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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휴대폰용 스마트배터리 칩 개발
요즘 누구나 손에 하나쯤 들고 다니는 것이 핸드폰이다. 최신 핸드폰으로는 결제를 할 수도 있거니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다운받아 볼 수도 있으니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만사 OK인 셈이다. 그러니 지갑은 안가지고 나와도 핸드폰은 챙겨야 안심이 된다는 현대인들에게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되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한 기능을 위해 배터리의 용량이 커져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용량에 맞게 무작정 커진다면 휴대하기 불편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배터리 용량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그 용량으로 몇 곡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영화를 몇 분 볼 수 있고 또 얼마동안 통화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면 사용자는 배터리 방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고 배터리의 용량이 무작정 커져야 하는 딜레마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을 한번에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스마트배터리’. 배터리의 남은 양을 표시해주고 전지의 정보를 받아서 사용자가 스스로 배터리를 관리해서 오래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사용하는 사람의 패턴을 학습해서 사용자에 맞게 배터리를 관리하는 기능까지 해준다. 스마트배터리는 노트북의 경우 100% 장착돼 있어서 사용자 특성에 맞게 사용하지 않을 때는 화면이 꺼지거나 흐려져 배터리를 절약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최첨단의 스마트배터리를 만들고 연구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단 세 곳뿐이다. 미국의 텍사스사(TI)가 가장 먼저 개발을 시작했고 달라스사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STB가 가장 늦게 스마트배터리 칩 개발에 뛰어들었다.
스마트배터리는 핸드폰의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휴대폰 생산과 이용률이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핸드폰용 스마트배터리 칩 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발기업인 미국의 TI사 등은 노트북용 스마트배터리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대학원에서는 메카트로닉스를 전공한 이명수 소장은 기업체 연구소 근무의 경험을 살려 1998년‘벽해’를 창업했다. 벽해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줄임말. 젊은 기업가의 야심이 그대로 담겨있는 이름이다. 2000년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외국인들도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 ‘S(System)T(Technology)B(ByuckHae)’로 이름도 바꿨다.
창업 이후 이소장은 스마트배터리 국산화를 위해 2000년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스마트배터리 칩 개발에 몰두하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무실 구석에 야전침대를 놓고 조각잠을 잤고 집에 들어가기 시작한지 이제 겨우 2년 남짓 됐을 정도다. 덕분에 98년 창업 당시 106kg에 육박하던 그의 몸무게는 한때 55kg으로 줄었고 지금은 좀 편해져서 76kg이 됐단다. 연구하고 개발하는 이들의 어려움을 아는 그이기에 회사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으면 연구소만큼은 화려한 침실을 갖추도록 꾸며주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이같은 연구끝에 2002년, 드디어 스마트배터리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칩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최고의 핸드폰생산업체가 2년여에 걸친 실험 끝에 빠르면 올 상반기에 STB의 스마트배터리 칩을 장착한 핸드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명수 소장은 이 업체가 스마트배터리를 장착한 핸드폰을 시판하게 될 경우 다른 후발 업체들도 뒤를 이을 것이므로 휴대폰용 스마트배터리의 폭발력은 노트북의 그것에 비교할 만 하다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노트북용 스마트배터리를 처음 만들었던 미국의 TI사는 지금까지도 시장점유율이 50%를 상회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벤처기업을 ‘개인 또는 소수의 창업인이 위험성은 크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독자적인 기반 위에서 사업화하려는 신생 중소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로 동양창업투자는 STB의 매출 가능성을 2조원으로 보고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망하면 ‘쪽박’이지만, 성공할 경우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예견 때문이다. 스마트배터리가 모든 휴대폰에 장착되는 날, 핸드폰이 들어있는 소비자의 주머니는 더 가볍고, 얇고, 또 편리해질 것이며 STB는 손톱만한 칩 하나로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이다.
글 _ 정경애 (happyjka@incheon.go.kr) / 사진 _ 김정식 (자유사진가·jsjsm@in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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