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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청년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2015-04-06 2015년 4월호


오늘의 청년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글 이태선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이야기 하나. 내 나이 서른 살, 얼마 전 결혼문제 특히 집 문제로 오랫동안 만나 온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나는 지금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40만원, 관리비 5만원에 6개월간 계약한 원룸에 산다. 부동산 아저씨는 이 동네는 원래 이렇게 계약한다고 했다. 내가 사는 곳은 연수 1동 함박마을이다. 선학역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가야겠다.
두 번째 이야기.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아침 7시 30분, 선학역 앞에는 승합차와 승용차가 길게 줄지어 있다. “혹시 ○○○○에서 나오셨어요?” “아니요. ○○○요.” 길게 줄지어 있는 차량들 사이에서 어제 면접을 본 아웃소싱 업체를 찾아 나선다. 이른 아침 역 앞에는 나처럼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배회하는 젊은이가 많다.
세 번째 사연. 전에 일하던 곳에서 일이 없다며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 나오라고 했다. 이번 직장에서는 처리해야 할 물량이 많아 잔업도 많고 특근도 많다고 한다. 잔업 하고 특근을 하면 최소 150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아웃소싱 업체 사람은 “우리 직원들은 일 없는 곳은 안 보내”라고 말했다. 내가 일하는 곳은 저기 남동공단 안의 어느 공장일 텐데 나보고 우리 직원이라고 한다. 하긴 그건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번 업체에서는 오랫동안 일했으면 좋겠다.
네 번째 이야기. 내 직업은 바리스타다. 출근 시간은 오전 7시. 부평에서 출발하는 6시 5분 용산행 급행 전동열차를 타기 위해 부평역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집 앞에 있는 마을버스는 아직 첫차가 운행하지 않아 10분 거리에 있는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뛰어가야 한다. 그렇게 6시쯤 부평역에 도착하면, 6-2번 칸 앞으로 가서 줄을 선다. 영등포 지하역사로 내려가는 계단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전철에 타자마자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잠.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이번 역은 영등포, 영등포역입니다”하는 소리가 들리면 급하게 내릴 준비를 한다. 물걸레질을 하고 있는 미화원 아저씨를 요리조리 피해 일터까지 온 힘을 다해 뛰어간다. 매장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으면 그제야 날이 밝는 게 눈에 보인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 그리고 오후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직장이 집에서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인천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의 이야기다. 지금도 수많은 청년이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고 일자리를 찾아 인천을 떠나려 한다. 얼마 전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인천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꿈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문해본다. 오늘 아침도 그렇게 인천의 청년들은 용산행 급행 전동열차를 타고 일자리를 찾아 길을 나서고 있다. 청년들의 미래에 희망의 빛이 밝게 비치는 그날을 기대한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Liberators do not exist.
The people liberate themselves
해방가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체 게바라

가고자 하는 길이 있다면, 나 스스로 나아가야 한다. 청년의 길, 청년의 꿈은 청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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