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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머리 다듬으며 마음도 매만져요

2005-02-01 2005년 2월호

서구 청라쓰레기매립장 근처에 자리 잡은 인천실버타운. 250명의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매주 월요일 한 시부터 세 시까지는 어르신들이 꽃단장을 하는 시간이다. 21세기미용학원이미용봉사단이 어르신들의 머리를 매만져 주러 이곳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이정미 원장을 비롯한 이미용봉사단은 매주 6~7명이 팀을 이뤄 이곳을 찾는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 침상에만 누워계시는 어르신들의 머리를 마음에 들게 손질하고 파마도 해 드린다. 처음엔 한 달에 한번으로 시작했다가 2주에 한번으로 바뀌었고 요새는 매주 봉사를 하고 있다.
이 원장이 미용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 미용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미용학원을 인수하고부터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주에 한번씩 중부소방서와 중부경찰서에서 전경과 의경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노인주간보호센터인 사랑의 이웃집, 창영복지관, 피안복지관 등에서 노인들께 파마봉사를 한다. 이밖에도 송월교회 무의탁노인, 영락원, 인천시내 6개 경찰서, 군부대 등에서도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무료로 머리를 깎아주는 사람이 한달이면 3천여 명에 이른다. 제물포에서 미장원을 경영하고 있는 이 원장은 봉사활동을 하느라 따로 부원장을 두고 정작 본인은 밖으로만 나돈단다. 아침 일찍 봉사를 나가서 저녁 늦게야 미장원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오늘 함께 봉사를 나온 유순례, 송정은, 김미옥, 성정희, 유선숙씨 등은 학원에서 3~4개월씩 미용수업을 받은 이들이다. 그중 60세가 훨씬 넘었다고만 하는 유순례 씨는 순수하게 봉사를 하기 위해 미용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학원에서 기술을 연마하고 있는 중이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이는 어려운 노인들, 어린이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문화센터, 복지회관 같은 곳에서 꽤 오랫동안 미용을 배웠고 이왕 깎아주려면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미용학원에 등록해 미용수업을 받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만큼 어르신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읽는 그이기에 좀 까탈스럽다거나 꼼꼼한 어르신은 늘 그이 차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실버타운 5층에 작은 미용실이 꾸며졌다. 의자 다섯 개를 배치하고 미용도구들이 놓여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5명의 어르신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휠체어를 타고 대기하는 서너명의 어르신들은 간병인에게 틈틈이 마사지를 받고 있다.
다섯 명의 미용사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느 할머니는 “이번엔 빠마 좀 해줘”하고 요청을 하신다. 이정미 원장은 “엄마, 오늘은 바쁘게 오느라고 파마도구를 못 챙겨 왔어요. 다음주에 해드릴게, 오늘은 머리만 다듬으세요.”하고 친근하게 할머니를 달랜다. 머리를 자른 할머니는 천천히 일어나 거울 앞으로 향한다. 이리저리 거울에 머리모양을 비춰보며 마음에 들게 머리가 만져졌는지 살핀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할머니가 “아주 이뻐지셨어”하며 인사를 건넨다. “낼 모레면 죽을 텐데 뭘”하시면서도 가는 날까지는 예쁘게 하고 있어야 한다는 할머니시다.
봉사를 나온 학원생들은 실습도 하고 어르신들께 효도도 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란다. 내가 가진 작은 기술로 세상을 따듯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이들이 있기에 매서운 겨울 추위도 너끈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글 _ 정경애 (편집위원·happyjka@incheon.go.kr)
사진 _ 김정식 (자유사진가·jsjsm@in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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