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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2003-06-30 2003년 7월호
기름진 땅속이 비위 상해서
거치른 모래톱 위에
집터를 잡고 기둥세워
파도 소리 이웃하며 살아 간다오
모진 바닷바람 알몸으로 막아내며
소름 끼치는 외로움을 참아내다가
살갗은 가시투성이 흉한 꼴이 되어
황량한 모래벌판에서 살아 간다오
그래도 나를 너무 얕보지 마오
까지껏하며 넘보지도 마오
함부로 내몸에 손대질 마오
그대먼저 상처 입어 피 흘리고 말리니…
소문만 요란스런 이름뿐인 장미여,
겉치장 그 얼굴 화려하면 어쩌리오
제 얼굴 예쁘다고 스스로 자랑하랴!
네 무슨 자격있어 해당화를 비웃으랴!
선홍색 붉은 꽃판 활짝 펼쳐
태양님에게 고맙다 인사하며
창공으로 띄워보낸 꽃향기 편지소식듣고
먼길 찾아온 반가워라 벌 나비 손님이여!
꿀맛향기로 파티열고 노래부른다
밝은 다홍색 꽃바탕에 샛노란꽃술무늬
정신을 빼앗기는 마술같은 해당화
황홀한 꽃이불을 아낌없이 펼쳐준다
세월이 가는 줄도 잊어버렸는가
석양 갯바람이 벌나비를 제촉한다
이제는 서둘러 돌아갈 시간이라고…
다정한 손길로 몽롱한 꿈을 깨운다
손님들이 모두 떠난 빈자리
허전한 가슴속으로 저녁노을이 안겨든다
날이 새면 찾아올 벌 나비 손님 그 생각에
밤이슬에 꽃향기 듬뿍 풀어 머리 감는다
곱게 분단장한다, 꽃단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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