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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이웃에, 먼저 인사를 건네 보세요

2014-07-11 2014년 7월호

 
다문화 이웃에,

먼저 인사를 건네 보세요


글 박형식 인천한누리학교 교장



“교장선생님… 사랑합니다.” 사이라(가명)가 기숙사 앞에서 환한 미소와 함께 건넨 편지에는 “사랑합니다.”라는 글씨가 비뚤지만 또박또박 쓰여 있었다. 러시아에서 온 학생이 내게 건넨 소중한 보물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과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다문화 학생들이 재학 중인 ‘인천한누리학교’다. 전국 최초로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해 설립한 인천한누리학교는 남동구 논현동에 있으며, 현재 16개국 학생들이 모여서 생활하고 있다. 모집 정원은 초등 교육과정 105명, 중학교 교육과정 60명, 고등학교 교육과정 60명 총 225명이다.
세계 16개국에서 모인 다양한 문화의 학생들을 ‘한국’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는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모든 교직원이 ‘사랑’이라는 한마음으로 성심껏 노력하기에 오늘 아침 사랑의 편지를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중 초등학교 1학년 현희(가명)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희는 엄마가 베트남 사람으로 아침이면 아빠의 손을 꼬옥 잡고 등교했다. 나는 매일 아침 교문에서 인사 지도를 하며 학생들과 교감을 나누곤 하는 데 현희는 그 가운데서도 밝은 미소가 예쁜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의 하교하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현희야 잘가!”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랬더니 현희는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가방을 열더니 수업시간에 예쁘게 색칠해 오려둔 앵무새를 꺼내 주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현희의 눈빛 가득 담겨있는 “감사해요. 좋아요.”라는 ‘마음의 말’이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현희가 고사리 손으로 정성스럽게 그린 앵무새 그림은 교장실 한 곳에 예쁘게 자리 잡고 있다. 몇 달이 지나고 한국말이 늘게 된 현희는 겨울이면 교장실 문을 열고 “교장선생님 춥지요?”하고 인사도 건네고, 집에서 가져왔다며 맛있는 귤을 살포시 건네는 모습에 국적을 뛰어넘는 사제 간의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쏟은 관심과 사랑이 부메랑이 되어 다시 내게 돌아오는 이 특별한 경험이 나를 더욱 좋은 선생님으로 거듭나게 한다.
매일 아침 학교에 출근할 때면 아이들이 건네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얼마나 반갑고 애틋한지. 최근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비율은 2012년 0.53%으로 200명 중 1명이 다문화가족에 속한다고 한다. 마트나 은행, 영화관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흔히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다문화가족이 존재하는 세상인 것이다. 낯선 이들에 대한 경계심보다는 일상을 더불어 함께하는 이웃이라는 마음으로 이들에 대해 너그러운 시선을 갖길 희망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곁에 다문화 이웃과 학생들이 있다면 미소로 인사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신이 사랑으로 인간을 만들었듯, 우리도 사랑으로 다문화를 품는 마음을 지녔으면 한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줄탁동시(?啄同時)
병아리가 껍질을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닭이 쪼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안과 밖이 동시에 힘을 기울여 만들어 내야 부화가 가능하다는 비유에서 나온 고사성어로 가장 이상적인 스승과 제자 사이를 의미한다. 다문화 학생들을 사랑으로 품어 주고 이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이들의 자질을 계발하고자 노력할 때 이들은 미래의 우리사회의 소중한 글로벌 리더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앞뒤, 좌우에 장애물이 있을 때 땅을 바라보지 말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줄탁동시(?啄同時)로 다문화 가족과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한번 더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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