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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을 노래하라
2005-05-01 2005년 5월호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실망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늙어감을 안타까워할 수는 있지만 한순간 한순간을 최선을 다하며 살고 활기찬 일상으로 채워가는 모습에서 세월이나 늙어감에 올가미 씌워진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동네 환경지킴이
화창한 봄날, 소공원 곳곳에 심어진 꽃나무에선 형형색색의 꽃잔치가 한창이다. 오전 10시, 공원 둘레로는 카우보이 모자에 서부영화 보안관 뺏지를 단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손수레를 앞세우고 빗자루와 쓰레기봉투로 무언가 치우는 손길이 바쁘다. “여기 무지 더러워”, “거기는 더 치워야 돼” 주고받는 이야기 중에 간간이 웃음꽃도 피어난다. 간석1동사무소의 ‘우리동네 환경지킴이’ 아홉분의 존재가 세삼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쓰레기종량제가 정착되고 분리배출이 상식이 된 요즘이지만 무단투기된 쓰레기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자질구레한 놈들까지 동네 골목은 어수선하다. 건축일을 하셨다던 노용석(72) 할아버지는 “하루 50리터 쓰레기봉투 15개 이상 나올 때도 많다”며 “살기 어려운 동네일수록 우리 손길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건한 순례자들처럼 동네골목을 누비며 잡쓰레기를 거둬들이고 엉터리로 버려진 쓰레기는 가지런하게 매만져 환경미화원들이 편하게 가져가도록 단속해둔다. 어르신들이 지나간 자리가 깔끔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비록 60세 이상만 지원가능한 월급 30만원 정도에 5개월짜리 한시직이지만 동네를 깨끗이 하고 내 힘으로 용돈 벌이라도 한다는 보람에 하루하루 일터로 나선다. 공원둘레를 한바퀴 돌고 나가며 자신이 막내라고 소개하는 이경용(65) 할머니는 “서로 마음이 맞고 재밌어 하루 근무 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인천계양시니어클럽
종이가방에 끈 구멍을 뚫는 프레스가 ‘꿍, 꿍’ 소리를 내며 위아래로 끄덕인다. 50여평 작업장 안에는 30여분의 어르신들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종이가방을 선따라 접고 양면테이프로 붙여가며 모양을 완성해 낸다.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느껴! 하루하루 젊어지는 느낌이야”라고 말하는 얼굴엔 약간의 수줍음과 즐거움이 배어 있다. 63세의 서설자 할머니는 “일을 통해 외로움을 이기고 적은 돈이나마 생계에 보탤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신다. 매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작업하시는 이분들이 받는 월급은 10~30만원 정도지만 더 없이 소중하다. 그전엔 동네를 돌며 폐지를 모아 파시던 분도 지금은 여기서 동료들과 직장생활하는 즐거움에 한껏 빠져 있다.
특수요원처럼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도심을 누비는 분들도 있다. 비록 느릴지는 모르지만 친절하고 확실한 서비스를 약속하는 어르신들의 택배회사 ‘희망택배’ 직원들이다. 또 다른 사업체로 반찬가게인 ‘어머니 마음사업단’도 곧 출범한다. 뿐만 아니다. 교육형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능력과 경력을 갖춘 어르신들을 재교육해서 숲생태해설가나 문화재해설가로 양성하고 있다. 현재 이 과정을 거쳐 30분의 어르신들이 활약중이다. 이 모든 일이 인천계양시니어클럽(553-6330)을 무대로 펼쳐지는 노인세상 이야기이다.
작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문 노인인력지원기관으로 지정된 인천계양시니어클럽은 ‘일하는 100세, 아름다운 노후’를 모토로 노인 일자리를 개발하고 취업의 기회로 연결짓는다.
사회복지사 이지연 씨는 “노인이라해도 수동적으로 시켜서 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고 “‘내일이다’싶으면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이 대단하고 그만큼의 성과를 이뤄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인이 행복한 노년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하지만 지속적인 삶이 이뤄지도록 정책적 노력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인천외국어봉사단
자원봉사가 청소년이나 젊은이들만의 특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당시 몰려올 외국인 손님들을 맞을 민간외교관격으로 인천외국어봉사단이 만들어졌다. 대회는 끝났지만 지금까지 20명의 회원들이 남아 문학경기장 홍보관을 중심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연령별 구성이 60~80대 중심이다. 영어, 중국어, 일어 등 3명의 회원이 한조로 하루씩 돌아가며 자원봉사에 나선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중무휴. 봉사단 김근수 회장은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익힌 외국어 실력을 노련한 매너로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뜻 깊게 만들어졌는데 그냥 없어지기 아쉬웠다.”, “유용한 능력을 그냥 썩힐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즐겁다.” 방문 당일 당번이었던 최승태(74·일어), 이청수(63·중국어), 유병렬(68·영어) 어르신의 말이다.
이들은 외국인 범죄자 통역을 위해 경찰서를 들락거리기도 하고 양로원과 아동시설에 덤으로 봉사를 나가기도 한다. 수준 높은 통·번역 실력으로 기업체 무역업무를 돕기도 한다. 요즘은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와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 홍보에 재미가 붙었다. 전시장 한켠에 각종 안내물과 기념물을 비치해 놓고 대회홍보 겸 인천자랑에 신이 난 것. 이렇게 맞고 보낸 외국인 손님들이 지난해엔 1,200여명이 이른다. 인천시민도 이들의 안내를 기꺼이 받을 수 있다. 시설을 안내하고 홍보관에 전시된 각종 캐릭터와 기념품을 소개할 땐 프로의 냄새가 난다. 이들을 보면 노후는 다 끝난 인생을 덤으로 살아가는 생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하다.
