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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은빛 억새' ... 가을이 저만치 가네

2001-11-01 2001년 11월호

억새는 가을의 끝물이다. 스산한 가을을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게 마무리해 주는 들꽃이다. 언제부터인가 가을 산행의 한 테마로 억새축제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강화에는 가을 햇볕을 머금고 세상을 환하게 해주는 억새 군락지가 있어 조촐하게나마 ‘은빛 축제’를 즐길 수 있다.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 해발 436m의 고려산 산마루에는 하얀 억새가 무리 지어 있다. 고구려 장수왕 4년(416)에 창건됐다고 전해지는 고찰 적석사를 끼고 왼쪽으로 오르면 먼저 가파른 절벽 위에 놓인 낙조대에 이른다. 이곳에 서면 멀리 서해 바다와 석모도, 교동도가 한눈에 들어오며 시야가 넓어진다. 낙조대에서 바라 본 석양은 ‘강화 8경’의 하나로 꼽힐 만큼 천하절경이다.
낙조대에서 정상을 지나 반대편 내리막으로 들어서자 능선에 핀 억새들이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방문객을 맞는다. 소리 없이 아우성치며 바람 따라 군무를 추는 억새의 모습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억새 숲에 몸을 맡긴 방문객도 덩달아 춤을 춘다.
연개소문이 태어났다는 전설을 지닌 고려산에 억새가 군락을 이룬 것은 순전히 ‘산불’ 덕이다. 30여 년 전 이 산 정상부에 산불이 휘몰아친 후 억새가 둥지를 틀었다. 이젠 망초를 비롯한 쑥, 가시넝쿨 따위의 잡초들만 기웃거릴 뿐 고고한 억새군락을 넘볼 수 없게 돼 버렸다. 사람들은 단풍의 화려한 색조에 흥분해 고려산에 올라갔다가 억새꽃 순백의 색조에 마음이 차분해져 산을 내려온다.
고려산 가까이에 있는 고려저수지(내가낚시터) 에서도 억새의 멋진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500m 남짓 되는 둑방 길을 따라 이어진 억새의 은빛 사열은 호수같이 넓은 저수지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아침에는 은빛으로, 해 저물녘엔 금빛으로 물들이는 낭만적인 ‘늦가을’을 그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인산저수지 삼거리 부근의 논두렁에도 억새꽃 잔치가 한창이다. 이곳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자주 머무는 곳이다. 석양에 비친 황금빛 억새꽃이 날개 짓을 하자 주위에 금방 황금가루가 흩날린다. ‘스르르 스르르…’ 억새와 바람이 만들어내는 고독한 소리가 황량한 들판 이곳 저곳에서 들려온다. ‘으악새(억새의 사투리) 슬피우니 가을인가요’라는 유행가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남동구에 있는 옛 소래염전 터 수도권해양생태공원에는 억새와 갈대가 한데 엉켜있다. 바람이 몰아치면 서로 기대고 허리 꺾였다 다시 일어나며 짠물에서도 질긴 생명력을 키워가고 있다. 붉은 빛을 띠는 염생식물 군락지 옆에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억새와 갈대는 또 다른 맛을 풍긴다. 이곳의 억새를 운치있게 보려면 새벽 여명이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해를 마주보고 보는 게 좋다. 억새는 역광 속에서 형광빛 처럼 눈부시다. 
억새와 갈대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차이가 있다. 둘 다 같은 벼과 1년생이지만 갈대는 억새보다 키가 크다. 갈대는 주로 2m 이상이지만 억새는 아무리 큰 것도 1m 50㎝를 넘지 않는다. 갈대는 말 그대로 갈색이거나 고동색인데 억새는 은색이나 담백색을 띤다.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강변이나 연못 등 물가에 있으면 갈대, 산 정상이나 비탈에 무리지어 있으면 억새이다.

고려산 가는 길 강화읍을 지나 서문 앞 삼거리에서 왼편 길로 방향을 잡으면 고천리에 다다른다. 고천리 동사무소 앞에서 이정표를 보고 12.5㎞ 가량 오르면 적석사가 나온다. 사찰 앞 까지 자동차로 오를 수 있다. 등산은 적석사 입구-적석사-낙조대-억새밭-솔밭 삼림욕장-고천리 코스 5㎞이며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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