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사또 앞에서 제기차기
21세기에 사는 유치원 아이들이 조선시대 공간에 들어와 반나절을 보내며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인천도호부청사는 박제 된 공간이 아니라 옛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는 학습장이자 즐거운 놀이터이다.
# 명성유치원 개나리반 혜진이의 일기
2003년 6월 10일, 오늘은 야외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다. 동구 송현동에 있는 우리 명성유치원의 개나리반을 비롯해 모두 75명의 친구들은 도시락을 챙겨들고 문학동에 있는 인천도호부청사로 떠났다.
월드컵경기장 앞에 있는 대궐처럼 생긴 커다란 기와집에 도착하니 개량한복을 곱게 입은 문화유산해설사 이경희 아줌마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여기가 무슨 집이죠” “옛날 집이요” “그럼 여기서 누가 살았죠” “옛날 사람이요” ㅋㅋ. 우리 친구들은 정말 똑똑해. 아줌마는 우리에게 도호부청사는 요즘의 시청이고 시장님 같은 사또가 살았다고 설명해주셨다.
관아의 정문인 외삼문은 세 칸으로 돼 있는데 들어갈 때는 오른쪽, 나올 때는 왼쪽을 이용한다고 했다. 가운데 문은 사또처럼 높은 사람만이 드나들었다고 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오른쪽 문을 이용해서 동헌에 이르렀다. 방안을 들여다보곤 모두들 화들짝 놀랐다.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 앉아있는 줄 알았다. 에헴∼사또 복장을 한 밀랍인형이었다.
마당에 내려오니 나무의자처럼 생긴 게 하나 있었다. 옆에는 배를 젓는 노처럼 생긴 막대기가 꽂혀 있었다. 엄마가 부엌에서 쓰는 주걱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무 의자처럼 생긴 것은 볼기를 맞는 곤장대였다. 해설사 아줌마가 누가 한번 맞는 시범을 보이라고 했다. 다들 겁이 나서 슬그머니 한 걸음 씩 뒤로 물러났다. 선생님 손에 이끌려 나온 오성이는 마지못해 형틀에 엎드렸다. 양쪽에서 친구들이 볼기를 때리는 척하면 오성이는 아픈 시늉을 했다. 우와∼ 너무 재미있었다. “저도 맞고 싶어요. 제발, 저 좀 때려주세요.” 친구들은 모두 곤장대에 엎어져 볼기를 맞고 싶어 안달을 했다.
담장으로 난 문을 통해 옆에 있는 인천향교로 갔다. ‘하늘천 따지…’ 댕기머리를 한 학동들이 공부를 한 옛날의 학교다. 명륜당은 텅 비어있었지만 훈장 선생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야호∼도호부청사 마당에서 전통문화체험을 할 시간이다. 먼저 막대기를 병 속에 집어넣는 투호놀이를 했다. 생각만큼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놀이였다. 이어 굴렁쇠놀이를 했는데 이게 제일 어려웠다. 굴렁쇠는 한바퀴도 구르지 못하고 자꾸 쓰러졌다.
연 만들기 천막교실에 들어가 가오리연을 만들었다. 자원봉사 할아버지들의 설명대로 연꼬리를 붙이고 연줄을 중심에 맞추었다. 내 손으로 만든 연을 하늘 높이 날려 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날려보지 못하고 그냥 가져왔다. 이밖에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 처음 해보는 놀이가 많아 우리 친구들은 신기한 듯 이리저리 다니며 한번씩 해봤다.
도호부청사 담 너머에서 신나는 동요노래가 들려왔다. 대나무 벽으로 둘러 처진 노천극장 무대 위에는 인형극 세트가 마련돼 있었다. 잠시 후 극단 <포도나무>에서 준비한 ‘천방지축 개돌이’가 공연되었다. 개미와 배짱이, 파리와 모기 등 재미있는 인형들이 우리를 울리고 웃겼다.
도호부청사는 우리에게 너무나 즐거운 교실이자 놀이터였다. 이젠 컴퓨터 게임만 하지말고 다음에 꼭 아빠랑 다시 와서 신나게 놀아야지.
# 도호부청사에서 즐기자
인천도호부 청사는 지난 2001년 10월 15일 인천시민의 날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개청했다.‘화도진도(花島鎭圖)’를 근거로 옛 청사 건물 중 객사, 동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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