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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수염’을 약에 썼다고요?
가천박물관은 인천 유일의 ‘의학박물관’이다. 하지만 의학과 관련된 자료 외에 우리 선조들의 생활사와 인천의 역사를 덤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00평 남짓한 공간에 보물 13점을 비롯해 의료·생활유물 1,000여 점, 일반고서 5,200여 점, 근대정부기록자료 500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니 작지만 알찬 곳이다. 특히 인천에 딱 한점 뿐인 국보를 만나는 감동을 선사한다.
아빠를 따라나선 손준식(상인천중 2년), 준혁(간석초 6년) 형제의 박물관 여행은 책 구경에서 시작됐다. 박물관 중앙에 있는 유리상자 안에는 꽤 여러 종류의 책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이들의 눈엔 대수롭지 않게 보였나 보다. 국가에서 지정한 보물에다가, 길게는 천년 세월을 보낸 책도 있다고 전병선 학예사가 설명하자마자 아이들은 앞을 다퉈 ‘우∼와’ 소리를 터뜨린다.
한국에서 자생하는 약초를 집대성한 <향약제생집성방> 권 제6(보물 1178호)을 비롯해 침구 관련 전문의학서인 <신응경>(보물 1180호), 산촌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알아야 할 병에 대한 치료, 약초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산거사요>(보물 1207호), <동의보감> 등에 이르기까지 옛 사람들의 의술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의학서는 아니지만 고려 현종대(1010∼1031)에 제작된 초조대장경 가운데 하나인 <초조본유가사지론>권 제53(국보제276호)은 인천에 딱 한 점 뿐인 국보.
다소 밋밋했던 관람은 약방 풍경이 전시된 곳에 이르면서 역동적으로 변한다. 옛날 의원에서 쓰던 크고 작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침이나 뜸 놓는 자리를 공부하던 ‘경혈모형상’을 중심으로 가루약을 만드는 기구인 약갈이, 약재를 썰던 약작두, 약을 짜는 약틀, ‘기운이 없거나 겁이 많은 사람은 먹으라’며 당시만 해도 의약품으로 불리웠던 술인 소주를 만들던 기구인 옹기소주고리 등을 볼 수 있다. 한쪽 옆에는 수술칼과 침, 약숟갈 등 고려시대 의료기구가 전시되어 있다.
고종황제의 아들인 세자가 전염병에 걸렸다가 나은 것을 축하하는 잔치의 풍경이 담긴 8폭 짜리 병풍을 지나고 ‘태양인 이제마’의 친필 처방전을 곁눈질 하며 자리를 옮기면 박물관의 인기 코너가 등장한다. 하도 코를 박고 보는 바람에 유리 앞이 늘 얼룩덜룩한 ‘신기한 약재’ 코너이다. 이 안에는 ‘저런 걸 약에 썼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원숭이 두개골, 도마뱀 배를 갈라서 말려 놓은 것, 꽃뱀, 동충하초, 해구신, 호랑이 두개골, 고슴도치수염, 곰앞발바닥 등 희귀한 약재가 전시되어 있다. ‘우량한 신삼임으로 품질이 불량허던지 효력이 업스면 돈을 도로 드립니다’라고 홍보하던 한말 약재상 조선인삼사의 광고전단지를 해독(?)해보는 일도 잔 재미.
한쪽 코너에는 길병원 창립자인 이길여 이사장이 초기에 썼던 수술칼, 주사약, 봉합실 등 산부인과 의료기구와 1920년대의 산소발생기, 1960년대의 폐활량측정기, 초단파치료기 등 서양의학이 보급되어온 과정을 알 수 있는 의료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보기엔 별것 아니지만 지나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만한 것은 바로 조선시대 법의학 자료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자료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복검시형도’이다. 당시에도 살인사건이 나면 과학적인 수사를 펼쳤는데, 이 문서는 충남 아산의 청상과부였던 이씨 여인의 죽음에 대한 수사를 위해 부검을 했던 기록이다. 1845년 9월 14일자로 기록된 이 문서에는 사건기록과 함께 여인의 부검 결과와 참여했던 의원들의 이름, 도장, 친필 사인 등이 담겨있다. ‘전설의 고향’ 보다 더 흥미진진한 학예사의 배경 설명에 듣는 이 누구나 다음 얘기를 기다리며 침을 꿀꺽 삼키게 된다.
1900년대 초의 월미도 관광기념품, 관광엽서 등 인천 관련 자료를 보는 것은 ‘보너스’이고, <소년중앙> 등 8천 여 권의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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