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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씨앗 키우는 못자리판

2005-03-01 2005년 3월호

소극장 공연은 아기자기 한 맛이 있다. 대극장 무대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객석이 코앞이기 때문에 배우의 표정이며 몸짓, 심지어 땀방울까지 ‘라이브’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소극장은 공연생태계의 1차 생산자이다. 창작산실인 소극장이 활발해야 전체 공연계도 활기를 찾을 수 있다. 80년대 잠시나마 소극장 전성시대를 맞았던 인천이 다시 소극장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이제 소극장의 불씨를 다시 키우는 것은 극단과 관객의 몫이다.

학산소극장
동사무소 공간이 환골탈태했다. 지난해 10월 남구 용현4동 주민자치센터 4층에 문을 연 학산소극장은 연극전용극장이다. 남구학산문화원이 운영하는 이 소극장은 120석의 객석과 최첨단 조명·음향시설을 갖추고 있다. 크기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변용무대와 전자식 원터치 시스템으로 객석의자를 간단하게 이동할 수 있어 마당놀이 공간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인천 극단만이 아니라 전국의 어떤 극단이든 저렴한 대관비로 작품을 올릴 수 있다. 장두이 모노극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 등 한달 남짓 진행된 개관기념 기획공연에 7,000여명의 관객이 몰려, 놀라운 객석점유율을 보이기도 했다. 올 한해를 소극장 정착의 해로 삼고 각 시즌 마다 특별한 주제에 맞는 공연을 선보이는 이른바 ‘시즌제’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가을쯤에는 전국소극장 연극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인하대 후문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학산소극장은 대학생 관객을 흡입해 인천의 소극장 운동에 새로운 불씨를 살리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위치 _ 인하대 후문에서 용일주유소 방면 용현4동사무소 4층 (☎ 881-3993)

 


돌체소극장
돌체에 드나드는 것만으로도 ‘문화예술인’ 행세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1979년 싸리재 고개 근처 기독병원 앞 얼음공장에 문을 연 돌체소극장은 인천연극의 산실이다. 마임이스트 최규호씨와 부인 박상숙씨가 1983년 새롭게 연극전용 소극장으로 재개관하면서 인천연극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40평 남짓 한 공간에 100여석의 객석을 갖춘 돌체는 ‘춤추는 어릿광대’ ‘겨울나그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등 한 해 서너 차례 이상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와 함께 연극배우 지망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한편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연극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연극학교’의 역할도 톡톡히 해왔다. 언제부턴가 객석은 차츰 썰렁하게 비기 시작했고 무대의 열기도 점차 식어갔다. 지난해 극장수리를 위해 공사를 시작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현재는 이마저도 중단된 상태다. 대신에 극단은 ‘출장공연’ 중이다. 얼마 전에 교도소 미결수들의 이야기인 ‘학익동 278’을 인천여성의광장 공연장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기도 했다. 탤런트 최영준, 고 김성찬씨가 거쳐 갔던 30년 전통의 돌체소극장은 이제 경동시대를 접고 새로운 장소에 둥지를 틀 준비를 하고 있다.

위치 _ 중구 경동 기독교병원 바로 앞 (☎ 772-7361)

 


소극장 가온누리
가온누리는 ‘세상의 중심’이다. 가운데를 뜻하는 옛말 ‘가온데’와 세상이라는 순 우리말 ‘누리’가 합쳐진 말이다. 연극의 중심을 꿈꾸며 가온누리는 지난 2003년 3월1일에 답동성당 근처에서 문을 열었다. 등받이 없는 널빤지 모양의 120석 객석과 서너평의 무대. 그리고 의자와 사방 벽이 온통 검정색으로 칠해진 지하 소극장은 흡사 창고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실험적 작품들을 올리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보인다. 연중 내내 공연을 하지는 못하지만 가온누리의 무대는 절대로 식지 않는다. 지난해는 매주 토·일요일에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주말연극산책’을 마련, 주5일 근무 시대를 맞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소극장으로 향하게 했다. 이와 함께 만석동을 소재로 한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극단 동이에 의해 가온누리 소극장 무대에 올려졌다가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서울에 입성하며 ‘세상의 중심’에 한발짝 다가서기도 했다.
위치 _ 중구 답동 가톨릭회관 옆 삼아모피 빌딩 지하 (☎ 765-9756)

