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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 스위트룸급 1박에 2원 50전

2001-05-24 2001년 5월호

경인철도가 개통되기 전에는 인천을 통해 우리날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어쩔 수 없이 인천에서 하룻밤을 묵어야만 했다. 이때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호텔이 대불호텔이다.

1900년 서울 정동 이화여고 옆에는 독일여인 손탁(Sontag)이 세운 '손탁호텔'이 있었다. 당시 서울에선 유일한 근대식 호텔이었기 때문에 한말 각국 외교사절과 개화파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고종도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해 있을 때 손탁이 배달해 온 커피를 몹시 즐겼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미 인천에는 그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은 호텔이 있었다. 개항이 되자 외교관, 선교사, 상인 등 외국인들이 물밀듯 들어왔다. 이들은 인천을 거쳐 서울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철도가 개통되기 이전이라 인천에서 하룻밤을 머물다 가는 경우가 많았다.
호텔이 세워지기 전에는 주로 인천에 있는 자국의 영사관이나 상사 혹은 앞서 거처를 마련한 지인들의 집에서 하룻밤을 신세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수요를 재빠르게 감지하고 호텔을 세운 사람이 일본인 모리 리키다로오였다. 그는 1888년 중구 중앙동 1가 18번지 청국지계에서 일본지계로 넘어가는 첫머리에 3층 짜리 벽돌건물을 지어 '대불(大佛)호텔'이란 간판을 걸었다. 이 호텔은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로 기록된다. 일설에 의하면 아펜젤러 목사가 1885년 4월 한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 이곳에서 묵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건립연도가 앞당겨 질 수도 있다.
건축자재를 모두 일본에서 들여와 지은 대불호텔의 객실 수는 11개 실로 투숙객이 많아 항상 방이 동났다고 한다.『개항과 양관역정』(최성연 저)에 의하면 당시 한국여관의 숙박비가 하루에 20~30전을 넘지 못했는데 대불호텔은 하등 객실이 1원50전이고 상등은 2원50전에 이를 만큼 고급호텔이었다.
대불호텔이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을 길 맞은 편에서 바라보던 이태(怡泰)라는 중국인은 1층에 잡화상을 하면서 윗층에 8개 객실의 스튜어드(Steward)호텔을 개관했다.            

그러나 호텔의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인선 철마가 1899년 9월 18일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하자 호텔의 수지는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온 여행객들은 인천에 머물지 않고 배에 내려서 곧바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결국 1918년 경 대불호텔은 중국인 손으로 넘어갔다. 호텔의 간판도 내려지고 '중화루'라는 청요리집으로 바뀌었다. 인천 유일의 금박 간판으로도 유명했던 중화루는 1978년 6월 건물이 철거될 때까지 60년 동안 이 땅 미식가들의 혀를 즐겁게 해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스튜어드 호텔도 6. 25 동란 때 함포사격으로 파괴되었다.
이어 서구식 호텔의 맥을 이어간 것은 '인천각(仁川閣)'이었다. 원래 인천각은 자유공원 한미수교기념탑 자리에 1905년에 세워진 영국인 제임즈 존스톤의 별장이었다. 독일풍의 성곽 같이 생긴 이 건물은 우리나라 최초로 '스팀' 난방장치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제 1차 세계대전 후에 일본인에게 헐값으로 넘겨진 후 한동안 서공원회관으로 불리다가 인천부(府)에서 인수하여 연회장을 갖춘 영빈용 호텔로 사용되었다.

인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 인천각은 결국 인천상륙작전 때 포탄으로 잿더미가 되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의 월미도는 전국 최고의 휴양지였다. 벚꽃이 만발하고 해수 풀과 바닷물을 데운 조탕(潮湯) 그리고 물 위에 뜬 일본식 요정 용궁각 등의 시설로 사시사철 행락객이 들끓었다. 1935년 무렵 전국에서 유람 온 관광객들을 위해 3층 목조 건물로 된 빈(濱) 호텔이 문을 열었다. 당시 만해도 경인선 벚꽃열차를 타고 월미도에 도착해 빈 호텔에서 하루 묵는 코스가 최고의 관광상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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