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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처럼 바지런한 ‘앞치마 사랑’

2005-04-01 2005년 4월호

만수동 주공아파트 7, 8 단지 상가. 지하에 인천 YMCA 만수종합사회복지관 공동작업장이 자리잡고 있다. 작업장 옆에는 17개의 테이블이 놓여있는 식당이 마련돼 있다.

09:00
3월 14일 월요일 아침, 공동작업장으로 한 두 사람 모여들기 시작한다. 아직 점심시간도 아닌데 식당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만수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공공근로를 하는 이들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야채를 다듬고 파를 썰고… 손놀림이 분주하다. 복지관에서 매일 어르신들께 점심 무료급식을 하고 있어 어르신들께 드릴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09:30
입구에서 웅성웅성,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더니 한 무리의 아줌마 부대가 들어온다. 얼핏보기에 열댓명 돼 보이는 아줌마들은 자기집인냥 성큼성큼 조리실로 들어오더니 신발을 벗어 장화로 갈아 신고 앞치마를 척하니 몸에 두른다. 누구의 지시도 없이 각자 알아서 역할을 분담한다. 칼을 잡는 사람, 야채를 만지는 사람, 쌀을 씻는 사람… 이렇게 일을 시작하는 폼이 이미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하다.
그런데 칼질을 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도마 위에서 칼이 춤추듯 날아다니고 악기를 연주하듯 리드미컬한 소리가 만들어진다. 지금 온 아줌마들이 모두 정식 조리사자격증을 갖춘 급식조리봉사단(대표·김은수)인 때문이다.
급식조리봉사단은 우리시 여성복지관에서 급식조리 교육을 받고 조리사자격증을 딴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9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매월 둘째 월요일과 셋째 화요일에 이곳에서 10년이 넘도록 조리봉사를 하고 있다. 주초에 봉사를 집중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모두들 주말이면 출장요리사로, 출장뷔페사업으로 바쁜 탓이다. 그러니 일주일에 한 두차례 시간을 비우기에도 빠듯한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봉사는 비단 이곳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혜림원, 영락원 등의 시설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하면 두말없이 달려가거니와 가을이면 김장봉사, 시립화장장인 승화원에서 안내봉사, 미용봉사, 아름다운가게 자원봉사, 목욕봉사 등 회원들 각자가 갖고 있는 능력과 노동력을 이곳 저곳에서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다.

10:30
오늘의 메뉴는 쇠고기무국을 비롯해 불고기, 버섯볶음 그리고 샐러드. 만드는 이들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진다.
식탁에는 이미 한 두분 씩 모여들기 시작한 어르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계신다. 아직 추위가 남아 있는 때라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아침을 거르기도 한 어르신들은 조금이라도 일찍 식사를 대접받기 위해 서둘러 이곳으로 모이신단다.

11:15
세 명의 회원이 ‘영차’ 힘을 써서 밥과 국 그리고 반찬들을 큰 용기에 담아 옮긴다. 근처에 있는 장애인 쉼터로 ‘배달’을 나가는 것.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식사를 배달하고 배식을 한 후 그릇을 수거해 오는 것도 그들의 역할이다.

11:20
드디어 배식이 시작됐다. 국을 뜨고 밥을 푸는 손길이 무척이나 재빠르다.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이 앉아계신 식탁에 다소곳이 식판을 놓아드리며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봉사자들 덕분에 네분씩 앉은 17개의 테이블에 5분 만에 배식이 끝난다.
밥이 많으니 좀 덜어 달라, 국 좀 더 달라, 반찬이 좀 모자란다… 여기 저기서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 분 한 분의 요구에 미소를 잃지 않고 거의 뛰 듯이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개미떼 같다.

11:30
어느새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분이 계신다. 깨끗이 비워진 식판과 수저를 가져오기 무섭게 또 한 팀은 설거지를 시작한다. 왈그락 달그락 다시 조리실 안에 소음이 꽃처럼 피어난다.

11:45
식당 안에 빈자리가 많아지고 정리가 돼간다. 배식을 마침과 동시에 시작한 설거지도 얼추 끝이 나고 있다. 뒤늦게 식당으로 들어오신 어르신들에게도 소홀함이 없다. 자리를 안내하고 여전히 따뜻한 밥과 반찬을 가져다 드린다.

12:00
오늘의 일정도 대충 마무리되는 듯싶다. 이젠 봉사자들도 허기를 달랠 시간. 삼삼오오 모여 앉은 그녀들의 입이 즐겁기만 하다. 이렇게 힘이 남아 있을 때 누군가를 위해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냐는 그이들이다.
봉사를 하면서도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이기에 아줌마들의 ‘앞치마 사랑 나누기’가 더 값져 보이는가 보다.

 

 


글 _ 정경애 (happyjka@incheon.go.kr) / 사진 _ 김성환 (koin1@in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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