약 25평 규모의 찻집으로 녹차류, 중국 발효차, 화차류, 대용차 등 20여 가지의 차 맛을 볼 수 있다. 여기에 흰떡구이와 한과를 곁들인다면 금상첨화. 물론 각종 차와 향, 다기 등 소품을 판매하는데 구입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부근에 자리잡은 덕에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회의나 손님접대 삼아 자주 찾곤 한다. 요즘같은 추운 날씨에는 따끈한 청주 한잔의 맛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는 인천불교회관 1층에는 차향이 머무는 뜨락(423-9904)이 있다. 길가에 접해 있지만 작은 꽃밭도 있어 제법 운치있다. 차를 주문하면 떡과 견과류 등 군것질거리 다식을 함께 내어준다. 푸짐한 대접에 장사가 될까 싶다. 삶은 대추를 으깬 후 걸러, 다시 10시간 정도를 푹 고아 만든 대추탕이 겨울철 인기 대용차란다. 이곳에서는 ‘한·중·일’의 차에 관한 모든 것을 체험하게 되는데 각종 차와 수백가지에 이르는 소품, 게다가 주인의 친절한 설명과 다례 시연은 여느 찻집과 다른 즐거움을 준다. 차의 가격은 4천원에서 5천원사이로 한끼 점심식사 수준에 차를 좀더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 작년 9월 문을 열어 이젠 제법 단골도 생기고 주인네의 인심과 찻집 분위기에 쏠려 마니아도 있을 정도.
부평역쪽으로 나가보면 롯데백화점 부근에 찻집 새미 기픈 물(514-6575)이 있다. 건강차 위주로 맛볼 수 있는 이곳은 과일쥬스와 떡, 한과 등 다양한 먹거리를 준비해 놓고 있다.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모듬떡 한접시를 보너스로 내어 놓는다. 특히 주인이 직접 만들어 낸 5~10포 단위 한방차를 1만원에 판매, 저렴한 비용으로 집이나 사무실에서 건강차를 즐길 수 있다. ‘미 기픈 물’ 옆쪽으로 오랑(505-5161) 찻집이 있다. ‘오랑’은 서구적인 분위기로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모양과 색깔을 지닌 가지각색의 떡을 함께 맛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떡카페’로 홍보하기도 한다. 특별한 서비스가 눈에 띄기는 길병원 제2별관 1층에 있는 차의 향기(461-0431)가 있다. 전통차와 한과, 다식, 각종 떡류를 구비하고 있는 것 이외에 과일바구니, 폐백과 이바지 음식, 산나물과 호박 등 주인의 손길이 밴 나물류 등을 곁들여 판매하고 있다. 넓은 공간에 세련된 서양식 카페 분위기로 각종 모임을 갖기에도 좋다.
이밖에 차와 함께 민속주를 맛볼 수 있는 찻집으로 부평의 구름채(515-9847), 토담골(512-5008) 등이 있다.

 


마시는 데에도 예(禮)와 도(道)가 있나니
우리 조상들은 차를 ‘그냥’마시지 않았다. 마시는 행위와 과정을 통해 심신을 닦았던 것이다. 서로 상극인 불과 물을 조화시켜 자연 그 자체인 차 나뭇잎을 우려 마시는 일상을 통해 세상 이치와 사람 살아가는 도리를 무언으로 깨우친 지혜가 담겨있는 것이 다도와 다례이다. 부드러우며 격식을 갖춘, 물 흐르듯 이어지는 다례는 한편의 춤과도 같다. 사방 주위는 야릇한 향내와 함께 신성한 기운이 일순 감돌고. 그리하여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차를 마셔왔고 지금도 마시고 있는데, 이것은 차에 담진 지혜와 이로움이 주는 따사로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예진원(원장 최순향. 545-7050)은 사단법인 한국다인연합회 소속 단체로 차에 대한 모든 것을 익히고 즐기는 전문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한 차향과 함께 부드러운 온기가 온 몸을 감싸 도는 것이 차원이 다른 공간에 빠져든 느낌을 준다. 방에는 크고 작은 다기 그리고 각양각색의 차들이 손님을 반긴다. 마치 작은 박물관을 연상시키면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자면 소꿉놀이의 추억이 떠오를 만도 하다. 예진원에서는 월, 금, 토요일 마다 초급반에서 사범반까지 수준별 강좌를 진행한다. 교육비는 월 6만원이며 재료비는 따로 없다. 수업은 주 1회 이뤄지는데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거의 종일이 소요된다.
규방다례보존회(이사장 이귀례. 468-3595) 역시 기초적인 차생활예절을 전수하고 전문자인 지도사범으로 갖추어야할 덕목 및 우리예절 등 차 관련 제반 분야를 지도하는 곳이다. 주요사업으로는 인설어린이예절학교, 전통차향을 따라-무료차예절교육, 전국인설차문화전-차예절경연대회 등이 있다. 기초교육의 경우 3개월(3월 개강) 과정으로 차(茶)생활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다. 교육시간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12까지며 교육비는 무료이다. 차생활지도자사범 교육은 2년 4학기 과정으로 매년 2월, 8월중 모집하며 한 학기당 교육비가 20만원이다.
최근 남동구 구월동 200여평의 부지에 지상 3층 규모로 2개동 건물로 지어진 인천예절원(원장 문정희. 464-8254 / www.incc.or.kr)은 청소년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예절학교’와 ‘시민문화학교’를 통해 각종 예법과 차 예절을 교육한다. 예절원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대상별, 시간별로 생활예절은 물론 전통문화 체험, 전례놀이 학습, 떡과 한과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토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다도교실을 마련, 주말을 이용한 강좌도 개설해 놓고 있다.

