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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를 구조하라

2001-05-15 2000년 3월호

만수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는 최영락씨는 퇴근후 집에 돌아와 아파트 뒷산과 공원에서 등산을 즐기곤 했다. 2월 8일 화요일. 그 날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산 속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내려오던 중이었다. 아카시아 나무 숲 사이를 지날 때 머리 위에서 '푸드득' 하는 날개짓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나무 위를 올려다보니 커다란 새가 발목에 노끈이 묶인 채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부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시아 나무는 튼튼해 보였지만 10m 이상은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겨울이라 가지가 말라 있어 나무에 올라가다 미끄러져 떨어진다면 크게 다칠 것 같아 차라리 119에 신고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오후 19시 14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천남부소방서 119 구조대원 6명은 구조차량과 함께 아파트 뒤쪽의 산밑에 도착했다. 신고자가 알려준 위치를 파악한 후 추면한 구조대장의 지휘로 거는 사다리, 로프, 안전벨트 후레쉬, 톱 등의 구조장비를 가지고 산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미 주위는 어둠이 깔려있었다. 경사진 산길을 따라 300m를 올라가니 아카시아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새 한 마리가 발견됐다. 5~6m 지점까지는 잡고 올라갈 가지가 없기에 임광근, 이경현 대원이 사다리를 비스듬히 기대어 설치했다.

그리고 고성면 대원이 수목의 중간 지점에서 안전을 확보해 로프를 끌어당기고 구조대원 중 몸이 제일 가벼운 문영현 대원이 안전벨트에 로프를 걸고 나무 위로 기어올라갔다. 작은 가지들은 말라 있었고 손으로 잡거나 발로 밟으면 쉽게 부러져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더구나 밤이어서 지상에서 후레쉬를 비춰준다고 해도 가지들이 자세히 분별되지 않았다. 아카시아 나무꼭대기를 13m 정도 올라가니 이마와 등뒤에서는 땀이 흘러 내렸고 작은 가지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황조롱이가 보였다.

하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톱으로 가지를 자른 후에야 조심스럽게 땅밑으로 황초롱이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황조롱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누군가에게 길러졌는지 자연의 습성을 모두 잃어 스스로 하늘 높이 날으려 하지 않았다.

머리 위의 털은 많이 빠져있었고 총알이 빗겨간 흔적도 몇 군데 발견됐다. 갈수록 훼손되고 사라져 가는 자연생태계와 그 속에서 지키고 보호해야할 천연기념물을 마구 포획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우리 소방대원들의 손으로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를 구조했다는 사실은 현장에서 일하는 보람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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