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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강화군 강화읍 갑곳리)
분재생활
2002년 10월 초순 나는 회사친구와 석모도의 낙가산으로 등산을 떠났다.
낙가산은 그 이전에도 몇 번 가본 적이 있거니와 이른 봄에 유난히 예뻤던 진달래의 기억이 있는 곳이다. 미꾸지 고개에 이르러 무리 지은 코스모스의 향내를 맡아보고 본격적인 섬 산행의 묘미를 맛본다.
전망도 좋거니와 능선을 걸어가는 그 주변의 단풍이나 이름 모를 들꽃 때문에 문득 이런 곳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면 어떨까하는 상상도 해본다.
능선의 큰 바위에서 쉬어 갈 때 인상 깊게 본 나무가 하나 있다. 아마도 고사한 소나무인듯 싶은데 키가 그리 크지 않으나 그 가지의 뒤틀림이 용과 흡사해 달력에서나 보았음직한 인상을 준다.
이리저리 만져도 보고 쓰다듬어도 보며 감탄을 해본다. 이후 나는 소나무에 빠졌다. 소나무의 종류를 외우고 이것은 이엽송이지, 이것은 오엽송이지 등등 외워도 본다. 시의 문구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 것처럼 하나, 둘 이름을 알아가자 그것들은 친숙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나는 분재라는 것을 한번 배워볼까 하는 마음에 여러 차례 망설이다가 분재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해질 녘이라 그랬던지 하우스에 전시된 분재만을 볼 수 있었는데 분재원의 사장님이 ‘뭐든지 하려면 뭔가에 미쳤다’ 라는 소리는 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인상 좋았던 사장님 덕택이었는지 나는 “한번 배워볼까 하는 생각 정도이지 이것이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은 아닙니다.” 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 이후 평생 취미로 괜찮다는 말에 송백분재를 구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의 결심은 왜 그리 오래가지 않는것인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물주기 여서 그랬는지 나의 나태함으로 인해 방치된 것이 오늘까지이니.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방향성 있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단지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 눈에 띈 것이 분재였는지도 모른다. 단지 내가 고른 물건 중에 값나가는 것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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