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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 더울 함께 일하면 장애도 모른대요

2005-04-01 2005년 4월호














지을구 씨(38세·계양구 작전동)는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몸은 불편하지만 그의 일상은 여느 사람과 다름이 없다. 아침이면 지하철을 타고 그의 일터가 있는 주안으로 향한다. 아침 9시 반, 그가 찾은 곳은 옛 시민회관 옆에 있는 어울림카페.
어울림카페는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커피숍 겸 카페다. 우리시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장애인들이 경제활동을 체험하게 해 일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 남구 주안2동 인천명품관(옛 공무원연금매장) 1층에 문을 열었다. 어울림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정신지체 2급 또는 3급 장애인. 정식직원 5명과 훈련생 4명, 그리고 이들을 돕는 사회복지사 1명이 함께 일한다.
잠시 후 사교숙 씨, 연보라 씨, 곽원학 씨와 사회복지사 장보경 씨 등이 차례로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닥을 쓸고 테이블을 닦는 것이 근무의 시작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손님 맞을 연습을 한다. 발음 연습과 함께 손님들께 인사하기 등을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 연습한다.
이곳에서 일을 하는 이들은 모두 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정신지체장애인을 위한 카페훈련프로그램을 마친 사람들이다. 대인관계훈련, 주문법, 인사법, 음료만들기 등을 1년 6개월 정도 배운 후 복지관의 카페에서 실전연습을 해야 비로소 어울림카페의 정식직원이 될 수 있다. 훈련프로그램을 마친 이들 중에는 어울림카페에서 실무 훈련을 받기도 한다.
3월 4일부터 카페에 출근하고 있는 훈련생 연보라 씨(26세).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큰 소리로 손님을 맞는 사람이 바로 보라씨다. 자리에 앉으면 사탕이 담긴 그릇을 가지고와 웃는 얼굴로 “사탕 드세요”라고 인사한다. 그리고 주문을 받는다. “커피 주세요.”라는 주문을 받아 카운터로 돌아오던 보라씨에게 장보경 씨가 주의를 준다. “보라씨, ‘일반커피와 원두커피가 있습니다. 어떤 커피를 드릴까요?’ 해야죠. ” 뒤돌아서던 보라씨를 향해 손님이 외친다. “원두커피요~.” 이렇게 주문은 완료다.
이번엔 주방이 바빠질 차례. 음료 준비는 사교숙 씨(24세)와 훈련생 곽원학 씨(30세) 담당. 벌써 카페에서 6개월째 일하고 있는 교숙씨의 손길은 능수능란하다. 반면 원학씨는 허둥지둥 하는 모습이 아직 서툴기만 하다. 이번에도 장보경 씨의 교육이 계속된다. “원학씨, 커피잔은 손잡이를 잡아야죠. 스푼은 여기 놓구요”. 끊임없는 잔소리(?)가 이어지지만 원학 씨의 얼굴은 여전히 싱글벙글이다.
서빙은 지을구 씨(38세) 몫. 그이 역시 6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터라 자신 있게 손님에게 음료를 서빙한다.
카페가 문을 연지 6개월째 되면서 값이 싸서 자주 찾는 단골손님도 생겼다. 사전 지식 없이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자신들과 뭔가 다른 이들이 서빙을 하는 모습을 보고 특이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해 카페에 들어왔다가 놀라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단다.
카페의 하루 매출액은 평균 5만원 정도. 수익금은 대부분 재료비 등의 카페운영비로 쓰이고 정식직원들에게는 월 10만원 정도의 배당금이 인건비로 지급된다.
잠깐 주방에서 나온 교숙씨에게 언제 가장 힘드냐고 물었더니 수줍은 얼굴로 “손님들이 없을때요.”라는 대답이 되돌아온다.
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 담당 팀장인 이규강 씨는 “카페가 처음 생겼을 때는 ‘나도 직장을 갖게 됐구나’하는 생각에 많이들 좋아했는데 카페에 손님이 많지 않아 배당금도 적고 해서 다소 기운이 빠졌다”고 귀띔해 준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이곳이 장애인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서비스업을 충분히 체험한 이들은 앞으로 패스트푸드점이나 대형 체인점, 나아가서는 호텔 바 등에서도 근무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실제로 서울 등지에서는 장애인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서비스업체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좀 고달픈들 어떠랴. 배당금이 좀 적으면 무슨 상관이랴. 이렇게 함께 일할 수 있고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한 몫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그이들이다.
글 _ 정경애 (happyjka@incheon.go.kr) / 사진 _ 김정식 (자유사진가·jsjsm@incheon.go.kr)
어울림카페는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 저녁 10시에 닫는다. 차와 음료를 주 메뉴로 하고 저녁에는 간단한 술과 안주도 판매한다. 4인용 테이블 6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 4대가 있다. 어울림카페의 장점은 싼 가격. 커피나 녹차 등 대부분의 차와 음료는 2,500원이고 제일 비싼 아이스크림도 4,000원이다. 창가에 앉으면 테라스에 심어 놓은 꽃들이 마치 집 앞의 정원을 보는 듯 하다. 푸른색과 노란 불빛이 어우러지는 실내는 아늑하고 포근하다. 또 단체로 이용할 수 있는 큰 홀은 문을 닫으면 외부와 차단되기 때문에 세미나나 비밀(?) 모임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예약문의 _ 866-3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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