우리동네 환경지킴이
화창한 봄날, 소공원 곳곳에 심어진 꽃나무에선 형형색색의 꽃잔치가 한창이다. 오전 10시, 공원 둘레로는 카우보이 모자에 서부영화 보안관 뺏지를 단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손수레를 앞세우고 빗자루와 쓰레기봉투로 무언가 치우는 손길이 바쁘다. “여기 무지 더러워”, “거기는 더 치워야 돼” 주고받는 이야기 중에 간간이 웃음꽃도 피어난다. 간석1동사무소의 ‘우리동네 환경지킴이’ 아홉분의 존재가 세삼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쓰레기종량제가 정착되고 분리배출이 상식이 된 요즘이지만 무단투기된 쓰레기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자질구레한 놈들까지 동네 골목은 어수선하다. 건축일을 하셨다던 노용석(72) 할아버지는 “하루 50리터 쓰레기봉투 15개 이상 나올 때도 많다”며 “살기 어려운 동네일수록 우리 손길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건한 순례자들처럼 동네골목을 누비며 잡쓰레기를 거둬들이고 엉터리로 버려진 쓰레기는 가지런하게 매만져 환경미화원들이 편하게 가져가도록 단속해둔다. 어르신들이 지나간 자리가 깔끔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비록 60세 이상만 지원가능한 월급 30만원 정도에 5개월짜리 한시직이지만 동네를 깨끗이 하고 내 힘으로 용돈 벌이라도 한다는 보람에 하루하루 일터로 나선다. 공원둘레를 한바퀴 돌고 나가며 자신이 막내라고 소개하는 이경용(65) 할머니는 “서로 마음이 맞고 재밌어 하루 근무 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인천계양시니어클럽
종이가방에 끈 구멍을 뚫는 프레스가 ‘꿍, 꿍’ 소리를 내며 위아래로 끄덕인다. 50여평 작업장 안에는 30여분의 어르신들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종이가방을 선따라 접고 양면테이프로 붙여가며 모양을 완성해 낸다.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느껴! 하루하루 젊어지는 느낌이야”라고 말하는 얼굴엔 약간의 수줍음과 즐거움이 배어 있다. 63세의 서설자 할머니는 “일을 통해 외로움을 이기고 적은 돈이나마 생계에 보탤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신다. 매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작업하시는 이분들이 받는 월급은 10~30만원 정도지만 더 없이 소중하다. 그전엔 동네를 돌며 폐지를 모아 파시던 분도 지금은 여기서 동료들과 직장생활하는 즐거움에 한껏 빠져 있다.
특수요원처럼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도심을 누비는 분들도 있다. 비록 느릴지는 모르지만 친절하고 확실한 서비스를 약속하는 어르신들의 택배회사 ‘희망택배’ 직원들이다. 또 다른 사업체로 반찬가게인 ‘어머니 마음사업단’도 곧 출범한다. 뿐만 아니다. 교육형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능력과 경력을 갖춘 어르신들을 재교육해서 숲생태해설가나 문화재해설가로 양성하고 있다. 현재 이 과정을 거쳐 30분의 어르신들이 활약중이다. 이 모든 일이 인천계양시니어클럽(553-6330)을 무대로 펼쳐지는 노인세상 이야기이다.
작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문 노인인력지원기관으로 지정된 인천계양시니어클럽은 ‘일하는 100세, 아름다운 노후’를 모토로 노인 일자리를 개발하고 취업의 기회로 연결짓는다.
사회복지사 이지연 씨는 “노인이라해도 수동적으로 시켜서 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고 “‘내일이다’싶으면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이 대단하고 그만큼의 성과를 이뤄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인이 행복한 노년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하지만 지속적인 삶이 이뤄지도록 정책적 노력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인천외국어봉사단
자원봉사가 청소년이나 젊은이들만의 특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당시 몰려올 외국인 손님들을 맞을 민간외교관격으로 인천외국어봉사단이 만들어졌다. 대회는 끝났지만 지금까지 20명의 회원들이 남아 문학경기장 홍보관을 중심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연령별 구성이 60~80대 중심이다. 영어, 중국어, 일어 등 3명의 회원이 한조로 하루씩 돌아가며 자원봉사에 나선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중무휴. 봉사단 김근수 회장은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익힌 외국어 실력을 노련한 매너로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뜻 깊게 만들어졌는데 그냥 없어지기 아쉬웠다.”, “유용한 능력을 그냥 썩힐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즐겁다.” 방문 당일 당번이었던 최승태(74·일어), 이청수(63·중국어), 유병렬(68·영어) 어르신의 말이다.
이들은 외국인 범죄자 통역을 위해 경찰서를 들락거리기도 하고 양로원과 아동시설에 덤으로 봉사를 나가기도 한다. 수준 높은 통·번역 실력으로 기업체 무역업무를 돕기도 한다. 요즘은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와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 홍보에 재미가 붙었다. 전시장 한켠에 각종 안내물과 기념물을 비치해 놓고 대회홍보 겸 인천자랑에 신이 난 것. 이렇게 맞고 보낸 외국인 손님들이 지난해엔 1,200여명이 이른다. 인천시민도 이들의 안내를 기꺼이 받을 수 있다. 시설을 안내하고 홍보관에 전시된 각종 캐릭터와 기념품을 소개할 땐 프로의 냄새가 난다. 이들을 보면 노후는 다 끝난 인생을 덤으로 살아가는 생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하다.
글 _ 지영일 (편집위원·openme@incheon.go.kr) / 사진 _ 김정식 (자유사진가·jsjsm@in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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