 


인천과 차와의 인연
은은한 차향이 어느 구석에서라도 배어나올 듯한 선원사(禪源寺).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에 있는 선원사는 1232년 고려 무신시대 최고의 실력자인 최우에 의해서 세워진 사찰이다. 선원사지는 팔만대장경의 판각지로만 알려져 오다가 지난 1994년 고려시대 것으로 보이는 차맷돌과 청자 찻잔 등이 발견됨으로써 선승들이 깨우침을 향한 방법으로 행했던 선차문화(禪茶文化)의 현장으로 관심을 끌었다.
여기서 발견된 차맷돌에 남겨진 글귀가 있었으니 고려시대 문신 이규보(1168~1241)의 흔적이다. 몽고난을 피해 임금을 모시고 이 부근에 살던 이규보가 선원사에 종종 들러 차와 술을 즐겼다고 한다. 차를 마시는 즐거움과 인생을 노래한 40여 편의 차시(茶詩)가 육신은 사라졌으나 마음으로 남은 이규보를 짐작케한다. 강화군 길상면 길직리 산115번지에는 선생의 묘소가 있다.
차를 말하며 마니산 동쪽 기슭에 있는 정수사를 빼놓을 수 없다. 신라 선덕왕 8년(639)에 창건된 이 사찰은 1426년 함허(涵虛·1376~1433)가 절을 고쳐 지을 때 법당 서쪽 산신각 아래 바위틈에서 맑은 물이 솟아났다. 석중천(石中泉)으로 그 맛이 오묘하여 무거운 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나는 물이라고 한다. 이 물맛 때문에 함허에 의해 절 이름이 정수사(淨修寺)에서 ‘물 수(水)’자가 든 정수사(淨水寺)로 바뀌었을 정도다. 진정한 다인(茶人)이라면 순전히 찻물로만 쓰기 위해 이곳 물을 찾는다.
글 _ 지영일 (편집위원·openme@incheon.go.kr) / 사진 _ 김정식 (자유사진가·jsjsm@incheon.go.kr)

차한잔 국어선생님 엄연주씨
쉬어 가고 싶을 때 만나는 한 잔의 차
올해 닭띠 선생님 엄연주씨. 현재 서인천고등학교 국어교사인 그녀는 유난스럽지 않은 전통차 애호가이다. 특별히 너스레를 떨만큼 차를 좋아하는 이유가 없지만 즐겨 찻집을 찾고 따스한 온기 품은 찻잔을 사이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것이 정겨울 뿐이다.
그녀의 전통차에 대한 인상은 ‘편안하다’ 혹은 ‘쉬어가는 느낌’ 정도로 표현될까. 진하고 강한 맛에 속성으로 만들어 먹는 외래 차와는 달리 손이 가야하고 기다림과 정성의 미학을 겸비한 번거롭지만 외면키 어려운 그것이다.
어쩌면 학습된 탓일 수 있다. 전통차에 담긴 의미와 예법, 조상들이 차를 즐기던 풍류에 대해 들어 머리에 기억했다가 나 역시 그렇게 된 것 같은 ‘귀족적인 착각’말이다. 하지만 엄연주씨는 느낌으로 차를 만난다. 편한 친구들과 만날 때면 보통 시내 찻집에 들러, 요즘같은 계절이면 쌍화차를 즐기며 시시콜콜한 사연을 늘어놓는다.
어느 때는 학교에서의 일과 아이들에 대해 반추하며 자기정리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서두를 일도 없고 재촉하는 이도 없다. 기다리며, 한 모금 입에 담고 느끼며 빠져들고 생각한다.

첨부파일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2
  • 최종업데이트 2025-03-12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계정선택
인천시 로그인
0/250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