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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시인

2002-12-05 2002년 12월호

우리 딸은 시인

               비
   김예송
우산을 탁탁 때리는게 누구일까?
비지.
우산을 때려서 장단 맞춰 노래한다.
시냇물에 퐁퐁 노래하지.
우리 발자국 소리도 노래한다. (2002. 10. 25)

퇴근하고 유치원에 가서 송이를 데리고 오는데 비가 왔다. 우산이 하나뿐이라서 같이 쓰고 오는데 소나기라서 비오는 소리가 요란했다. 예송이가 “비가 우산을 탁탁 때리네”라고 하길래 “그래 정말 탁탁 때리네. 그 말 참 재미있다. 시 같네. 그 다음 또 뭐 생각나는 거 없어?”하였다. 그러자 한순간도 망설임 없이 “비가 와서 시냇물이 되었네. 우리 발자국 소리도 비랑 같이 노래한다”하는 것이다.
“와, 정말 재미있다! 그거 집에 가서 써 놓아야겠다”하고는 집에 와서는 그만 잊어버렸다.
다음날 퇴근 후 그 생각이 나서 “예송아, 어제 비올 때 말한 거 생각나? 그거 한번 써 볼래?”라고 했더니 위의 시를 순식간에 써서 설거지하고 있는 내게 갖고 왔다. 문답식으로 쓴 거며, 운율을 맞춘 거며, 의성어를 쓴 거며 여간 기특하지가 않아 꼭 안아 줬다.
그리고 그 다음날 26일에 시골에 갔는데 송이 자필의 이 시를 언니들과 숙모에게 보여줬다. 칭찬은 아이가 있는 데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라는 말이 생각나서 이 시를 일부러 시골에 들고 간 것이다. 맞춤법은 비록 틀렸지만 너무나 재미있는 표현에 모두들 감탄을 하였다. 숙모가 “이따가 감 따고 나서 또 써 봐래이”라고 했더니, 감 딴 후에 또 잠시 땅바닥에 배를 붙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다음 시를 써갖고 왔다.

               감
   김예송
동글동글 감 달렸네.
달콤하고 맛있는 감 달렸네.
떼구르르 아야,
떨어졌네.
누가 딴 걸까?
큰외삼촌이 땄지. (2002. 10. 27)

너무나 멋진 이 시를 우리 예송이가, 일곱 살 짜리 내 딸이 썼다는게 너무나 자랑스러워 가슴이 꽉 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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