씨·아리 소극장
인현동에는 아픔이 있다. 1999년 동인천 부근 한 호프집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55명의 10대 청소년들이 목숨을 잃었다. 씨앗의 의미인 ‘씨’와 동아리의 ‘아리’가 결합된 이름 씨·아리 소극장은 지난해 10월 인현동 호프집 빌딩 지하에 문을 열었다. 화재사건 이후 몇 년간 그야말로 ‘죽어있던’ 공간을 극단 놀이&축제의 대표 진정하씨가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30평이 조금 넘는 공간에는 너댓명의 배우가 동시에 오르면 꽉 찰 작은 무대와 50명도 채 앉지 못할 객석으로 꾸며져 있지만 이 소극장은 청소년의 거리에 작은 씨앗을 뿌리고 있다. 개관기념 공연으로 ‘민들레, 작은 천국’을 무대에 올린데 이어 지난 연말에 ‘색시공’을 공연한 씨·아리 소극장은 다른 소극장과는 달리 사회대안적 문화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극을 통한 치유는 물론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스튜디오 역할도 할 계획이다.
위치 _ 동인천역 답동사거리 방향 버스 정류장 프로스펙스 매장을 끼고 50m 오르면 모이세돈가스 지하 (☎ 016-312-6412)

시연센 소극장
성당의 지하에서 문화향기가 폴폴 난다. 그 옛날, 남구 용현동 천주교회 지하식당 옆에는 아주 작은 소극장이 있었다. 아마 여름성경학교나 성탄절에 아이들 성극이 펼쳐졌던 곳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10년 전에 불이 났다. 그 후 그 공간은 창고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도 사라져 버렸다. 지난해 12월 30일 망각의 공간에 다시 조명이 환하게 비춰졌다. 성당과 남구청 그리고 전 시립극단 예술감독 박은희씨에 의해 그 공간은 다시 소극장으로 부활했다. 150명이 앉을 수 있는 객석과 조립식용 텃마루로 만든 무대는 흡사 신촌에 있는 산울림소극장을 닮았다고들 한다. 주변 구조물을 적절히 이용해 앙증맞은 분장실과 음향실도 확보했다. 무엇보다 식당 옆에 비어있던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마루방과 대형거울을 갖춘 넓은 연습실을 마련했다. ‘시연센’은 시민교육연극센터를 줄인 말. 교육연극전문가답게 박은희씨는 개관기념공연으로 TIE(Theatre-In-Education) 연극 ‘신촌비둘기’를 무대에 올렸다. 시연센에서는 소극장 시설을 이용해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일반 시민을 위한 교육연극교실을 개설한다.
위치 _ 인하대 후문 건너 롯데리아 골목 150m 용현천주교회 지하 (☎ 422-4409)

부평문화사랑방
지난해 1월 부평 들판에 문화 홀씨가 뿌려졌다. 부평구 갈산2동사무소 3층에 자리잡은 부평문화사랑방은 ‘문화사랑방’이란 말 그대로 편안하고 친근한 문화공간이다. 총 140여평의 공간에 벽돌 하나 높이의 마루바닥 무대와 180석의 객석은 배우와 관람객을 구분 짓지 않는다. 3면이 객석인 특이한 구조 때문에 공연장의 분위기가 빨리 달궈지는 효과도 있다. 지난해 개관 이래 2월14일 ‘대한민국풍물명인전’을 시작으로 12월10일 한해를 마감하는 송년음악회 ‘The Memory Ray Jung’까지 총 34개 공연을 소화해 냈다. 동네에 자리 잡고 있는 공연장이라 공연내용이 시시할거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대공연장에서 조차 초대하기 쉽지 않은 알토란같은 공연아이템을 기획함으로써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많은 시민들을 부평역에서 내리게 한, 아랫목 뜨끈한 문화사랑방이다.
위치 _ 부평 신트리공원사거리에서 갈산중학교 방면 갈산2동사무소 (☎ 505-5995)

 

글 _ 유동현 (편집위원·batubatu@incheon.go.kr) /

 

사진 _ 김성환 (자유사진가 koin1@incheon.go.kr)

 


인천 소극장 어제와 오늘
인천 용동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연장인 협률사가 고종 31년(1894)에 세워졌다. 그곳에서 신파극 ‘육혈포강도’ 등 신파극이 올려졌다. 협률사는 현재의 애관극장의 전신이다.
시대를 건너 뛰어, 1979년 12월 경동 반지하 건물에 소극장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돌체가 문을 열었고 84년에 경동예술극장(대표 정진), 87년에 미추홀소극장(대표 김종원)과 신포아트홀(대표 권용성)이 문을 열었다. 이어 이듬해인 88년에 배다리예술극장(대표 이원식)이 개관하는 등 인천의 소극장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인천의 소극장 부흥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돌체를 빼고는 90년 이전에 모두 문을 닫았다. 이후 한동안 소극장은 더 이상 생기지 못하다가 최근에 가온누리, 학산소극장 등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난해 개관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옛 축현초교)에 220석의 소공연장 이든홀이 개관했고 문학야구장에 소극장이 들어서는 등 공공시설에도 작은 문화공간이 계속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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